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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을 위한 변명.

Written by leejeonghwan

May 5, 2006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제를 취재하겠다고 덤벼들어 한참을 헤맨 끝에 몇 사람의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다음과 같이 묻기도 했다. “진실을 말해주면 그걸 쓸 용기가 있느냐.” 나는 물론 “진실이라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고 여러 차례 사실 확인을 거쳐 기사를 내보냈다.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 김앤장과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 시대 마지막 성역이라고도 부르는 김앤장. 지난 몇 달의 취재를 통해 나는 김앤장의 실체에 그나마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최근 김앤장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앤장을 위한 변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선 김앤장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앤장을 둘러싼 첫 번째 쟁점은 쌍방대리 논란이다. 김앤장은 과거 에스케이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때 소버린의 주식취득신고를 대행해줬으면서 동시에 최 회장의 분식회계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논란이 되는 건 김앤장을 통해 에스케이그룹의 기밀 정보가 소버린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느냐는 의혹 때문이다.

에스케이 분식회계 사건을 담당했다는 김앤장 변호사의 설명은 이렇다. 그는 친히 최 회장과 전화 통화를 하는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에스케이가 어떤 기업인데, 만약 우리가 에스케이와 소버린 사이에서 이중 플레이를 했다면 이 사람들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사건을 맡기겠는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변호사들은 진짜 중요한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문제는 그 고객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경영권 분쟁 때도 양쪽을 모두 대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진로는 1997년부터 구조조정 계획 전반에 걸쳐 김앤장에게 법률자문을 받았는데 그 김앤장이 나중에 골드만삭스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홍콩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은밀히 사들여 채무 변제를 요구하다가 결국 진로를 법정관리로 밀어붙였다.

2003년 진로의 법정관리 재판에서 골드만삭스는 부장판사 출신의 김아무개 변호사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골드만삭스를 대리한 것은 김앤장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오죽하면 판사가 김 변호사에게 “당신은 잘 모를 테니 김앤장에게 물어보고 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취재 과정에서 김앤장도 이를 시인했다.

역시 담당 변호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때는 이미 진로와 법률 자문 계약이 끝난 때였다. 장진호 전 회장 등 경영진이 모두 아웃된 상황에서 김앤장이 진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장 전 회장 입장에서 보지 말고 진로라는 회사 입장에서 보자. 그때 진로는 법정관리가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진로가 장 전 회장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앤장은 다른 법률회사들과 달리 창업 이래 지금까지 합동법률사무소 형태를 고집하고 있다. 일단 외형만 보면 변호사들이 모두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고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임해서 이익을 내고 책임지는 구조다. 그래서 이를테면 김앤장의 다른 변호사들이 에스케이와 소버린을, 또는 진로와 골드만삭스를 동시에 대리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적어도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

두 번째 쟁점은 김앤장과 일련의 외국계 사모펀드, 그리고 정부 관료들의 유착 가능성이다. 김앤장은 제일은행의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과 한미은행의 대주주였던 칼라일펀드, 그리고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은행법에 따라 사모펀드는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데도 이들은 모두 예외조항을 적용받아 은행의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거나 챙길 예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2000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 내부 문서에 김앤장과 법무법인 세종의 법률 검토가 비중 있게 인용돼 있다는 것이다. 금감위가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던 무렵인데 칼라일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었던 법률회사가 바로 이 두 회사였다. 이들의 의견이 곧 칼라일의 의견이었던 셈인데 금감위가 이를 가져다가 이들에게 은행을 넘기는 근거자료로 썼다는 이야기다.

김앤장 관계자는 “그 자료가 금감위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들도 “오래된 일이라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칼라일을 대리했던 김앤장의 정아무개 변호사가 3년 뒤 론스타를 대리해 금감위에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신청서를 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의 의혹은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뿐만 아니라 멀리는 1999년 7월 뉴브리지의 제일은행 인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였던 이헌재씨와 금감위원장이었던 이근영씨가 각각 김앤장과 세종의 고문으로 옮겨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자리만 바뀌었을 뿐 등장인물이 매번 같은 것이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나 이들의 경기고와 서울고 인맥은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전윤철 감사원장도 이 인맥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모든 의혹의 핵심에 있는 사람은 역시 이헌재 전 부총리다. 김앤장 관계자는 “퇴직 관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이헌재씨는 사무실에 출근도 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김앤장이 이 전 부총리 뿐만 아니라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금감위, 국세청,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망라해 퇴직 관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김앤장의 일선 변호사들은 이들 고문들의 역할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굳이 언급하려지 않으려고 했다. 이들의 연봉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했다. 김앤장은 최근 론스타의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서도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데 김앤장에는 론스타의 이의신청을 심사중인 국세심판원장 출신 고문도 두 명이나 있다. 국세청장과 지방국세청장 출신도 여러명이다. 론스타 관계자는 “이들은 변호사들을 도와 자문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직전 3년 동안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에 퇴직 이후 2년 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대상기업이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 김앤장의 수임료는 물론 150억원이 훨씬 넘지만 김앤장은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참고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봉 6억원 이상인 150명의 변호사 가운데 114명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앤장의 변호사는 모두 220여명인데 절반 이상이 6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액 납세자 20위 안에 드는 김아무개 변호사의 경우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연봉이 216억원에 이른다.

김앤장은 최근의 비난 여론이 몹시 부담스러운 눈치다. 사실 김앤장 입장에서는 론스타를 대리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를 대리했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일지언정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은 전혀 아니다. 일부에서는 김앤장을 매국노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우리가 하지 않아도 결국 다른 법률회사가 한다”는 것이다. 법률회사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만약 김앤장이 론스타를 대리하지 않았으면 다른 법률회사가 넘겨받았을 것”이라며 “김앤장을 공격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앤장 말고도 론스타와 자문 계약을 맺으려는 법률회사들이 얼마든지 줄을 서 있다고도 했다. 국내 법률 회사들 가운데 해외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김앤장이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라서 의뢰가 몰리는 것일 뿐 그것만으로 김앤장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한 변호사는 “내년이면 법률시장이 개방될 텐데 대형 법률회사가 하나쯤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김앤장은 몸통이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우리가 론스타를 대리했다고 비난하지만 실제로 큰 그림은 이미 미국 법률회사인 스캐든앱스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등이 다 그려왔다. 우리는 한글로 서류를 꾸미고 한국 정부와 소통하는 역할 정도만 맡았을 뿐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김앤장을 제외한 다른 국내 대형 법률회사들은 대부분 외국 법률회사들과 제휴를 모색하거나 제안을 받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은 법률시장 개방 이후 9개 주요 법률회사 가운데 7개가 인수·합병됐다. “이제 외국 법률회사들이 굳이 김앤장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아마 머지않아 이들이 국내 법률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다.”

김앤장 변호사들의 주장은 상당 부분 옳다. 김앤장이 하지 않았으면 다른 법률회사가 했을 일이고 그것과 관계없이 어떤 식으로든 외환은행은 론스타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 다만 문제의 핵심은 그 과정에서 김앤장의 고문들과 정부 관료들의 유착 의혹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왜 비난 또는 비판을 받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김앤장의 순진한 변호사들은 회사의 상층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국내 최대의 법률회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고문들의 지위와 역할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도 있고 이익충돌의 문제도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법률시장 개방 시대, 김앤장의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앤장을 비판하려면 핵심을 잘 짚어야 한다. 론스타를 대리한 것을 비난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전현직 정부 관료들과의 유착, 그리고 그들의 불법 행위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고액 연봉을 받고 옮겨간 퇴직 정부 관료들 역시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애초에 이들이 이런 의심 받을만한 자리에 가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게 또 다른 론스타를 막는 방법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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