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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사람 자르는 것으로 위기 넘어설 수 있나.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8, 2009

쌍용자동차가 지난 8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인력 7179명 가운데 2646명을 정리해고한다는 계획인데 당연히 노동조합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13~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4%의 찬성으로 가결, 만약 정리해고가 시작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사태는 한치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다음달 6일 법원에 제출될 실사 결과에 따라 존속 또는 청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사가 청산될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논란의 쟁점은 과연 정리해고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보면 올해 5만5650대에서 내년에는 9만8400대, 2011년에는 12만59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쌍용차 노조 최기민 정책실장은 묻는다. “내년에 9만8400대는 모두 누가 만들 건가.”

9만8천대면 현재 인원으로 충분하지만 12만대를 넘어서면 잔업과 특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올해 3분의 1의 인력을 내보내고 나면 내년에 이들을 다시 뽑을 생각일까. 노동시간을 줄여 인건비 부담을 덜고 그래도 인력이 남으면 순환 휴직을 하거나 고용을 유지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언론은 인력 감축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조선일보는 “당장 인력을 줄여도 독자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동아일보는 “노조가 인력 감축에 동의할지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구조조정이 이뤄져도 경영이 정상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진보성향 언론도 딱히 대안은 없다. 한겨레는 “남편이 곧 잘린다, 딸 학원을 끊었다, 부인 가슴 멍든다”라는 제목으로 르포 기사와 함께 “노사 칼자루 쥔 채권단 눈치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회생 여부가 채권단에 달려 있는 탓에 노조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외면하고 있지만 쌍용차 노조의 요구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지분 51.3%를 모두 소각해야 한다는 것. 상하이차는 2007년까지 4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2008년까지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상하이차가 추가 투자 의향이 없다면 대주주 자격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둘째, 무작정 인력을 감축할 게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8시간씩 주야 맞교대 근무를 5시간씩 주간 3조2교대 근무로 바꾸기만 해도 생산량을 맞추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동시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일단 노동시간을 줄이고 실적이 정상화되면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위기를 넘자는 이야기다.

셋째, 노조가 12억원의 고용안정기금을 출연할 테니 경영진도 임금을 삭감해서 비정규직 고용안정에 힘써 달라는 것.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사 502명에게 지급된 보수는 평균 1억2600만원, 연봉으로 2억5200만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를 절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째, 노조가 담보할 테니 정부와 산업은행이 1천억원을 투자해 달라는 것. 그 돈으로 신차를 개발하고 공장을 지어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경영 정상화에 대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천억원에 대한 담보를 복지비용을 줄여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섯째, 산업은행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해달라는 것. 노조에 따르면 올해 쌍용차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8800억원이다. 쌍용차 가동을 위한 기초 자금이 필요하고 협력업체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최소 2개월 이상 결제 자금이 필요하다. C200을 비롯해 후속 신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쌍용차 사태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넘겨줬고 상하이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차가 최종 부도처리 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88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해서 쌍용차가 회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당장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정부는 한발 뒤로 물러서 있고 언론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은 “쌍용차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설비투자도 못하고 경쟁력이 뒤쳐진 것은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상하이차에 쌍용차를 넘긴 정부의 책임이 큰데 정작 책임을 묻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부장은 “8800억원의 공적자금은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기 위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쌍용차가 회생한다면 그 성과를 사회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쌍용차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며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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