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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변으로 점철된 공병호의 장하준 비판.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5, 2008

국내 대표적인 자유주의자로 꼽히는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지난해 10월 출간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공 소장은 월간조선 2월호에 기고한 <자국 산업 보호 위해 문을 걸어 잠그면 그렇게 만든 상품은 누가 사주나>에서 “생각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며 장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애초에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으로 성장했으면서 이제 와서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가 선진국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겉으로는 착한 척, 또는 돕는 척, 무한경쟁이 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은 개발도상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역사적으로 선진국의 경제발전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과 보조금, 각종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기초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세계화 논의는 결국 선진국 기업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역사적으로 선진국의 경제발전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과 보조금, 각종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기초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이 충분히 경제적 우위를 확보한 이후에야 자유무역의 기치를 내걸었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이런 움직임을 일찌감치 ‘사다리 걷어차기’에 비유한 바 있다. 장 교수는 “최근 세계화의 논의는 결국 선진국의 기업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공 소장은 월간조선에 기고한 글에서 장 교수의 주장을 교묘하게 뒤튼다. 공 소장은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차별적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만든 상품을 누가 사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먼저 공 소장의 지적과 달리 장 교수는 문을 걸어 잠그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선진국과 후진국이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으며 보호무역 없이는 자국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게 장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그런데 공 소장은 장 교수의 주장을 쇄국주의로 매도한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자신의 아들 진규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진규는 여섯 살이다. 장 교수는 진규를 취업시키는 문제를 놓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진규가 일찍 일자리를 갖고 사회에 나가면 가계에도 보탬이 되고 진규 역시 세상 사는 방식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과잉 보호는 오히려 진규를 나약한 응석받이로 만들 우려도 있다. 중고등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더 잘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장 교수는 선진국의 시장 개방 논리를 진규의 사례에 비유한다. 여섯 살인 진규가 사회에 나가 어른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 진규는 당장은 돈을 벌겠지만 장기적으로 좀 더 수입이 많은 안정될 직장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된다. 세상 사는 방식을 더 잘 알게 되겠지만 애초에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명확하지만 개발도상국이 섬유나 화학, 자동차, 철강 등의 제조업을 육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농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가난을 벗어나기도 어렵게 된다. 선진국들이 후진국에 개방과 자유무역을 요구하는 것은 여섯 살 난 진규에게 취업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는 게 장 교수의 주장이다.

그런데 공 소장은 “장 교수의 주장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을 잠그고 그렇게 해서 생산된 제품을 내다 팔 때는 상대방의 문이 열린 상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선진국들이 일방적인 시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논점을 뒤튼다.

장 교수의 주장은 무작정 문을 걸어 잠그자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자유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선진국이 후진국을 착취하기 위한 논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 소장은 장 교수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그럼 문을 닫자는 말이냐고 밀어붙인다. 진규의 사례를 들면 “그럼 애를 밖에 내보내지 않고 집안에서만 키울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공 소장의 반박은 궤변으로 점철돼 있다. 공 소장은 “한국의 교육산업은 문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거의 50년을 해 왔는데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산업으로 부르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교육산업이 후진적인 이유가 개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논리도 상식 밖이다.

공 소장은 “당신들이 성장할 때는 좋은 시절이었으니까, 후진국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을 수도 없고 논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 소장은 중국의 오토바이 산업을 사례로 든다. 중국이 오토바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의 혼다가 자국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공 소장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약진은 자유무역의 효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공 소장의 주장은 토머스 프리드만이 2005년에 쓴 ‘세계는 평평하다’의 논리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자유무역이 세계적으로 빈곤을 퇴치하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인도를 그 사례로 든다. 세계화 이후 적어도 굶어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중국과 인도를 제외할 경우 세계적으로 불평등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빠뜨렸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본은 더 높은 이윤을 좇아 이윤율이 낮은 선진국에서 이윤율이 높은 후진국으로 이동하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잉여가치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전된다. 세계화 시대의 경쟁은 비교우위가 아니라 경쟁우위의 원리에 따르게 되고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게 된다.

경상대 정성진 교수 등에 따르면 선진기술을 사용하는 선진자본은 초과이윤을 기술혁신에 재투자해 초과이윤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만 후진 자본은 적은 이윤을 얻고 기술적 열위를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정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프리드먼이나 공 소장이 주목했던 중국과 인도의 변화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단편일 뿐이다.

공 소장과 프리드먼 등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LCD TV와 냉장고, 에어컨, 오토바이와 승용차 등을 구입하는 것을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를 두고 “세계가 평평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LCD TV를 사기 위해 더욱 가난해진다. 흔히 가난한 나라는 재화가 서비스보다 더욱 높게 평가된다. 자유무역이 확대 될수록 서비스의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서 구매력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질서를 떠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애초에 동등한 경쟁이 안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 동등하지 않은 경쟁을 무작정 수용해야 할까. 아니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유무역을 제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에 차별을 둘 수도 있을 것일까. 이 부분에서 공 소장과 장 교수의 의견이 엇갈린다. 공 소장은 적극적으로 자유무역을 도입해야 하고 그것만이 후진국을 번영으로 이끈다고 주장한다.

공 소장은 “장 교수는 참으로 따뜻하게 낭만적으로 세상을 본다”고 지적했지만 모호하고 낭만적이기는 공 소장이 더하다. 공 소장은 “현실의 경제 주체들은 그가 개인이건 기업이건 나라건 간에 상대와의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격차 확대를 향한 욕망과 행동이 표출되는 곳이 시장이고 이를 통해 문명은 끊임없이 나아가게 된다”고 강조한다. 시장이 만능이고 시장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고전적인 도그마에 공 소장은 아무런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핵심은 자유무역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피할 수는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최대한 협상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자본을 가능한 범위에서 차별할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의 주장은 극단적인 시장 근본주의가 범람하는 와중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공 소장의 장 교수 비판은 비판의 기본이 안 돼 있다. 논점을 제대로 짚지 않고 있고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장 교수의 주장이 이상적이거나 불가능한 주장이고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 소장은 정작 반박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을 닫아 걸면 그렇게 만든 상품을 누가 사주느냐”거나 “선진국이 뭐가 아쉬워서 시혜를 베풀어야 하느냐”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거나 “생각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하다”는 감정적인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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