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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읽는 7가지 코드’를 읽다.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 2005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장갑을 끼는 게 좋다. 예민한 체질이라면 마스크를 쓰는 것도 좋다. 지금 이 글은 이 책의 소개나 서평이라기 보다는 폭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오해와 환상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되는가, 그리고 그런 오해와 환상이 어떻게 경제를 망치고 있는가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의 저자들 26명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내로라 하는 경제 전문가들이다. 이런 책에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이들의 무지와 착각, 사실 왜곡과 담론 조작을 폭로한다. 대부분 한국경제연구원 사람들이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니 존칭과 직책은 생략한다. 발췌는 최대한 본문의 의미를 그대로 살리도록 노력했지만 믿기지 않으면 직접 대조 확인해도 좋다.

좌승희는 “경제적 차별화가 경제 발전의 필요 조건”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까지 동원한다. “잘 나가는 사람을 잡으면 망한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이 수직적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올라가도록 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게 이 책의 큰 주제다.

배상근은 한술 더 떠서 “지금 우리 경제는 좌초 위기에 놓여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는 시장친화적인 개혁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출자총액제한이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금융계열사 분리 청구제, 주 5일 근무제, 산별 노조,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을 모조리 유예하거나 도입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성봉은 공정거래위원회를 겨냥해 “코치 역할은 그만두고 심판 역할이나 제대로 하라”고 주문한다.

김현종의 오지랖은 신문 시장 독과점 문제까지 시장 원리를 적용한다. “신규 독자에게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해 할인해주는 행위는 다양한 고객에게 가격차별을 적용하는 일반적인 기업 전략”이라고 변명까지 해준다. ‘자전거 일보’라는 별명이 붙은 몇몇 신문들이 두손 들고 반길만한 논리다.

이건호는 블랙 유머를 구사한다. 신용불량자 구제 문제와 관련, 할부로 냉장고를 구입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를 예로 든다. 구입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냉장고를 판 사람에게 책임을 지울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용불량자의 경우도 자발적인 선택일뿐 신용카드 회사가 강요한 게 아니니까 책임을 질 일이 없다는 논리다.

이태규는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을 지원하면서 빚을 갚기 위한 적극적 노력도 하지 않고 갚을 의사마저 없는 채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딱 한번, 허찬국이 수출과 내수의 격차를 잠깐 이야기하는데 그 해법으로 주문하는 것이 노사문제 해결과 규제 완화다.

이주선의 민영화 옹호 논리는 괴이하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공익산업이라면 그 기업의 가치는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에 헐값에 팔아넘겨도 결코 손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도 한다. 그는 공익산업이 설령 외국에 넘어가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법과 제도 규제에 의해 제약되고 기업의 목표는 결국 시장에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심지어 민영화가 일자리를 창출에 기여한다는 억지도 부린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보는 전용덕의 대안은 화끈하다. 그는 “재화의 생산 또는 보유를 억제하는 정부는 틀린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그린벨트, 평수제한, 가격규제, 분양권 전매 제한, 정부 주도의 신도시 개발, 세무 조사, 고층 제한, 토지 구분, 고도제한 등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과 규제가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이상한 논리다.

박성준은 “한국은 여전히 노조 천국”이라는 너무 오래 돼서 식상한 논의를 다시 꺼낸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는 논리다. 거기에다 “선진국 노조들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계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을 덧붙인다.

노동자 경영 참여에 대한 반발도 격렬하다. 안재욱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고용자가 제시한 보상체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동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철회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노동자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는 잘못된 것”이라고도 한다. “근본적으로 노동자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주장은 아연 실색할 정도다.

민경국의 논리도 희한하다. 그는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라면 왜 강제적으로 도입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강제적으로 도입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다. 그는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며 “효율적인 제도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귀찮은 제도”라고 지적한다. 박동운은 “노조의 경영 참여는 한국 경제를 망친다”고 경고한다.

박성준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천박한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그는 “인권유린은 일부 불법 체류자에게 발생할 뿐 인력난으로 고민하는 중소기업에서는 발생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린다. 국내 노동자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을 임금 착취라고 불러서도 안된다고 덧붙인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의 폐지를 주장한다.

박성준은 또 “노사정위원회가 시장 경제 존립 자체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원리와 노사자율에 의한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출자총액 제한 제도를 둘러싼 주장들은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을 준다. 신종익은 최충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을 이 제도 탓으로 몰아붙인다. 신종익은 출자와 투자는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모든 출자는 투자고 출자를 제한하면 투자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조성봉은 “투자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기업들에게 출자총액 제한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이들은 우리나라 18개 기업집단의 출자 규모가 10.4%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실제로 한도 25% 기준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출자총액 제한은 무의미한 제도일지언정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는 아니다. 굳이 문제가 된다면 계열사 출자가 아니라도 채무나 주식발행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신규 사업을 사업부 형태로 추진하거나 기존 회사를 합병하는 방법도 있다.

출자총액 제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주장은 전혀 말이 안된다. 엉뚱하게도 김현종은 LG그룹이 LG카드 사태 해결에 나선 것을 두고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위반된다고 지적한다.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걸려있을 때는 폐지하자던 제도도 끌어다 쓴다. 최소한의 일관성조차도 없는 태도다.

김정호는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를 비판하면서 이 제도가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줄이고 주가를 낮출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 기본 논리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데 있다.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인식은 19세기 수준이다. 송영관은 리카도의 비교우위 이론을 들고 나와 인건비가 싼 나라와의 교역이 자국 산업을 파괴시킨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른 바 ‘산업 고도화’ 이론을 주장하면서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지원할 금융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얼버무린다.

이 책의 보도자료에는 굵은 글씨로 “한국 경제 위기는 ‘되는 놈 발목잡기’로 시작됐다”고 제목이 달려있다. ‘되는 놈’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게 이 책의 큰 주제다. 그런데 ‘안되는 놈’에 대한 언급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이른 바 경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퍼뜨리는 우리 사회 지배 담론이 이런 수준이다.

책을 다 읽고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2년도 지난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다. 두고 두고 읽을만한 주옥같은 글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추천할 생각은 결코 없다.

한국 경제를 읽는 7가지 키워드 / 좌승희 외 지음 / 굿인포메이션 펴냄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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