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를 위한 변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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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그건 그 반대되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믿든 믿지 않든 어디까지 받아들이든 그건 당신의 자유다. 진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다만 우리 시대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의미에서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이 책의 저자 유현은 소설가다.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고 아시아 현대사를 소재로 한 <시하눅빌 스토리>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등을 썼다. 월간 <말>에 ‘아시아 기행’을 연재하는 필자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가 대마초를 적어도 한번 이상 피웠을 거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는 어쩌면 대마초 중독자일지도 모른다. 당장이라도 소변검사를 해본다면 양성 반응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이다. 지금부터는 유현의 주장이다.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하나같이 놀랍고 낯설다.

대마초는 환각물질이 아니다. 기분을 좋게하는 진정효과가 있을뿐이다. 묶어서 대충 마약이라고 부르지만 그래서 대마초는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독성 마약과 다르다. 엘에스디나 엑스터시 같은 환각약물과도 다르다. 대마초를 피워도 당신의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다.

대마초는 중독성이 없다. 줄 담배는 피울 수 있지만 줄 대마초는 피울 수 없다. 대마초는 한대를 말아서 두세명이 나눠서 피우고도 1시간 이상 효과가 계속된다. 대마초는 담배만큼 자주 피울 수 없고 당연히 담배보다 연기를 훨씬 덜 들여마시게 된다. 폐암의 위험도 그만큼 훨씬 줄어든다.

독성도 담배보다 낮다. 성인 남자가 담배를 3개비 이상 삼키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마는 식용 치료약으로도 널리 쓰인다. 대마초의 중독성은 담배 보다 훨씬 낫다. 중독성이 없으니까 금단현상도 당연히 없다. 종합해 보면 대마초도 분명히 몸에 해롭지만 담배보다는 훨씬 덜하다. 그런데도 담배는 허용돼 있고 대마초는 금지돼 있다.

이같은 대마초의 억울함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37년 미국에서 마리화나 세금법이 제정되고 대마초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을 때 앞장섰던 사람은 연방마약관리국의 국장, 헨리 안스링거였다. 헨리 안스링거는 멜론은행의 은행장, 앤드류 멜론과 사돈 사이고 멜론은행의 가장 큰 고객은 화학회사 듀폰이었다.

화학섬유를 개발해 재미를 보려던 듀폰에게 최대의 적은 대마였다. 대마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천연섬유였고 나일론과 레이온의 시장 진입을 막는 큰 걸림돌이었다. 이게 엉뚱하게 대마초가 마약이 되고 대마의 생산과 판매를 대대적으로 억압하게 된 이유였다.

여기에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까지 개입한다. 목재 펄프 사업에 뛰어들었던 허스트는 대마 펄프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경계했다. 허스트는 모든 언론과 영향력을 동원해 대마초의 위험을 과장 선전했다. 특히 허스트는 인종차별주의를 교묘하게 끌어들여 대마초를 유색 인종이나 찾는 저급한 환각물질로 사회에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

결국 대마초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고 그 이면에서는 대마 산업의 몰락과 함께 화학섬유와 목재 펄프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당연히 듀폰과 허스트는 떼돈을 벌었다. 그들은 대마초를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막 뜨기 시작한 대마 산업을 죽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면서 대마초 흡연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안스링거는 급기야 공산주의자들이 사회를 혼란시키려고 대마초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었지만 매카시즘 열풍과 맞물려 그 누구도 쉽게 반발하지 못했다. 심지어 반 정부세력을 탄압하는데 대마초 금지법이 적극 활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유행처럼 대마초가 번져 있었고 누구든 걸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최근 공개된 1972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마초가 개인이나 사회에 유해하지 않으며 대마초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해 대마초 흡연 혐의로 무려 42만명을 잡아들였다.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197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 미국에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모두 1500만명을 넘어선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기준으로 마약 사범은 모두 5594명, 이 가운데 대마 사범이 1302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다만 미국을 따라 대마초를 금지하고 지금까지 그 법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마초를 피우다 걸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우려하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1976년 대마초 합법화 이후 대마초 흡연 인구가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의 흡연 인구도 줄어들었다. 무조건 처벌과 단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2000년대 들어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현은 한발 더 나아가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독성 마약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대마초나 필로폰이나 코카인이나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대마초가 합법이라면 대마초를 피울 사람들이 필로폰이나 코카인에 손을 대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필로폰이 대마초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다.

심지어 대마초가 흡연인구와 폐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대마초가 담배의 대체제면서 훨씬 몸에도 덜 해롭고 중독성도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상용화만 된다면 가격도 훨씬 더 쌀 수 있다.

대마초와 별개로 대마 산업을 다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듀폰과 허스트 때문에 무너졌던 대마 섬유와 대마 펄프가 뒤늦게나마 환경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이 1톤을 만들려면 30년생 나무 172그루를 잘라내고 다시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대마는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똑같이 열매를 맺는다. 1에이커에서 재배된 대마는 2~4에이커에서 자란 나무를 대체할 수 있다. 게다가 종이의 질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선뜻 믿기지 않는 주장이다.

유현은 자본주의가 대마초를 혐오했던 가장 큰 이유가 노동자 계급에게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큰 기쁨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마초와 비교할 때 담배는 현실을 겨우 견뎌낼만큼의 적당한 기쁨을 준다. 대마초와 대마초가 상징하는 삶의 방식은 금욕적 노동에 기초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도 자본주의는 그래서 노동자 계급에게 대마초를 허락하지 않았고 유현은 거꾸로 그래서 대마초를 꿈꾼다. 금욕을 강요하는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참으로 불온한 상상이다.

대마를 위한 변명 / 유현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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