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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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우리는 이 끔찍한 전쟁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김선일씨가 붙잡혀 있을 때 우리 정부 관료들은 이라크의 이슬람 성직자들과 정당 간부들을 접촉하고 있었다. 이들은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알 자르카위 조직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알 자르카위 조직이 맞다면 그들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엉뚱한 데서 헛다리를 짚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왜 그들과 싸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전쟁은 2001년의 9·11 테러와도 무관하다. 9·11 테러는 빈 라덴이 일으켰고 그와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는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이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알 자르카위는 요르단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에 붙잡힌 사담 후세인이나 이라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에서는 아무런 대량 살상무기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우리는 도대체 누구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일까.

김선일씨의 살해 일주일 전인 6월 16일 미국의 9·11 테러조사위원회는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이라크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가 9·11 테러에 연루됐다는 아무런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 이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지난해 3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1만1천여명의 이라크 사람들 죽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라덴이 저질렀는데 왜 애꿎은 이라크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것일까.

최근 번역 출간된 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는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6월 25일 미국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의 원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7월 16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마이클 무어에 따르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제임스 베스는 오사마 빈 라덴의 형, 살렘 빈 라덴 밑에서 일해왔다. 부시는 석유회사를 경영하던 1977년, 이 친구를 통해 빈 라덴의 돈 5만달러를 받아쓰기도 했다. 살렘 빈 라덴은 1973년에 미국에 와서 1988년 죽을 때까지 텍사스에서 살았다. 살렘이 죽은 뒤에도 그의 형제와 손자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면서 부시의 아버지가 고문으로 있던 칼라일 그룹에 2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부시와 빈 라덴의 집안은 아주 오래 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25년 이상 긴밀한 사업 관계를 맺고 있었다.

9·11 테러 일주일 뒤인 9월 18일, 미국에 머물고 있던 빈 라덴의 형제와 손자들 24명이 자가용 비행기로 미국을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비행기 출항이 전면 금지돼 있던 무렵 이들은 아무런 검문도 받지 않고 프랑스로 도망갈 수 있었다. 지난해 공개된 비디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 결혼식 때 빈 라덴과 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미국은 9·11 테러에 뒷돈을 댔을지도 모르는 이 사람들을 그들의 나라로 그냥 돌려보냈다.

부시 집안이 빈 라덴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과도 각별한 관계였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부시의 아버지는 미국 대사였던 반다르 빈 술탄 왕자를 ‘반다르 부시’라고 부를 정도였다. ‘반다르 부시’는 부시의 어머니 생일 파티에 초대돼 참석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시는 테러 이틀 뒤인 9월 13일 저녁에도 백악관에서 이 사람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은 미국 주식 시장과 은행에 각각 10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날마다 15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90년대, 1700억 달러 이상을 무기 구매에 썼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시의 아버지가 고문으로 있던 칼라일 그룹을 통해 거래됐다.

좀더 구체적인 음모론도 있다. 1997년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과 엔론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카스피해의 천연가스를 지중해까지 실어나르는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이 사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고 이들은 그해 12월 텍사스주를 찾아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부시가 텍사스주 주지사로 있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고 유노칼과 엔론은 그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부시를 민다.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유노칼의 임원들을 대거 행정부에 기용했고 아프가니스탄에도 대대적인 원조를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공격했다고 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했다고 했다. 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숨기려고 하는 것일까. 미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서 쉬고 있는 빈 라덴을 내버려두고 애꿎은 이라크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빈 라덴을 잡지 못하는 것일까 잡지 않는 것일까.

마이클 무어는 여러 가지 의혹만 제기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해석과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아마도 9·11 테러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핑계였을 가능성이 크다. 9·11을 누가 일으켰는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미국에게 이라크 전쟁은 정체에 빠진 군수 산업을 살리는 한편 중동 지역의 석유 패권을 움켜쥐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마이클 무어는 9·11 테러조차도 부시가 사주했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암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면서 뒤로는 테러 집단과 함께 사업을 하고 돈을 받아쓰기도 했던 부시, 그는 CIA를 비롯해 여러 정보기관으로부터 비행기 테러의 가능성을 보고 받고도 무시했고 실제로 테러가 발생한 뒤에도 유력한 용의자들을 그냥 놓아 보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의 군수 회사들과 석유 회사들, 이 회사들에 투자한 금융 자본, 그리고 이라크의 몰락을 바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이다. 전쟁의 빌미가 될 9·11 테러를 이들이 일으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전쟁의 실마리는 그렇게 밖에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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