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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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사람들이 총을 얼마나 쉽게 살 수 있는가 보여준다. 미국, 특히 미시간주에서는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사은품으로 총을 준다. 논란이 많은 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실제로 누구나 총을 쉽게 살 수 있다. 그 총으로 당신은 누구든 쏠 수 있다. 해마다 1만1000여명이 그렇게 총에 맞아 죽는다. ‘엘리펀트’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편 주문으로 총을 샀고 13명을 쏘아 죽였다. 이 영화는 부분적으로 영화지만 본질은 실화다. 1999년 4월 22일의 일이다.

문제를 도전적으로 파고드는 ‘볼링 포 콜럼바인’과 달리 ‘엘리펀트’는 덤덤하다. 이 영화는 죽은 아이들의 이날 아침 움직임을 하나 하나 따라간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하나같이 선명한 원색이다. 복도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아이들은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식당에서 투덜거리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지루해하고 친구들 사진을 찍고 생각없이 복도를 걸어간다. 전형적인 고등학교의 전형적인 아이들 모습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두명의 친구들이 우편 주문으로 사들인 총을 들고 와 친구들을 쏘아 죽인다. 관객들은 언뜻 액션 영화의 쾌감을 느끼지만 그래서 괴롭다. 이들이 왜 친구들을 죽이는가 관객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괴롭다. 괴롭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숱하게 벌어진다.

‘엘리펀트(코끼리)’는 거실의 코끼리, 너무 커서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뜻하기도 하고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뜻하기도 한다. 생각없이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마지막 16분, 총소리에 놀라고 놀란만큼 괴롭다. 이 영화의 목표가 바로 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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