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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바타를 발가벗겼나.

아바타에게 입힐 옷을 돈을 받고 팔겠다는 발상을 처음 한 회사는 채팅 사이트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였다. 그때가 2000년 11월. 100% 한국형 서비스 수익모델이었다.

다음이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한 건 그보다 1년반 가까이 늦은 2002년 4월. 다음의 아바타는 처음에 산뜻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다른 회사의 수익모델을 그대로 배껴왔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돈이 된다는데 그런 비난쯤이야.

다음의 지난해 매출은 1423억원, 광고가 746억원이고 아바타를 포함한 거래형 서비스가 337억원, 인터넷 쇼핑몰이 267억원이다. 다음에서 하루에 팔리는 아바타 아이템은 평균 3500만~4천만원 정도. 한달에 10억~12억원 정도가 팔려나간다. 이제 아바타 서비스는 다음의 중요한 수익모델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중고등학생들의 코묻은 돈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옷감이 드는 것도 아니고 공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가게 임대료를 낼 필요도 없고 점원들 임금을 줄 필요도 없다. 왠만한 옷가게나 왠만한 의류업체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고작 몇천원이지만 나는 아바타에게 입힐 옷을 사는데 돈을 쓸 생각이 전혀, 눈곱만큼도 없었다. 물론 앞으로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다음은 최근 아바타에게 입혔던 티셔츠와 반바지를 벗겨갔다. 내 아바타는 꼼짝없이 런닝셔츠와 팬티차림이 됐다. 억지로 옷을 벗겨놓으면 쪽팔려서라도 뭐든 사입지 않겠냐는 얄팍한 발상을 한 모양인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엄동설한에 난데없이, 아바타에게는 정말 잔인한 일이다. 아바타는 말 그대로 나의 분신이다. 발가벗겨진 내 아바타를 보면서 나는 모욕감마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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