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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대중주, 그 불행한 만남.

개미들은 늘 건설과 금융, 유통 같은 안 오르는 주식만 샀다. 이른 바 대중주라고 불리던 이 업종 주식들은 다른 주식들 다 오를 때도 늘 떨어지기만 했다. 1990년 1월과 올해 7월을 비교하면 건설업종 지수는 563.53에서 124.01까지 78.0% 떨어졌다. 금융업종 지수는 1373.59에서 317.23으로 76.9% 떨어졌고 유통업종 지수는 858.75에서 269.33으로 68.6% 떨어졌다. 그 15년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왔다. 912.86에서 1021.95까지 12.0% 올랐다. 15년 동안 5분의 1 토막 났으니 그 동안 이 종목들에 목을 맸던 숱하게 많은 개미들의 설움을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인생무상이고 남가일몽이다.

코스닥 시장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 고점을 3월 이후 코스닥 지수는 2884.40에서 518.66으로 82.0% 떨어졌다. 5년 동안 사라진 시가총액은 무려 50조원에 이른다. 코스닥 시장이 개미들의 독무대였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그 손실은 대부분 개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올해들어 비로소 이 중소형주들과 건설, 코스닥 종목들 주가가 움직이고 있지만 이미 개미들은 상당수 떠난 뒤다. 개미들의 빈 자리를 메꾸는 것은 간접투자 시장의 확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기관들이다.

기관들이 올해 들어 비로소 대중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미 대형주들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이고 외국인들이 사들일만큼 사들여 좀처럼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산가치대비 가격이 낮다는 사실이 이들 대중주의 가장 큰 매력이다. 중소형주들 가운데서는 청산가치에도 못미치는 턱없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 종목들이 수두룩 하다. 어이없게도 개미들이 15년 동안 붙잡고 있을 때는 꿈쩍도 않던 주식들이 기관이 쳐다보자 마자 가볍게 뛰어오른다.

안타깝게도 간접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그때 그 개미들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실망해서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과 적립식 펀드에 새로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다른 사람들이다. 바야흐로 직접투자가 퇴조하고 간접투자가 활성화하는 투자문화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개미들과 대중주의 불행한 만남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흘러간 이야기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에 이제 개미들이 머물 곳은 많지 않다.

중소형주의 제값 찾기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15년 넘게 계속된 양극화 현상이 해소될 거라는 견해에는 반대한다. 주식시장은 한 사회의 총체적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중산층의 붕괴와 갈수록 확대되는 소득불균형,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사회전반으로 양극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만 예외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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