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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듯 좋은 세상이 올까.

월간 ‘말’ 3월호에 조천현 선배가 만든 다큐멘터리, ‘길’의 지상 중계가 실렸다. ‘길’은 조선의용군 출신 소설가 김학철의 마지막 몇년을 담은 영화다.

김학철은 평생을 철저한 사회주의자로 살았고 그래서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가 쓴 ’20세기 신화’는 중국에서 판매금지가 되고 31년만에 남한에서 출간됐다. 그 책 때문에 그는 10년의 감옥 생활에 14년의 강제 노동을 해야했다.

“진정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온다고 믿느냐”는 조천현의 질문에 김학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꼭 그렇게 되는 걸, 뭐. 아침에 해가 뜨면 한낮이었다가 저녁이 되는 것처럼, 사회발전 법칙에 따라 꼭 된다고. 누가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안하겠다고 해서 안되는 것도 아니야. 자연의 이치야.”

그러나 확신하는 것만으로 과연, 시간이 지나면 해가 뜨듯 좋은 세상이 올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의 문제다. 가깝게 더 직접적으로는 신자유주의나 금융 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문제다. 월간 ‘말’ 이종태 편집부장은 최근 ‘디지털말’에 쓴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좌파가 된다는 것은 윤리적 결단 이외에도 인문학과 경제학, 철학 등에 대한 밀도 높은 학습을 포괄하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김학철은 유언으로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를 외면하고 인간답게 살려거든 불의에 도전하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평생을 걸고 맞서 싸우는 현실을 어떤 사람들은 긍정하고 수용한다. 포기했거나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고 현실과 맞서 싸우는 일은 외롭다. 윤리적 결단조차도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런 결단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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