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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단의 길이.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강박증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출입문 손잡이를 만지기 싫다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할 때 전자 펜을 집기 싫다거나 하는 정도. 그래서 팔꿈치로 밀고 들어가거나 새끼손가락으로 사인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또 하나 강박증을 꼽자면 글을 쓸 때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꼭 찍고 문단의 길이를 정확히 맞추는 것.


좀 가벼운 기사일 경우 한 문단에 정확히 원고지 1매, 좀 분석적인 기사일 경우는 원고지 1.2매씩으로 맞춘다. 여기에서 ±0.2매 정도. 워드 프로세서 기준으로는 4줄과 5줄씩이다. 그래서 대략 원고지 20매짜리 해설 기사를 쓰면 정확히 15문단이 나온다. 이렇게 웹 사이트에 올리면 잘 잘려 나온 두부처럼 단정한 느낌을 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분량을 맞추려고 일부러 말을 줄이거나 더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문단의 호흡을 일정하게 가져가면서 리듬을 살리는 게 좋다는 게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각각의 문단마다 독립된 하나의 주제와 완결된 구조를 갖출 것, 가능하면 두괄식으로 쓰고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힘과 리듬을 잃지 말 것, 이게 내가 글 쓰는 사소하지만 꼭 지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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