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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비스타로 뭘 더 할 수 있나.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1, 2007

윈도우 비스타로 시작하는 멋진 회의를 상상해 보자. 과거 같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다들 멍하니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어야 했겠지만 윈도우 비스타의 미팅 스페이스 기능을 쓰면 훨씬 인터랙티브한 회의가 가능하다. 물론 회의 참석자들이 모두 윈도우 비스타가 설치된 노트북을 들고 있다는 전제에서다.

미팅 스페이스를 실행시키고 누군가가 모임을 개설하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참석자들은 그 모임에 참가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을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똑같이 보도록 할 수도 있고 내 노트북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이나 준비된 파일을 다른 참석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여러 대의 노트북으로 공동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USB 메모리로 파일을 옮겨 담거나 서로 메일을 주고받고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를 연결하느라 난리법석을 떨 필요도 없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도중이라도 권한만 넘겨주면 다른 누구라도 페이지를 넘기거나 파일을 공유하고 수정할 수 있다. 최대 10명이 각자의 노트북으로 하나의 문서 파일을 동시에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욱 강화된 원격 접속 기능도 눈길을 끈다. 회사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퇴근 후 집에 가서 열어보려 할 경우 굳이 파일을 옮겨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회사 컴퓨터에 원격 접속을 하면 된다. 여러 컴퓨터로 옮겨가면서 작업을 하고 나중에 어느 파일이 최신 파일인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 필요성을 새삼 절감할 것이다.

외근 직원이 많은 회사에서도 이런 원격 접속 기능은 유용하다. 노트북이나 PDA(개인휴대단말기) 등으로 언제라도 회사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해 필요한 파일을 찾거나 갱신하도록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별도로 가상사설망(VPN) 등을 구축해야 했지만 이제는 윈도우 비스타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지원한다.

USB 메모리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PDA 등 다른 모바일 장치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파일 서버와 PC의 특정 폴더를 동기화하는 기능도 있다. MP3플레이어와 특정 폴더를 동기화시키면 이 폴더에 새로운 파일을 내려 받을 때마다 자동으로 MP3플레이어에도 업데이트 된다.

파일 검색 기능도 훨씬 강화됐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맨 아래 검색 창이 뜨는데 여기에 검색할 단어를 집어넣으면 곧바로 이 단어가 들어간 파일의 목록이 주르륵 뜬다. 파일 이름뿐만 아니라 오피스 문서나 전자우편의 본문 내용까지 검색해 관련 파일을 찾아낸다. 과거 윈도우 XP의 파일 검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윈도우 비스타를 처음 쓰는 사람들은 파일이나 프로그램 찾기가 몹시 불편하다고 느끼겠지만 그런 불편은 곧 사라진다. 지금까지는 폴더를 열어 이름이나 날짜 순서대로 정렬한 다음 마우스 휠을 돌려가며 파일을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검색 창에 파일 이름을 입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검색 창은 폴더를 열 때마다 오른쪽 윗부분에도 나타난다.

윈도우 비스타에서는 그래서 시작 메뉴도 매우 단순해졌다. 프로그램의 목록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첫 글자만 입력하면 그 글자로 시작되는 프로그램들의 목록이 주르륵 뜨기 때문이다. 원격 데스크톱을 실행시키려면 검색 창에 ‘원’이라고만 입력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파일과 프로그램을 관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폴더 관리도 훨씬 쉬워졌다. 그림파일을 비롯해 멀티미디어 파일은 모두 미리 보기가 가능하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지 않고도 노출이나 색 조정 등의 간단한 편집을 할 수 있다. 사진에 태그를 붙여 분류와 검색이 쉽게 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기본으로 따라오는 무비 메이커로 동영상 편집도 가능하다.

화면 오른쪽에 시계나 날씨, 실시간 뉴스, 계산기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띄울 수 있는 사이드 바 기능도 돋보인다. 사이드바에 띄우는 이런 프로그램을 가젯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가젯을 온라인에서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PC 안의 그림파일들을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슬라이드 쇼를 띄울 수도 있다. 한 화면을 나눠 쓰는 본격적인 멀티 태스킹인 셈이다.

윈도우 비스타와 함께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7도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오피스 2007에는 특별히 리본과 갤러리 기능이 추가됐다. 리본은 기존의 메뉴와 세부 메뉴, 아이콘 툴바를 통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다. 리본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세부 메뉴가 뜨는 대신 리본의 구성이 통째로 바뀌게 된다.

갤러리는 미리 보기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디자인 구성을 본문에 적용하기 전에 미리 살펴볼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마우스를 갤러리 위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본문의 서체나 그래프 형태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쓰지 못했던 고급 기능의 활용도 가능하게 됐다.

윈도우 비스타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7.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6.0 버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먼저 탭 브라우징이 가능하다는 것. 여러 개의 창을 띄우지 않아도 한 창 안에 여러 개의 탭을 띄울 수 있기 때문에 비좁은 작업표시줄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여러 탭을 한꺼번에 썸네일 크기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주소 창 옆에 붙은 라이브 서치 창도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굳이 포털 사이트를 찾지 않아도 이곳에 검색할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결과만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본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이 설정돼 있지만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 등 다른 포털 사이트의 검색엔진을 바꿀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브닷컴을 첫 페이지로 내건 것도 눈길을 끈다. 입맛대로 뉴스 사이트나 자주 가는 블로그의 RSS 파일을 집어넣고 최신 목록이 업데이트 되도록 설정을 고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포털 사이트를 첫 페이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기업으로 발을 넓히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욕망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윈도우 비스타는 또 보안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액티브X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때마다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지저분한 어플리케이션이 무작위로 설치될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시스템의 안정성도 높아졌다.

보안 설정이 너무 까다로워 인터넷 뱅킹이나 신용카드 결제, 온라인 게임 등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윈도우 비스타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호환되는 어플리케이션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웨어와 악성 코드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윈도우 디펜더라는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설치된다.

보안을 위해 관리자 계정과 표준 계정을 분리한 부분도 주목된다. 역시 윈도우 XP 시절부터 있던 기능이지만 비스타부터 더욱 강화됐다. 표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대부분의 기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임의로 설치 또는 제거하거나 외부 프로그램이 시스템 설정을 건드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윈도우 비스타는 전반적으로 훨씬 쉽고 훨씬 편리해졌고 훨씬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윈도우 XP를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기능들이 상당 부분 수용됐다. 네트워크와 모바일,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 신경을 쓴 부분도 돋보인다. 직관적이고 세련된 인터페이스도 매력적이다. 한번 써본 사람은 윈도우 XP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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