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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4, 2004

2월14일 성광야학 세미나 발제 자료입니다. 몇차례에 걸쳐 연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참고 : 세계화와 그 불만 / 조지프 스티글리츠.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 노암 촘스키)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 강상구)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 조지 소로스)

먼저 놀라운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어느 나라든 외국 자본의 침탈에 환율을 지켜내려면 어느 정도 외환 보유액을 확보해야 한다. 외환 보유액이 없으면 투기자본이 몰려들어오고 한 나라 경제가 몇일 사이에 거덜나는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외환 보유액이라는게 외환을 은행에 마냥 쌓아두는게 아니라 보통은 미국 국채를 사서 보관하는걸 말한다. 미국 국채의 금리는 4% 수준이다.

세계를 환율 전쟁의 도가니에 몰아넣으면서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헐값에 돈을 빌려온다. 그리고 미국 은행은 그 돈을 다시 가난한 나라들에게 터무니 없이 비싼 이자에 빌려준다.

어떤 가난한 나라의 기업들은 미국은행에서 18%에 돈을 빌리는데 그 나라 정부는 외환 보유액을 맞추려고 4%짜리 미국 국채를 산다. 결국 18%에 빌려서 4%로 다시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자를 갚느라 그 나라 산업은 투자 여력이 거의 없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벌어진다.

세계화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세계를 통털어 우리나라만큼 착실하게 성장의 발판을 닦아온 나라도 없다. 저축이 경제를 뒷받침했고 자생적으로 알짜배기 기업들이 성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IMF를 두둘겨 맞았을까.

외환 위기라는건 다분히 머니게임의 산물이다.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 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우리나라에 돈을 더 빌려주지 못해 안달했던 세계의 모든 은행들이 당장 돈을 갚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외국의 은행들은 사실 손해볼게 없었다. 한 나라가 거덜이 나든 말든 IMF가 나서면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게 될 테니까.

그러나 그 후유증은 심각했다. 환율이 껑충 뛰어오르면서 눈덩이처럼 빚은 불어났고 그 빚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 IMF는 돈을 빌려주면서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제 정부는 뒤로 빠져라.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모든 걸 시장에 맡겨라.

우리나라와 비슷했지만 태국은 더 심각했다.

환율이 오를 거라고 믿은 국제 투기꾼들은 바트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환율은 실제로 오르기 시작한다. 정부는 환율을 지키려고 외환 보유액을 헐어서 바트화를 사들인다. 결국 외환 보유액이 바닥나고 더이상 환율을 지킬 수 없게되면 환율은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한다. 투기꾼들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바트화를 사들인다. 그 과정에서 투기꾼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다. 위기의 진원이 바로 여기다.

이를 테면 투기꾼 프레드는 태국은행에서 240억바트를 빌린다. 환율은 달러당 24바트. 그 돈을 10억달러로 환전한다. 일주일 뒤 환율이 떨어지고 이제 달러당 40바트가 된다. 그는 통장에서 6억달러를 꺼내 그 돈을 바트로 바꾼다. 그럼 240억바트가 된다. 그러면 그 돈으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다. 남은 4억달러는 그의 이익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997년 부채가 걱정스러울만큼 많았다. 그런데 IMF는 외환 위기를 넘어서고 싶으면 금리를 올리라고 강요했다. 실제로 금리는 25%나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신규 투자는 꿈도 못꾼다. 결국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은행도 따라 무너진다. IMF는 이 모든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거나 조장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체 기업의 75%가 곤경에 빠졌고 태국에서는 은행대출금의 50%가 회수불능상태가 됐다. 그 모든 부담은 국민이 진다. 실업이나 빈곤까지도 모두 노동자들의 몫이다. IMF는 이 모든 파장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그나마 빨리 빠져나온 것은 IMF의 강요에 맞섰기 때문이다. IMF는 부실 은행을 폐쇄하고 과잉상태에 놓인 반도체 산업을 정리하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은행을 폐쇄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될 게 뻔했다. 그리고 IMF는 반도체 산업 전문가가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는 은행에 돈을 쏟아부었고 환율을 붙잡는 한편 외환 보유고를 꾸준히 늘려나갔다. 다행히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제는 되살아났다.

그때 IMF가 노렸던 건 무엇이었을까. 재정 문제를 왜 IMF는 구조조정의 문제로 풀려고 했을까.

놀라운건 이 모든 위기가 단순히 머니게임 이상은 아니라는데 있다. 머니게임이 한 나라와 수천만 국민들의 생존권을 쥐고 흔든다. 곳곳에서 자본의 침탈이 시작된다.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줄어들고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제3세계 나라들은 갈수록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노암 촘스키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금융자본은 하루 1조~3조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출과 수입 등 실물 경제와 관련된 부분은 5% 수준, 나머지는 모두 선물과 외환 시장을 넘나드는 투기자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1554억달러, 국내총생산은 4766억달러다.) 얼마든지 나라 하나쯤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규모다.

시장도 좋고 자유주의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자본의 시장이고 자본의 자유주의일뿐 개인은 보호받지 못한다. 이게 바로 시장근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착각하지 마라. 슈퍼에서 라면 사는게 지금 말하는 시장이고 자유가 아니다. 문제는 자본의, 침탈의 자유다. 노동자가 팔 수 있는건 빈약한 노동력밖에 없다. 자본에게 자유를 허용할 때 당신을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한다.

참조 : 인권영화제에 가다. (이정환닷컴)
참조 : FTA와 민중연대를 생각함.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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