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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칼럼, 쌍용차 재판 때문에 비정규직 늘어난다고?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20, 2014

‘막장’ 칼럼의 계보를 잇는 황당무계한 칼럼이 나왔다.

“‘천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이 미래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위터나 날리면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는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이나 “이웃나라를 잘 아는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는 중앙일보 이철호 칼럼, 창작의 경지로 승화시킨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의 동아일보 최영해 칼럼 등의 반열에 놓을 만한 수준이면서도 훨씬 더 난감하고 해괴한 주장을 담고 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18일 동아일보에 쓴 “‘쌍용차 해고자 복직’ 판결은 잘못됐다”는 제목의 칼럼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이 칼럼에서 “판사의 따뜻한 마음과 결합한 ‘짧은 생각’이 일파만파 초래할 ‘진짜’ 사회적 약자들과 청년들의 피눈물이 눈에 밟혔다”면서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렸다”고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나라 정리해고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게 이 칼럼의 요지다.

“현금도 바닥났고, 대주주(상하이 차)도 두 손 들었고, 자동차 산업의 특성으로 보나 쌍용차의 제품력, 영업력, 비용구조로 보나 환골탈태 없이는 돈 빌려줄 금융기관도, 인수할 기업도 있을 수 없는 상태인데, 청산을 피하고 해외 인수자를 모셔오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단행한 정리해고가 무효라면,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후에도 쌍용차 같은 중환자(기업)가 나오면, 이를 고용승계-인수합병 방식으로 살리기보다는 해고무효 소송 소지가 아예 없도록, 아예 기업을 완전히 죽여서 장기(臟器·자산)만 떼다 파는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이 끝난 쌍용차의 기업 가치를 보고 인수한 마힌드라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씨의 칼럼은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을 보는 보수 진영의 불편한 시선과 척박한 논리 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씨는 이 칼럼에서 “2009년 당시의 쌍용차는 뼈를 깎고 생살을 도려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채권자나 투자자도 거들떠보지 않는 회사였다”면서 “그런데도 진보 정당과 일부 매체는 쌍용차가 ‘해고 살인’을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고 몰아붙였고, 2심 재판부는 이런 여론을 상당 정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으면 쌍용차가 지금처럼 살아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다. 이번 판결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상황에서도 정리해고를 못하게 되고 그래서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될 거라는 전형적인 자본의 논리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김씨는 법원 판결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법원 판결의 핵심은 쌍용차가 정리해고의 두 가지 요건, 첫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둘째,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가 주장하는 유동성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 정도가 과장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원은 또 “기업회생 절차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정리해고에 대한 회생 법원의 허가가 있었다고 해서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쌍용차 노조 기획실장 출신 해고 노동자 이창근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법원 판결은 쌍용차가 그때 멀쩡한 상태였고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어도 회생할 수 있었다는 판결이 아니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절차와 과정을 제대로 밟아야 한다는 판결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려우니까 해고를 한다’가 아니라 ‘해고를 할 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사측이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라는 이야기다.

이씨는 “김대호씨는 과정과 결론의 문제를 혼동해서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쌍용차가 당시에도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미리 반영해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과장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정리해고 덕분에 쌍용차가 살아났다는 논리로 부당한 정리해고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기업회생 절차는 신청만 하면 90% 이상 인용된다”면서 “이번 판결은 단순히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회생=정리해고 가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법원은 노조가 제기했던 회계조작 의혹을 상당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법원은 쌍용차가 신차종 투입계획을 반영하지 않아 현금흐름 등을 과소 계상했고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다 계상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영상의 긴박한 필요라는 요건이 애초에 과장됐다는 이야기다.

쌍용차는 손상차손 조서에 2009년부터 액티언과 렉스턴, 카이런, 로디우스 등을 단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면서도 정작 후속 모델 매출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 법원은 “6개의 보유차종 가운데 4개 차종을 단종한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2013년까지 일체의 신차를 개발·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쌍용차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판결 직후 “신차 판매계획은 당시의 자금사정과 경영여건상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신차개발은 고사하고 회사의 지속가능성 마저 위협받고 있던 시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액티언과 카이런의 경우 손상차손 조서 작성 시점 당시 유효하게 존재한 판매계약마저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서 “법원은 유형자산 손상차손의 개념상 계속적으로 기업이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므로 회사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유동성 위기가 일부 존재해 회생절차 개시신청까지 이른 점은 있으나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다수의 부동산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참고로 김씨는 서울대 81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두 차례 수감생활까지 한 바 있다.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1995년 운동권 출신을 특별 채용하면서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중도적 성향의 씽크탱크를 자처하며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김대호씨 주장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애초에 고용문제를 보는 시각이 잘못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애초에 비정규직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논리라면 오히려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이번 판결에서 쌍용차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된 엄격한 해고 요건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진보적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비판하면서 정규직이 양보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봉이 아무리 많아도 노동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사회적 약자일 뿐”이라면서 “정규직 해고가 쉬워진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줄어들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당연한 것처럼 인정하는 이런 논리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정리해고를 강행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기업회생 절차 여부와 무관하게 법에 정해진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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