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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도 여전히 헐값인 MP3 파일, 잘못 꿴 첫 단추?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7, 2012

디지털 음원 가격이 오르고 저작권자 등의 수익배분 비율도 오를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발표한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음원 다운로드 가격은 600원으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5~30곡을 묶음으로 다운로드 할 경우 한 곡에 50%, 100곡 이상일 경우 75% 할인된 가격이 적용된다. 한 곡당 가격이 현재 60원에서 내년 1월에는 105원으로, 그리고 해마다 10%씩 올라 2016년부터는 150원 수준으로 오른다.


현재 월 9천원에 판매되는 150곡 묶음 다운로드 상품의 경우 내년 1월이면 1만5천원으로, 2016년이 되면 2만2천원까지 두 배 이상 뛰게 된다. 한때 폐지가 검토되기도 했던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 상품은 한 종류의 기기에서만 쓸 경우 현행 3천원과 동일하지만 휴대전화와 컴퓨터에서 함께 이용할 경우 가격이 월 4천원으로 책정됐다. 곡당 12원 수준의 종량제 스트리밍 과금제도 도입된다.

주목할 부분은 지금까지는 권리자와 유통사의 수익배분 비율이 42.5~60% 수준이었으나 개정안에서는 60%로 높아졌다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애플이 아이튠즈에 적용하고 있는 30 대 70의 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음악 제작자와 실연자, 저작권자 등 음악 권리자의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종량제 상품의 경우 곡당 12원을 받아 저작권자가 1.2원, 실연자가 0.72원, 제작자가 5.28원, 모두 7.2원을 나눠받게 된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같은 제작사들은 스트리밍의 경우 26~68%, 다운로드의 경우 32~83%까지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 기준으로 이 두 회사의 디지털 음원 매출은 각각 4%와 10% 수준인데 영업이익률이 4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음원 매출이 50%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이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각각 5%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연구원은 “반면 이익배분률이 줄어드는 CJE&M과 로엔, 네오위즈인터넷, 소리바다, 벅스 등 플랫폼사들은 스트리밍과 개별 다운로드는 30% 가까이 줄어들고 묶음 다운로드는 45%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상황에서는 정확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초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를 폐지하자는 요구도 있었으나 이 경우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이탈로 수요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가격 저항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업체의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스마트 기기와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음원 시장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전망에 따르면 유료 가입자가 40만명 줄어들고 가입자당 매출이 50%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음원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2026억원에서 올해 261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음원 권리자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실연자연합회, 음원제작자협회 등은 9일 성명을 내고 “문화부가 당초 개정 취지를 망각하고 권리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개정안을 직권으로 발표했다”며 “즉시 승인 처분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를 철회하고 전면 종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리자 단체들은 할인 폭을 줄이고 음원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플랫폼사들은 가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옮겨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음원 판매가 확산되면서 2001년 3730억원에 이르던 음반 판매가 2007년에는 790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반면 음원 판매는 2001년 980억원에서 2007년 4280억원으로, 2010년에는 622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 음반 판매 820억원의 7.6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음원 가격이 이렇게 헐값인 건 불법 다운로드에 익숙한 사람들을 합법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든 지금도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가격이 뛰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거나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몰릴 거라는 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장인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월 3천원에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마 없애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음원 가격이 현실화돼야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 같은 사람들도 음악하면서 살 수 있을 텐데. 모든 음악이 동일한 가격에 팔리고 단순히 다운로드나 재생횟수에 따라 돈을 받는 것도 사실 문제가 많다. 애플은 돈이라도 많이 주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박리다매를 하면서 정작 그나마 그 박리의 대부분을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간다.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는 사용자에게는 편리하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끔찍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루드비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4개 트랙이고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32개 트랙이다. 시간은 베토벤이 더 긴데 돈은 바하가 8배나 더 많이 번다는 이야기. 게다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1번 트랙과 32번 트랙은 같은 곡이다. CD 가격은 같을 수 있지만 음원 단위로 판매될 때는 일단 트랙이 많은 게 훨씬 더 많은 매출을 가져다 준다는 이상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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