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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이냐 반납이냐 절감이냐… 말 장난에 놀아난 조삼모사 언론.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25, 2009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늘리자는 이른바 대타협 선언에 언론이 낯 뜨거운 극찬을 쏟아냈다.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계는 임금을 절감해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도 이들 기업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 없는 선언일 뿐인데다 민주노총이 빠지고 한국노총만 자리를 채운 반쪽짜리 합의였고 무엇보다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반발 여론도 거셌지만 정작 언론 보도는 칭찬 일색이었다.


한국일보는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고 동아일보도 “사회 전방위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때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이라는 도약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이번 합의를 통해 세계 경제위기의 폭풍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환영했다. 이들 언론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이 어떻게 위기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노동계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받아들인 반면 경영계는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는데 언론의 해석은 달랐다. 매일경제는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핵심 요구사안을 각각 한발씩 양보하면서 고통분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영세 자영업자와 임시 일용직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정부가 31조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핵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용어 선택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는데 여기에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한국노총은 “임금 동결 또는 반납”이라는 용어를 고집했고 경영계는 “삭감”이라고 써야 한다고 맞섰다. 임금 반납이 임금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시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회사에 돌려주는 의미라면 삭감은 말 그대로 임금을 깎는다는 의미다. 결국 “임금 절감”이라는 어정쩡한 합의를 끌어냈는데 언론은 이를 임금 반납보다는 삭감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조선일보는 “삭감과 절감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의 임금 삭감형 일자리 나누기 대책을 추인하고 합의한데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참여연대는 “임금동결 및 삭감은 노동자의 소비지출 능력을 감소시켜, 내수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코 일자리 대책도 경제위기 해법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노동자들의 고통 전담에 집중돼 있다”면서 “정부와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경총의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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