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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에 투영된 보수·경제지들 시장주의 욕망.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0, 2007

경제를 살리겠다고 천명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선출됐다. 보수·경제지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동안 이들이 줄기차게 외쳐왔던 감세와 규제 완화가 눈앞에 다가오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실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고 성장 우선주의 정책을 펼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와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와의 간극은 어느 정도일까. 20일 아침 보수·경제지들은 일제히 이 당선자에게 요구사항을 늘어놓고 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반기업·반시장 정서를 청산하고 실종된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경은 규제 개혁을 위해 정부 조직을 축소하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세력들에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공권력의 위엄을 높여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아찔함마저 느낄 정도다. 매경은 “불법 파업과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 등에 따른 사회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도 핵심 이슈다. 매경은 “세금 위주 규제 정책은 시장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는만큼 집값 안정책은 수요가 있는 곳에 집을 더 짓는 공급 정책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을 인용했다. 매경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은 강남 재건축 추진단지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것”이라며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매경은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강남권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펼치는 등 부유층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권이라는 비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집권 초기 획기적인 규제 완화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경 7면 기사에 <1주택 종부세·양도세 완화 경감 등 미세한 손실 예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국경제는 “당선자에게 바란다”는 노골적인 제목으로 오피니언 리더 15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오피니언 리더라고는 하지만 절대 다수가 기업과 금융기관 CEO들이다. 제목만 훑어봐도 친기업·친시장 정서가 확 묻어난다.

– 작은 정부로… 청와대부터 확 줄여라.
– 경제 살리려면 기업인 자주 만나라.
– 보호·지원 중심 중소기업 정책 대변화 시도해야.
– 흐트러진 법 질서 바로 세워라.
– 집단 이기주의에 굴복해선 안 돼.
– 공무원 인건비 총액으로 규제해야.
– 참여정부식 독선·아집은 설 곳 없어.
– 대입 본고사 허용해야.
– 신도시 분양주택 비중 높여야.
– 행정·혁신도시 재검토해야.

머니투데이는 더 화끈하다. <세금·규제·부동산·기업·노사·교육·대북정책…/현 정부와 공통점 하나도 없어>에서 “질적 변화의 폭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머니투데이는 “잘하는 사람, 대기업 등은 정부가 지원할 필요 없고 발목만 잡지 않으면 된다”는 이 당선자의 핵심 브레인인 곽승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머니투데이의 전망은 구체적이다. 이 당선자의 공약을 요약한 것이지만 머니투데이 등이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 법인세 5조원 등 연 10조원 규모 감세.
–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0%로 인하.
– 주택·교육·의료비 소득 공제 확대.
– 유류세 10% 인하.
– 중소기업 정규직 인건비 증가액 5% 규모 세금 감면.
– 세출 20조원 절감.
– 정부 부처 축소 또는 통폐합.
– 산업은행, 한국전력, 석유공사, 토지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
– 금산분리 완화.
– 종부세와 양도세, 재건축 규제 완화.
–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제 완화.

동아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이 꼽은 새 대통령의 과제”라며 <"규제 족쇄 풀어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금 부담을 낮추고 공기업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고 반기업 정책 틀을 벗어나 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FTA 협상을 빨리 매듭 지을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경제기획원 출신에 밀려났던 재무부 출신들이 새 정부의 성장 패러다임을 타고 속속 복귀할 태세”라며 “모피아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조선일보는 <증시 랠리 시작되나?>에서 일부 증권사들이 신 정부 첫해 주가 최고치로 2500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주가는 국내의 정책적 변수보다는 대외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신 정부 출범에 따른 주가 상승을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건설·금융·운송·화학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신자유주의로 신자유주의 후유증 치유할 수 있을까

이 당선자의 공약은 철저하게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맞춰져 있다. 파격적인 감세를 공언하고 있지만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교육과 노동, 환경정책 역시 철저하게 시장과 무한 경쟁의 원리에 내몰리게 됐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없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폭등에 대한 우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당선자를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은 이 당선자의 “실용정부”가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무능 탓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BBK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낸 대통합민주신당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진영에서도 이명박의 성장 우선주의를 넘어설만한 매력적인 패러다임을 내놓지 못했다.

48.7%의 유권자들과 대부분의 언론은 신자유주의의 상처를 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로 치유하자는 실험에 앞으로의 5년을 걸었다. 일단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의 성장지상주의와 무한경쟁패러다임이 지난 10년 신자유주의 개혁의 후유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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