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패러다임이 BBK 공방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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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냉정하게, 또는 냉소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명박의 BBK 공방은 결국 여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언론이 놀아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특검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BBK 사건은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명박이 거짓말을 한 것은 분명하고 그의 신뢰에 크게 금이 간건 사실이지만 주가 조작에 개입하거나 지시하거나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만으로 사법처리를 받지는 않을 테니까요.


많은 유권자들이 그의 인간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믿는 상황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당과 진보 성향의 언론이 BBK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긴 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정치인 개인의 비리보다는 이명박으로 대변되는 성장 패러다임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선택한 것이죠.

언론은 정치적 어젠다를 비교 분석하고 새로운 국가 비전을 모색하기 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을 중계하고 확대 재생산하느라 지난 몇달을 소진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유권자들은 그래도 이명박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고요.

물론 이명박은 나쁘고 그의 비리를 들춰 내서 그를 낙마시키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이 생산적인 논의를 끌어내는데 게을렀다는 반성도 해봅니다. 저급한 정치 현실 탓일 수도 있겠죠. 언론은 그 저급한 현실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이명박의 도덕적 결함을 공격하는 것 못지 않게 이명박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파헤치고 민중의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정동영에게는 이명박 이데올로기에 맞설 매력적인 어젠다가 없었고 다행히도 이명박에게는 BBK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던 것이죠. 유권자들이 굳이 정동영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던 건 노무현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무현 이데올로기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동영에게는 BBK 공방이 그나마 최선이었겠지만 이명박을 무너뜨리려면 단순히 이명박이라는 개인을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명박 이데올로기에 맞설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내놔야 했겠죠. 언론 역시 마찬가지고요.

BBK 공방으로는 이명박 이데올로기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살인자만 아니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로이터통신은 한나라당에서 개가 나와도 당선될 거라고도 전망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강력한 보수 회귀 성향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이명박을 지지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입니다.

아래는 올해 2월부터 월간 미디어미래에 ‘정치와 언론’이라는 주제로 기고했던 글 목록입니다. 언로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그리고 유권자들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됐다면 전혀 다른 국면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 실종된 정치… 플라시보 효과와 폴리테인먼트의 부작용. (이정환닷컴)
참고 : 블로거들, 낡아빠진 선거법과 전쟁을 벌이다. (이정환닷컴)
참고 : 언론의 대선 후보 공개 지지, 어떻게 볼까. (이정환닷컴)
참고 : 이미지 정치…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아는가. (이정환닷컴)
참고 : 유튜브 토론회… 민의를 직접 표출하는 시대. (이정환닷컴)
참고 : 우리에게 패러디의 자유를 달라.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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