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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원리로 환경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지난 15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을 비롯해 모든 당사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 교토 의정서 체제에서는 39개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지만 2009년까지 마련돼 2013년부터 도입되는 포스트 2012 체제에서는 모든 당사국으로 확대된다.


이번 발리 로드맵을 보는 언론의 반응은 이율배반적이다.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새로 열리는 탄소 배출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충돌한다. 환경 문제를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당면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 감축국에 해당되지 않았다. 환경은 뒷전이고 성장에 목을 맨 정부나 기업, 그리고 언론도 교토 의정서 체결 이후 지난 10년 동안 마냥 허송세월을 보내왔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4년 기준 5억9000만 톤으로 1990년 2억2600만 톤에서 2.6배나 늘어났다.

대부분 언론은 아직까지도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17일 칼럼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의 동향을 잘 살피면서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추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감축을 촉구하기 보다는 정치적인 해법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다분히 자가당착적인 해법이다. 서울신문은 17일 에서 “온실가스를 사고파는 탄소시장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지난해 기준 301억 달러에 이르는 이 시장에 국내 기업들도 적극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더라도 이를 기업에 할당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율 감축을 최대한 유도한다는 계획인데 서울신문은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정부와 언론의 상황 판단은 안일하기만 하다. 당연히 그 해법도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더 많은 석유와 석탄을 캐내고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리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헛소리”라는 내용의 칼럼을 내보내기도 했다. 공급 억제 없는 수요 억제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가디언은 “화석연료는 하나도 남김없이 캐내되, 아무도 사용하지 않기를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탄소 배출권 시장이 배출권 거래만 늘릴 뿐 오히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중국의 값싼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한다. 탄소 배출권 시장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탄소 배출권 시장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은 지극히 단편적이다.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뉴스메이커는 “기후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창출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자는 대의보다 탄소시장을 향한 국제적 패권 경쟁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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