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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한 시가총액은 어디로 가나.

종합주가지수가 3.11% 폭락한 다음날인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은 3면 에서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의 여파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해 30조8043억 원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고 전했다. 주가는 이날도 폭락을 거듭했고 파이낸셜뉴스는 22일자 1면 에서 “이달 들어서만 시가총액이 양대 시장 합쳐 135조 원 가량 증발했다”고 전했다.


이들 경제지의 문법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52조2338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23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888조2676억 원, 코스닥시장은 98조8018억 원이다. 10월31일 시가총액이 각각 1028조5955억 원과 110조7077억 원이었으니까 20여일 만에 각각 140조3279억 원과 11조9059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증발한 시가총액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말 그대로 허공으로 사라진 것일까.

시가총액은 말 그대로 시중 가격의 총액이다. 거래되는 주식의 현재 가치를 모두 더한 값이라는 의미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실적과 수익성을 반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시황과 수요공급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고 이익이나 손실을 실현하지 않는 이상 부는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현재 가치가 바뀔 뿐이다. 그런데 경제지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표현을 쓴다.

주가 상승을 이익으로 보고 하락을 손실로 보는 증권 기사의 조급한 보도 태도는 중장기 가치투자보다는 단기 추동매매를 부추긴다. 수요가 몰려 주가가 뛰어오르고 시가총액이 한없이 계속 늘어나면 좋겠지만 적정주가를 넘어서면 거품이 끼게 마련이고 거품은 언젠가는 결국 빠질 수밖에 없다. 시가총액은 증발한(있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늘 움직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가치에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보다는 유동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언론 보도도 철저하게 유동성의 향방을 좇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정의석 부장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은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 개선”이라고 지적한다.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정 부장은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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