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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들, 중소기업 목 조르는 대기업에 침묵.

툭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외치던 언론이 정작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부품 가격을 부당하게 깎고 지연 이자를 물지 않는 등 부당 하도급 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해 각각 과징금 16억9000만 원과 대금 및 이자 46억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난 현대·기아차의 부당하도급 행위는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어두운 단면이다. 대기업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을 전가해 왔다. 대기업의 횡포와 중소기업의 잇따른 몰락은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원가절감하게 납품단가 3.4%씩 낮춰라.”

공정위가 공개한 사례는 그야말로 경악할 정도다. 현대차는 2003년 1월 소형차인 ‘클릭’의 제조원가를 242억원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6개 납품업체의 789개 부품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3.4% 내렸다. 납품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에서 제품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불평등한 거래의 원리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현대차는 또 2004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 말까지 18개 납품업체에 짧게는 11일, 길게는 956일씩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이에 따른 지연이자 1억18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기아차 역시 비슷하다. 2003년 6월부터 2005년 말까지 ‘리오’와 ‘옵티마’ 등의 부품을 만드는 34개 납품업체의 부품단가를 0.9%에서 많게는 29.9%까지 내렸다. 기아차는 나중에 ‘쏘렌토’와 ‘카니발’의 부품 단가를 올려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구두로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납품업체들 손실은 26억 원에 이른다.

중앙, 한경 1단… 조선, 세계 침묵.

현대·기아차는 “생산물량이 늘어 고정비용이 줄어든데 따른 정상적인 단가 인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6일 전국 단위 일간지와 경제지를 비교한 결과 한겨레가 1면과 경제면, 사설에서 대기업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와 서울경제가 4단 기사로 다뤘다. 경향도 사설에서 다시 한번 다뤘다.

국민일보와 매일경제는 3단, 동아일보와 머니투데이, 서울신문은 2단 기사로 다뤘고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1단으로 다뤘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아예 기사를 싣지 않았다. 헤럴드경제와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 등 경제지도 침묵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에 드러난 납품단가 부당인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납품업체들을 쥐어짜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과징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실질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대기업 납품에 목을 매고 있는 협력업체로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당국에 신고하는 행위는 회사 문을 닫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이러니 구체적인 사례가 드러나지 않고 정부가 아무리 상생협력회의를 열어봐야 획기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향은 “직권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하는 것이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데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신문은 모두 공정위 발표와 현대·기아차의 반박을 단순 소개하는데 그쳤다.

매일경제가 이라고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제목을 뽑은 것이 돋보인다. 중앙일보는 2면에 거의 보이지 않을만큼 작게 처리했다. 현대차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경제 역시 6면에 1단 기사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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