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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시 읽다.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갈망한다.” 우리는 여기에 동의하기도 하고 동의하지 않기도 한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과 상당부분 비슷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미 가진 것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스탕달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기초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의 욕망 만으로는 왜 우리가 다른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네가 너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결국 “네가 너이기 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서로 의존적 요구를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내부에 부족한 것이 없으면 우리는 다른 누구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다른 누구를 소유하려 하거나 갈망할 이유가 없다.

클로이가 완벽해 보이는 것과 달리 나는 늘 혼란스럽다. 물론 여기에는 큰 착각이 있다.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지만 클로이에 대해서는 그만큼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늘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본다. 그래서 클로이는 동그랗고 완전해 보인다. 우리는 클로이의 그런 완전성을 갈망하는 것이다. 착각일뿐이라도 그런 완전성은 매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공통점을 찾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낭만적 편집증 환자”가 되기도 하고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 사람에게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초콜렛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초콜렛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를 시키고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한다.

보들레르는 어느날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으로 막 사귄 여자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화려한 고급식당, 창밖에서 가난한 가족이 전혀 다른 세계를 부러움과 경이감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보들레르는 동정심과 함께 특권계급의 수치심을 느꼈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맞은편에 앉은 여자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때 여자친구가 말한다. “웨이터 불러서 저 거지들 좀 쫓아버려요. 기분 나빠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완전성을 갈망하는만큼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성을 발견할 때 충격을 받는다. 불완전성일 수도 있고 단순히 견해나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다. 바하의 음악을 즐겨듣는 나에게 클로이는 말한다. “저 끔찍한 요들송 좀 꺼줄 수 없어?”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토론 끝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누구를 사랑하면서도 사실은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자기 자신을 더 지키고 싶어하고 상처받기 두려워하고 그래서 자존심이나 자만심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새삼스러운 발견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는, 묘한 자존심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이율배반적이고 그 경계는 모호하다. 과장되게 말하면 우리는 갈망하거나 짜증내거나 양극단을 오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들 가운데 아직도 짝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누구는 그 사람을 잃는 상황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사람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는다. 그는 그게 영원한 관계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엠씨더맥스의 노래 제목처럼 단념이 집착을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 다른 누구는 거꾸로 집착이 싫어서 관계를 단념을 결심하기도 한다. 또 다른 누구는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고 결국 사랑은 상보적이다. 그런 이해의 바탕에서 동등하게 서로의 불완전성을 채워가는게 사랑의 시작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성광야학 독서토론모임 두번째 과제도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참고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다.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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