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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비스타를 버리다.

5개월 만에 윈도우 비스타를 포기했다. 메모리를 1GB로 늘린 뒤로 그럭저럭 속도는 빨라졌지만 프로그램 호환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고스트와 데몬, 네로, 포토샵, 아크로뱃 등이 잘 설치되지 않거나 최신 버전을 따로 구입해야 하거나 설치된 뒤에도 에러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백신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안철수연구소의 V3나 뉴테크웨이브의 바이러스체이서 역시 실시간 감시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쯤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스타를 쓰면 뭐가 더 좋은가.

먼저 깔끔한 화면. 에어로 글래스는 볼 때마다 흐뭇하게 한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사이드 바? 시계나 달력, 포스트잇 등을 띄워 놓을 수 있어 편리했지만 화면이 비좁아 불편했다. 와이드 화면이면 모를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기해 했지만 결국 꺼버렸다. 더 많은 위젯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냥 빛좋은 개살구.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긴 했지만 PC를 TV에 연결할 게 아니라면 글쎄. 동영상이야 여전히 곰 플레이어를 쓰기 마련이고 MP3야 아이튠즈가 더 나은데, 굳이 운영체제에 이렇게 쓸모없는 프로그램을 잔뜩 집어넣어야 했을까.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파일 검색 기능. 파일 전체가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있어 첫 글자만 입력해도 관련 파일과 메일의 목록이 주루룩 뜬다. 컴퓨터를 몇년 쓰다 보면 내 문서 안에 수천개의 파일이 쌓이기 마련인데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물론 몇몇 포털 사이트에서 데스크톱 검색 기능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 경우는 운영체제 안에 녹아 있는게 훨씬 편하다.

보안 기능이 강화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툭하면 나타나는 팝업 창. “관리자 권한으로 다시 실행하겠습니까.” 게다가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뜨지 않는 웹 페이지.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관리잔데 내 허락을 늘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버튼을 두번 이상 더 눌러야 한다.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거냐고 물으면 늘 그렇다고 대답을 하게 된다. 그런 불편을 거쳐서 얻는게 무엇일까.

비스타를 쓰면 뭐가 더 좋은가. 나는 다행히 정품 비스타를 선물 받아서 쓸 수 있었지만 돈을 주고 구입하라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불법 복제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나는 좀 더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시스템을 쓰는 재미는 있겠지만 잃는게 너무 많다. 굳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르모트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일반 사용자라면, 굳이 당장 보안이 절박하지 않다면, 조금 더 기다리고 충분히 안정화 될 때 그때 갈아타도 충분하다.

호환성 문제야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국 5개월 만에 비스타를 버리고 XP로 돌아왔다. 새로 설치한 XP는 훨씬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지만 벌써부터 약간 싫증이 난다. 앞으로는 우분투 리눅스를 멀티 부팅해 우분투를 주로 쓰되 XP는 어쩔 수 없을 때만 번갈아 가면서 쓸 계획이다.

참고 : 윈도우 비스타, 매력적이지만 당장 갈아타기는 찜찜. (이정환닷컴)
참고 : 구닥다리 PC는 비스타 꿈도 꾸지 마라.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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