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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피로, 초기 괴혈병 의심해 봐야.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9, 2007

비타민 이야기를 하면서 1740년 영국 해군의 아메리카 대륙 원정을 빼놓을 수 없다. 조지 앤슨 제독이 이끌었던 이 함대에는 선원 1955명이 타고 있었는데 4년 뒤 귀항했을 때는 634명만 살아 돌아왔다. 전투로 죽은 사람이 4명, 열병과 이질로 죽은 사람이 320명, 나머지 997명은 모두 괴혈병으로 죽었다. 절반 이상이 괴혈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다.

괴혈병은 잇몸이 스펀지처럼 부어 오르면서 피가 나고 피부에 커다란 멍이 들고 관절에 물이 차면서 쉽게 피곤을 느끼다가 결국 심부전증으로 죽게 되는 끔찍한 병이다. 영국 해군은 처음에 영양실조를 의심했지만 배에는 식량이 충분했다. 선원들은 음식을 충분히 먹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괴혈병이 비타민C 부족 때문이라는 게 밝혀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오렌지와 레몬, 라임주스 등이 이 병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게 알려졌고 1928년에 와서야 실험실에서 비타민C가 합성된다. 비타민의 어원은 라틴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타(vita)에서 왔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성분이라는 의미에서다.

관동대 의대 염창환 교수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의 상당수가 초기 괴혈병에 걸려있다”고 지적한다.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타민C 부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염 교수는 비타민C 부족이 심혈관이나 면역 질환, 심지어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비타민 박사로 불리는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는 하루에 12g씩 비타민C를 먹는다. 1g짜리 알약을 한 끼에 4개씩 하루 12개를 먹는다는 이야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은 70mg인데 올해 12월부터 100mg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1000mg이 1g이니까 이 교수는 권장량의 무려 120배를 먹고 있는 셈이다.

“겨울 내내 삶은 여물만 먹고 자라는 소는 서너 달 동안 비타민C를 거의 먹지 못합니다. 사람 같으면 죽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겠지만 소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몸 안에서 스스로 비타민C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소뿐만 아니라 개나 말이나 노루, 염소, 토끼 등 모든 포유류 동물들이 마찬가집니다.”

비타민C를 호르몬 형태로 만들지 못하는 동물은 모든 사람과 원숭이 등 영장류와 기니피그, 인도과일박쥐 밖에 없다. 사람이 왜 스스로 비타민C를 만들지 못하는지 과학자들이 수많은 연구를 거듭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바는 없다. 분명한 것은 비타민C를 제때 충분히 공급해주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 교수는 비타민C를 충분히 많이 먹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포유류들을 살펴보면 체중 1kg에 70mg에서 많게는 250mg까지 비타민C를 날마다 만들어 낸다. 이 비율을 적용할 경우 체중 70kg인 사람의 경우 4900mg에서 많게는 6만2500mg까지 비타민C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역시 식약청 권장량의 60배가 넘는 분량이다.

먼저 드는 궁금증은 이렇게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없느냐는 것이다. 많이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비타민C를 먹은 뒤 속이 쓰리다는 사람도 있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외국 학술잡지에는 비타민을 과다 복용할 경우 체액을 산성화시켜 신장 결석이나 구토를 유발한다는 사례들이 보고된 바도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부작용들이 비타민C의 용법을 잘 몰라서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C는 우리 몸 안의 유해 활성산소를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술을 많이 먹거나 위가 손상돼 있는 상태에서 비타민C를 먹을 경우 속이 쓰린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비타민C는 반드시 식사 후에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비타민C를 처음 먹기 시작하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장기 복용하면 간혹 속이 더부룩하거나 방귀가 잦기도 하지만 이 교수는 이를 모두 체내의 독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본다. 방귀에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비타민C 장기 복용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설사 역시 초기 복용량을 조절하면 쉽게 적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성여대 약대 조애리 교수에 따르면 비타민C의 생체 흡수율은 경구 투여량에 따라 달라진다. 비타민C 1g을 투여할 경우 75% 정도가 흡수되지만 5g을 투여할 경우 20% 정도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모두 소변으로 배출된다. 투여량이 늘어날수록 흡수 비율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결국 충분한 양을 흡수하려면 그만큼 복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비타민C는 그렇다 치고 다른 비타민을 어떨까. 여러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있는 종합비타민은 또 어떻게 다를까. 이 교수는 “다른 비타민은 식사만 제대로 한다면 따로 먹지 않아도 되지만 비타민C는 꾸준히 많이 먹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종합비타민은 비타민C보다 훨씬 더 비싸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비타민C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여섯 가족이 한 끼 식사 때마다 두 알씩 하루에 36알을 먹어도 하루 2천원이면 충분합니다. 비타민C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종합비타민은 훨씬 더 비싸지만 꼭 먹어야 할 필요는 없고 비타민C와 달리 비타민B나 비타민D는 지나치게 먹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교수 등의 조언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일단 비타민C는 충분히 많이 먹을 것. 그리고 종합비타민은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있다면 먹어도 좋고 먹지 않아도 좋다. 다만 종합비타민의 경우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할 것. 보통 하루 두 알 정도면 적당하고 그 이상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비타민C와 달리 비타민A나 D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있다. 비타민A의 경우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 피로감이나 권태감, 구토, 식욕부진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간 질환이나 뇌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비타민D의 경우도 심장 질환, 비타민K의 경우는 혈액응고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머지 다른 비타민은 알려진 부작용이 없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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