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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왜 이렇게 난리법석일까.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8, 2007

KTF가 모든 것을 걸고 밀어붙이고 있는 3.5세대 이동통신, SHOW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SHOW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영상통화다. SHOW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보통 디지털 카메라가 두 개 달려 있다. 뒤쪽에 달린 조금 큰 카메라는 흔히 쓰는 ‘폰카’ 전용이고 앞쪽에 달린 작은 카메라는 영상통화 전용이다. 전화를 걸 때는 일반통화로 걸 것인지 영상통화로 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전화를 걸면 화면 아래쪽에 자신의 얼굴이 조그맣게 뜨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화면 위쪽에 좀 더 크게 상대방의 얼굴이 뜬다. 자신의 얼굴과 상대방의 얼굴 위치를 바꿀 수도 있고 휴대전화를 가로로 돌려 상대방의 얼굴이 전체 화면에 가득 차도록 할 수도 있다. 전체 화면으로 볼 경우에는 답답한 느낌이 줄어든다.

상대방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을 때 이를 일반통화로 받는 방법은 없다. 원치 않더라도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굳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보여주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미리 준비한 대체영상이 뜨도록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왜 얼굴을 보여줄 수 없는지 상대방에게 변명을 늘어놓아야 한다.

또한 영상통화의 경우 스피커로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따라 음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더 곤란한 문제는 지하철이나 버스, 공공장소 등에서 영상통화를 할 경우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다 듣게 된다는 것. 미리 헤드셋을 준비하는 게 좋고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영상통화를 하지 않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화상채팅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문자메시지의 요금은 따로 추가되지 않는다. 화상채팅을 선택하면 두 사람 얼굴이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고 아래쪽에 채팅 창이 뜬다. 주변을 의식하게 되거나 시끄럽게 떠들기 어려운 경우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지만 휴대전화로 채팅을 한다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다.

통화요금도 결코 만만치 않다. 영상통화의 경우 요금이 일반통화의 최대 3배까지 비싸다. SHOW 표준요금제의 경우 영상통화 요금이 10초에 36원, 일반통화는 18원씩이다. 요금제에 따라 일반통화가 9원인 경우도 있지만 영상통화 요금은 모두 같다. 영상통화로 10분이면 2160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들이라면 굳이 통화요금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새 휴대전화를 선물해 드리면 날마다 서울에 있는 손녀딸 재롱을 보고 싶어 하실지도 모른다. 할인마트에 심부름 간 남편이 아내에게 진열대를 비춰주면서 생선을 고르는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영상통화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이제 수화로 수다를 떨거나 수화가 통화지 않는다면 입 모양을 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다. 건설공사 현장이라면 작업 상황을 영상통화로 확인하고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긴급한 환자를 돌볼 때나 화재나 자연재해 때도 영상통화가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친구에게 선물할 옷을 고를 때면 전화를 걸어 직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할 수도 있다. 길을 잃었다면 지금 있는 곳을 비춰주고 어디쯤인지 물어볼 수도 있다. 꼬장꼬장한 직장 상사라면 외근 중인 부하직원이 어디 있는지 시시때때로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데이트 약속에 늦을 때도 거짓말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돌아보면 겨우 10년 남짓한 동안, 이제 휴대전화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영상통화는 앞으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요금도 비싸고 아직은 어색하고 상황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목소리만 듣고 상상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개팅에 앞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 누구나 이제 카메라 앞에 ‘얼짱’ 각도로 비춰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영상통화 내용을 캡처 또는 녹화해 두고 다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제 상대방이 내 통화 내용을 동의 없이 녹화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심리적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에 그만큼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모르는 번호로 영상통화가 걸려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다. 익명의 타인에게 얼굴을 먼저 알려줘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면 전화기를 집어들 때마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대체 영상을 먼저 띄우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영상통화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텔레마케터도 이제 용모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 환자의 상태를 직접 살펴볼 수 있으니 원격 진료도 가능해질 것이다. 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도 먼저 제품의 상태를 영상통화로 확인하는 게 필수다. 머지않아 영상통화를 이용한 성인 음란 폰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영상통화와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흔히 컬러링이라고 부르는 통화 연결음도 동영상으로 바꿀 수 있다. 영상 링투유라는 서비스다. 전화를 받기 전까지 상대방에게 미리 설정해 둔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직접 찍은 동영상도 가능하다. 만약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동영상 청첩장을 내보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음성 메시지도 아예 동영상 메시지로 진화한다. 음성 사서함이 아니라 통합 사서함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부재중일 경우 이런 안내가 나온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통합 사서함으로 연결 중입니다. 삐 소리가 나온 뒤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소리가 난 뒤에는 “메시지 녹화는 1번, 호출은 2번을 눌러주십시오”라고 뜨게 된다.

문자 메시지도 이제 멀티미디어 메시지로 진화하고 있다. 음악이나 동영상 파일을 첨부하는 것은 기본.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 정보를 지도와 함께 첨부할 수도 있다. 뒤늦게 약속 장소를 찾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가 어디냐면, 약도를 보내줄게. 보고 찾아와.” 심지어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내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네 명까지 영상회의를 할 수도 있다. 영상회의 전용 번호 060-201-3355로 영상전화를 걸면 회의 대기실에 접속되는데 여기에서 방장이 다른 참석자들 전화번호를 입력해 초대하면 된다. 간단한 모임이라면 굳이 만날 이유 없이 영상회의로 대체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다. 좁은 화면이긴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는 시간을 훨씬 절약해준다.

SHOW의 진짜 매력은 훨씬 빨라진 데이터 전송속도에 있다. 바야흐로 휴대전화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과거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EVDO 방식이 최대 1.2Mbps의 속도를 냈다면 3.5세대인 SHOW,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방식에서는 최대 14.4Mbps까지 속도를 낸다. 굳이 비교하자면 10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먼저 인터넷 접속도 훨씬 빨라졌다. 페이지를 넘기는데 걸리는 로딩 타임이 짧아졌고 덕분에 좁은 화면이 그리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직접 네이버 지식검색에 접속해서 질문을 입력하면 된다. 인터페이스도 크게 개선됐고 요금 걱정만 아니라면 손바닥 안의 인터넷이 갖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크게 개선됐다. EVDO 서비스에서는 화면 크기가 176×144에 전송속도가 110kbps 정도였지만 SHOW에서는 320×240에 200kbps로 빨라졌다. 초당 프레임 수도 8장에서 12장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더 크고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동영상의 경우도 관건은 역시 요금인데 1KB에 0.9원씩이다. 아직은 서비스 하고 있는 동영상이 많지 않은데 영화 ‘말아톤’의 경우 1부와 2부를 합쳐 1시간54분44초, 용량은 181MB 정도다. 이를 표준요금으로 볼 경우 데이터요금만 무려 16만6810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정보이용료가 100원에서 1천원 정도, 별도로 청구된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범국민 데이터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본료가 5천원에 2만원까지 무료, 2만원이 넘을 경우 75% 할인된 요금을 받고 이 경우에도 최대2만8천원을 넘지 않도록 돼 있다. 실제로 영화 한 편만 봐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2만8천원의 무제한 정액제라고 볼 수 있다.

무제한 정액제라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이 정도만 감당한다면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먼저 KBS와 MBC, SBS 등의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스카이라이프와 M.net, KMTV, 온게임넷 등의 케이블 방송까지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보통 1분에 1700원 가량을 내야 하지만 무제한 정액제라면 아무 부담이 없다.

생방송뿐만 아니라 뉴스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필요할 때 불러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뉴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게 아니라 제목만 보고 필요한 뉴스만 골라볼 수 있다.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미리 보기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동영상 서비스는 대부분 데이터요금과 별개로 정보이용료를 내야 한다.

화면이 작아서 흠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을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굳이 PMP(휴대용 동영상플레이어)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 연결해서 파일을 옮겨 담아야 하는 PMP와 달리 직접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 동영상 파일 찾기도 훨씬 쉽다. 물론 주머니에 넣어뒀다 꺼내들기도 훨씬 편리하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음악파일 내려 받기도 훨씬 쉬워졌다. 6분18초, 11.38MB 크기의 이효리 최신 뮤직비디오를 한편 내려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이 경우 정보이용료가 900원, 데이터요금이 1만500원 정도다. 역시 범국민 데이터요금제를 이용하면 데이터요금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음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사와 함께 노래를 배우고 싶다면 모바일 노래방에 접속해 보자. 한 곡에 정보이용료가 600원씩. 용량이 100KB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내려 받는데 5초면 충분하다. 최신 가요를 배우려고 굳이 노래방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혼자서 노래방을 찾기 벌줌한 사람,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연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본격적인 글로벌 로밍 서비스도 가능하게 됐다. 과거 CDMA 방식에서는 18개 나라에서만 자동 로밍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50개, 올해 6월까지는 100여개 나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던 휴대전화로 어디에서나 전화를 받거나 걸게 된다는 이야기다.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서나 영상통화와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다.

이제 단말기를 구입할 때는 음질뿐만 아니라 화질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말기에 따라 같은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오기도 하고 어둡고 칙칙하게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비춰보는 게 좋다. 이왕이면 큰 화면이 좋겠지만 배터리 용량을 고려하는 게 좋다.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무선 헤드셋을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도 유용할 것이다.

조금 범주는 다르지만 노트북 사용자라면 SHOW와 함께 출시된 아이플러그에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아이플러그는 USB 어댑터 형태로 개인용 컴퓨터나 노트북에 연결해 쓸 수 있는 HSDPA 방식 무선 인터넷 서비스다. 다운로드의 경우 최대 3.6Mbps, 업로드의 경우 최대 384kbps의 속도를 낸다.

아이플러그의 구입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서 17만1600원. 하지만 보조금 15만원을 빼면 2만원 남짓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가입비가 3만원이고 베이직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 7500원에 부가서비스 요금 2만2천원, 모두 월2만9500원이면 1GB까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1GB를 초과할 경우에도 94% 할인 요금을 적용 받는다.

아이플러그가 초고속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을까. 속도가 초고속 인터넷에 미치지 못하고 1GB라는 기본 용량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94% 할인을 해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국 어디에서나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KTF는 6월 말까지 가입고객에게 2개월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9월까지는 기본용량이 5GB까지 제공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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