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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원짜리 1년에 3억개씩 팔겠다.”

“1천원짜리라고 싸구려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이소는 싸구려 물건을 모아 파는 곳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노하우를 갖춘 곳입니다.” 다이소아성 박정부 사장의 이야기다. 그가 강동구 천호점에 1호 매장을 냈던 때가 1997년 4월, 그로부터 10년 만에 매장은 345개로 늘어났고 매출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 12일까지 1천억원을 넘어섰다.

다이소는 1천원짜리 생활용품을 파는 이른바 균일가 판매점이다. 1천원짜리 제품이 대부분이고 일부 2천원과 3천원짜리 제품이 있다. 1천억원 매출이면 연간 판매개수가 8100만개나 된다. 국민 한 사람이 다이소에서 1.72개 정도 구매를 했다는 이야기다. 하루 판매개수는 22만2천개, 구매고객은 7만5천명에 이른다.

다이소의 본사는 일본에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100엔샵이 백화점과, 할인매장, 편의점에 이어 제4의 유통채널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5조원 정도, 다이소는 이 가운데 3조8천억원, 7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얼추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가 30배 이상 크다는 이야기다.

박 사장은 일본 다이소에 생활용품 등을 납품하는 한일맨파워라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이 회사는 아직도 일본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생활용품의 30% 정도를 납품하고 있다. 그러던 중 바다 건너 일본에만 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해보자고 만든 회사가 다이소아성산업이었다. 일본의 다이소도 기꺼이 34%의 지분 참여를 했다.

“돈 벌자고 생각했으면 이 짓 못합니다. 재미가 있으니까 하죠. 예를 들어볼까요? 벨기에에서 들여온 냅킨이 있는데 한 세트에 시중가격이 5천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1천원에 팝니다. 러시아 도기 세트도 시중에서는 3만원 이상 줘야겠지만 우리는 도기 하나에 1천원씩, 5천원이면 한 세트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다이소의 경쟁력이죠.”

가격을 1천원에 맞추기 위해 때로는 사이즈를 줄이기도 하고 디자인을 바꾸기도 한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끝내 가격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세계 전역을 돌면서 다이소에서 판매할 제품을 사들인다. 다이소가 취급하는 제품은 모두 4만여종, 해마다 4천종 이상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박 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방향제다. 무려 127만1000개, 21억4700만원어치가 팔렸다. 4개 들이 건전지 세트도 104만 개, 13억6500만원어치가 팔렸고 발 매트(52만2000개, 12억5000만원어치), 냄비(50만6000개, 12억1270만원어치) 등이 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모두 1천원이나 비싸봐야 2천~3천원짜리 제품들이다.

다이소는 가맹점들에게 매출의 30%를 마진으로 보장한다. 1천원짜리를 하나 팔면 3백원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30평짜리 가맹점 한 곳에서 1천원짜리 제품을 하루 1천개, 100만원 이상 팔면 하루에 30만원씩, 한 달이면 이익이 1천만원이 된다. 월세가 500만원이라면 순이익이 500만원 정도, 제법 짭짤한 편이다.

문제는 박리다매의 특성상 매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서울의 경우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 규모가 작으면 매출이 충분하지 않고 규모가 크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직까지 대부분 매장이 구멍가게 수준에 머물러 있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그렇다. 박 사장은 새해부터 공격적으로 대형 매장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이소아성 본사의 마진은 1%도 채 안 된다. 마진을 늘리려고 하면 그만큼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소는 그야말로 손해 보지 않을 정도로만 판다. 그러려면 품질을 확보하는 것 못지 않게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악성 재고를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박 사장은 1천원숍을 유통혁명이라고 강조한다. “1천원짜리 제품이 1천억원이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모두 3300대 분량입니다. 우리는 2~3년 내에 매출액을 3천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1천원짜리 제품을 해마다 3억개 이상 팔겠다는 이야기죠. 이제 누구나 슈퍼에 가듯이 1천원숍을 찾는 그런 시대가 올 겁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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