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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을 읽다.

읽는데 30분도 안걸리는 책을 1만원이나 주고 산다는건 꽤나 허전한 일이다. 남들이 다 보는 베스트셀러를 뒤늦게 따라사는 것도 우습고 인생을 두배로 산다느니 놀라운 삶의 변화가 다가온다느니 하는 허풍도 가당찮게 들린다. 나는 결코 이 엉뚱한 아침형 인간 열풍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고 지금도 물론 없다.

‘아침형 인간’은 독서토론모임의 첫번째 선정도서다. 회원은 기환이 형과 영만이, 은혜 그리고 나 이렇게 네명. 우선은 일주일에 한권씩 책 읽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따로 따로 읽어야 할 책도 있겠지만 함께 과제를 정하고 읽으면 목표가 분명해진다. 좀더 생산적인 글 읽기를 위해 토론을 병행하기로 했다. 첫번째 책으로 무난한 베스트셀러를 고른 것은 우선 앞으로 모임의 운영 방안을 가늠해보기 위해서였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고 형편없이 낭비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형 인간의 비결은 깊고 짧게 자고 활기찬 아침을 좀더 일찍 시작하는데 있다. 오전 내내 잠이 덜깨어 헤매지 않는가. 운전을 하든 전철을 하든 복잡한 출근길에 시달리지 않는가. 뭔가 하려고 저녁 늦게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늘 피곤하고 졸립지 않은가. 11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 보라. 머리도 맑고 능률도 오른다. 쫓겨가는게 아니라 직접 상황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모든게 달라진다. 사람은 그 시간에 자고 그 시간에 일어나도록 그렇게 태어났다. 새벽부터 밭을 갈지 않으면 저녁에 해진 다음까지 갈아야 한다. 왜 좀더 적극적이지 못한가.

사람들의 컴플렉스를 이 책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인생이 잘 안풀려? 그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봐.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모든게 술술 잘 풀리기라도 할 것처럼.

밤새워 일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밤은 유한하다. 잠을 늦춰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밤은 까마득하게 길어 보이고 일은 마냥 늘어지기 쉽다. 산더미처럼 일을 벌여두고 잠들 수는 없는 일이지만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새벽에 맑게 깨어있으려면 생활을 바꿔야 한다. 늦은 저녁의 여유와 사색과 바꿀만큼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유가 게으름이 되면 안되겠지만 아침의 맑은 머리로 할 일이 있고 저녁의 복잡한 머리로 할 일이 있단 말이다. 나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강요하지 마라. 11시에 잠들기에는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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