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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바닥 쳤나.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6, 2006

반도체 경기가 곧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2년 넘도록 계속된 불황이 마침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크게 D램(RAM)과 낸드플래시로 나눌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D램의 전망이 더 좋다. 낸드플래시는 아직 공급 과잉 문제가 남아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업계의 경기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장밋빛 전망의 첫 번째 근거는 PC 가격이 떨어지고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먼저 인텔이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CPU(중앙처리장치)의 가격을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도 가격 인하로 맞서고 있다. PC 가격에서 CPU가 차지하는 비중은 19% 정도. 당연히 PC 가격도 떨어지고 그만큼 PC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PC 판매가 늘어나면 D램의 수요도 늘어날 것은 당연한 수순.

LCD 모니터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메모리에 투자를 할 여력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우즈 비스타의 출시도 기대된다. 이 운영체제를 제대로 돌리려면 1GHz 이상의 32비트 또는 64비트 CPU와 1GB 이상의 시스템 메모리, 128MB 그래픽 메모리가 필요하다. 물론 이건 최소사양이고 실제로는 훨씬 높은 사양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올해 PC 출하량은 2억2330만대로 지난해 2억450만대에서 9%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올해 11월에 소니의 새 게임기 ‘PS(플레이스테이션)3’이 출시된다는 소식도 긍정적이다. ‘PS3’은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PC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니는 공급 측면에서 보면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동안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D램의 경우 상위 5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매출액 기준으로 이미 82%가 넘는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와 가격 결정력이 확보됐다는 이야기다. 삼성증권 이지호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일시적인 공급 과잉 국면만 넘어서면 앞으로 최소 18개월 이상 양호한 상태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내년 기준으로 D램 수요는 56%나 늘어나는데 공급은 5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D램 수요는 256MB 기준으로 지난해 76억개에서 올해는 112억개로, 내년이면 175억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 초과율은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02.7%와 101.9%로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99.2%까지 줄어들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된다. D램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편 낸드플래시는 256메가 기준으로 지난해 65억개에서 올해는 195억개로, 내년에는 577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규모나 증가율은 D램보다 더 크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데이터 저장장치를 말한다. 아직까지 낸드플래시의 가장 큰 수요는 30% 이상을 차지하는 MP3플레이어. 특히 휴대전화를 비롯해 이동통신단말기에 MP3 기능이 추가되는 추세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6월말 기준으로 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2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4GB 가격이 23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가격에 메모리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애플은 낸드플래시를 쓴 MP3플레이어, 아이팟나노 신제품을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팟나노는 지난해 4분기에만 1400만대가 팔렸다.

낸드플래시는 덩치 큰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할 수단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낸드플래시로 만든 SSD(고체 디스크)는 무게는 HDD의 절반이면서 속도는 3배, 전력 소모는 20분의 1 밖에 안 된다. 물론 가격은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노트북에 쓰면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배터리 사용 시간을 크게 늘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까지 SSD가 HDD 시장의 40%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를 비롯해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이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자칫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칠 경우 공급 과잉으로 치닫게 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3%, 도시바가 20%, 하이닉스반도체가 21%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내년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요 증가율을 190%, 공급 증가율을 199%로 예상했다. 공급이 9%포인트 가량 넘쳐날 거라는 이야기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딜레마는 수요를 늘리려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하고 가격을 낮추려면 공정을 효율화하고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데 있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은 내년이면 지금보다 50%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57%까지, 후발업체들의 경우 가격 하락폭이 더 클 수도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잘 조절해 시장에 잘 적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TFT-LCD 부문의 실적 부진을 반도체 부문에서 상당부분 만회했다. 삼성전자 주우식 전무는 “D램의 경우 역대 최고 수준인 30%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3월부터 낸드플래시 라인 일부를 D램으로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스위치 생산 방식을 도입해 성공한 것이다.

한편 반도체 업체들 주가는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크게 빠졌다. 일본이 2.4%로 하락폭이 가장 적었고 대만은 7.2%, 우리나라는 8.7%, 미국은 12.3%나 빠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앞으로 5년간 평균 12%로 잡았다. D램의 공급 안정과 낸드플래시의 높은 성장성을 감안한 것이다. CJ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 주가는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신규 수요 증가가 나타나는 3분기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바닥을 친 지금이야말로 반도체 업체 주식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업체로는 파이컴, 덕산하이메탈, 하나마이크론, STS반도체 등을 추천했다. 삼성전자보다는 하이닉스의 상승 탄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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