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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레식을 만나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진짜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로렌스 레식 교수는 대답했다. “너무나도 쉽고 명확합니다. 헐리우드죠. 생각해 보세요. 책이든 음반이든 영화든 저작권자가 죽은 뒤 70년 동안 저작권을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월트디즈니의 로열티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겁니다. 미국에서 저작권 기간 연장법을 미키 마우스 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스탠포드대학 법학과 교수인 그는 정보공유 운동인 크리에이티브커먼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 운동은 모든 종류의 저작물에 대해 포괄적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저작권법과 달리 저작물의 권리 범위를 미리 명확하게 지정해 두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작하지 않는 조건으로 비영리적 사용을 허락할 수도 있고 개작과 2차 저작까지 허락하거나 저작자 표시를 요구하는 등의 조건으로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티브커먼스는 지식재산권 강화에 맞서 정보 공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운동이다. 미국 정부의 지식재산권 강화 정책에 맞서 왔던 레식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5월 25일, 한미 FTA 저지 국민운동본부가 마련한 강연회에 나온 그는 “미국은 19세기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극단주의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식재산권의 남용을 거듭 경계했다. 그의 주장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저작권을 더 연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둘째, 정부가 만든 저작물은 저작권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과학 분야 역시 모든 자료가 공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넷째, 새로운 권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가 지식재산권의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 또한 명확하다. 혜택보다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무단 도용 등에 대한 관리는 강화돼야 하지만 지나친 보호로 이용자들이 저작물을 이용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는 이야기다. 그는 “혁신은 저작권의 보호나 규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창작과 인센티브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경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식재산권의 허용 범위는 최소한이어야 합니다. FTA를 체결하고 지식재산권이 강화되면 한국의 경우는 한류 등으로 일정 부분 혜택을 볼 수도 있겠지만 효율성에 대한 맹신은 버리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류는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 콘텐츠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레식 교수는 “한미 FTA는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국의 이해, 더 정확히는 미국 헐리우드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광범위한 저항을 거듭 촉구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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