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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쇼크! 정부는 무관심, 국민들은 불감증.

Written by leejeonghwan

May 6, 2006

국제 유가가 날마다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무려 40%, 올해 들어서만 15% 이상 올랐다. 이렇게 가다간 1배럴에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는 유가 충격에 휩싸였다. 전쟁 못지않은 긴장과 위기감이 감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 7위의 석유 소비국인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태평한 분위기다.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먼저 깜짝 놀랄만한 통계를 소개한다.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휘발유 소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휘발유를 쓰는 자동차는 모두 780만여대, 1대당 평균 휘발유 소비량은 1162리터로 2004년보다 1.5% 늘어났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던 휘발유 소비량이 휘발유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차량 대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소비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부분도 주목된다. 차량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차량 운행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자동차 1대당 평균 휘발유 구매 금액은 지난해 평균 166만3996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는 보고서에서 “소비 심리 회복과 주 5일제 확산 등으로 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이처럼 유가 충격을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환율 하락 덕분에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그리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은 2004년 1365원에서 2005년 1432원으로 4.9%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4월말 기준으로 1509원까지 5.4% 더 올랐다. 2004년과 비교하면 대략 차량 1대당 연간 평균 2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지난 1년 동안 40% 이상 오른 것과 비교하면 휘발유 가격이 10% 정도 오른 것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중대형 승용차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위기 불감증과 무관하지 않다. 중대형 승용차의 점유율은 2000년 28.3%에서 작년에는 53.5%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경차 점유율은 3.8%까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상황이 더 명확해진다. 일본은 지난해 1984년 이후 24년 만에 휘발유 소비가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전기 엔진을 장착한 승용차나 하이브리드카 등의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그동안 휘발유 소비가 줄어든 것은 1974년 석유 파동과 이상 기온 현상을 보였던 1984년, 두 차례 밖에 없었다.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일본의 휘발유 소비 감소는 더욱 놀랍다.

일본에서 경차 점유율이 28%를 웃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가 800CC 이하를 경차로 규정하는데 일본은 660CC 이하가 돼야 한다. 그런데도 일본의 경차 판매는 오히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는 경차 점유율이 39%로 일본보다 더 높다. 우리나라는 GM대우의 마티즈가 남아있을 뿐 현대 아토스나 기아 비스토 등은 일찌감치 모두 단종됐다. 경차가 찬밥 대접을 받는 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 국한된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을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소득 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우리나라는 0.05인 반면 일본은 0.018밖에 안 된다. 독일은 0.035, 프랑스는 0.036, 미국은 0.049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은 세계 11위인데 석유 소비량은 세계 7위로 경제 규모에 비해 석유 소비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마냥 태평한 모습이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내놓은 고유가 대응 방안은 정부의 문제의식의 수준을 보여준다. 사용하지 않는 조명과 컴퓨터를 끄고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자는 등의 절약 캠페인이 고작이다. 차 트렁크에 불필요한 짐을 싣지 않으면 연간 95억원, 다림질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면 117억원, 압력밥솥을 사용해 조리시간을 단축하면 72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유가 예측은 해마다 크게 빗나갔다. 2004년에는 24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30달러를 가볍게 웃돌았고 올해에도 55달러 수준으로 보고 전망을 잡았는데 넉 달 만에 이미 70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뿐만 아니라 온갖 연구소의 경제 전망도 모두 빗나갔다. 재정경제부 김석동 차관보는 상황이 이런데도 “환율이 낮아 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하락하면서 유가상승분이 상쇄돼 국민이 유가상승의 충격을 못 느끼고 있으나 환율이 다시 올라가는 시기가 되면 고유가 충격이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며 “이때를 대비,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에너지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 장관은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산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유소 격주 휴무제 역시 본질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에도 도입이 검토됐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데다 무엇보다도 국민들 불편만 가중될 뿐 소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승용차 요일제나 10부제 역시 구호에 그칠 뿐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무색하게 중남미를 중심으로 자원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이 유전과 광산 등 천연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자칫 자원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 지역 유전 개발에 참여했던 국내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투자 비용을 송두리째 날릴 위험까지 있다. 중남미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도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이란 핵 문제다. 이란은 하루 생산량이 400만배럴에 이르는 세계 4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세계 잉여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 수준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이란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세계적으로 또 한 차례 오일 쇼크가 닥칠 수 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달 11일. 미국이 이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달 28일이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통보한 최종 시한인데 아마도 이란은 미국의 핵 개발 중단 압력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이 이란을 선제 공격하거나 이란이 세계 석유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 유가가 또 한 차례 급등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자원 전쟁에 휘말려 들게 된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1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11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2.1% 늘어났는데 수입금액으로 보면 41.8%나 급증했다. 에너지 관련 수입금액은 667억달러로 전체 수입금액의 25%에 이른다.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산유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뒤늦게 카자흐스탄이나 나이지리아 등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열악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석유 자주개발 비율은 겨우 4.1%, 일본이 10.3%, 중국이 18.0%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뒤쳐져 있는가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이 비율이 각각 44.9%와 87.7%에 이른다. 산자부는 이 비율을 2010년까지 1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수준조차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유가 완충 준비금 역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산업자원부는 이 준비금을 2008년까지 2조2천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올해 4월말까지 5646억원밖에 안 모였다. 처음 적립을 시작했던 1995년에만 해도 1500억원씩 적립했는데 1999년에는 500억원으로, 2000년에는 100억원까지 줄어들더니, 2004년과 지난해에는 단 한푼도 적립되지 않았다. 올해에도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다.

유가 완충 준비금은 전쟁이나 테러 등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유가를 강제로 동결하는 대신 정유회사나 주유소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1990년 걸프전 때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정부가 유가를 동결하고 정유회사 등에 1조1천억원 이상을 보전해준 바 있다. 문제는 이 역시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 유가 급등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경우 수출이 52억2천만달러가 줄어들고 수입은 122억4천만달러가 늘어난다. 무역 적자는 174억6천만달러,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165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핵 문제로 이란을 공격하거나 경제 제재를 가하고 이란이 보복성 석유 감산에 들어갈 경우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위기감이 확산되자 산자부는 3월 말 기준으로 1억3980만배럴, 111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2008년 말까지 1억 4100만 배럴(146일치)로 늘리고 비축시설 용량도 1억 4600만 배럴로 확충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향후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비축유 방출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비상 대책일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몇 차례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고유가 국면이 계속되면 거시정책 기조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책을 반복했다. 당분간은 에너지 절약 등 미시적인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정환 기자 cool@eocnomy21.co.kr


유가 오르는데 정유회사들은 돈 벼락.

미국에서는 국제 유가 급등과 맞물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석유 회사들에게 초과이득세를 물리자는 논란이 한창이다. 이른바 횡제세의 개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메이저인 엑손모빌이 리 레이몬드 회장에게 4억달러의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데니스 하스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정유회사들 폭리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초과이득세는 이익의 50%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 이 제도가 통과되면 석유메이저들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다분히 중간 선거를 앞둔 민심 추스르기 성격이 짙지만 미국 국민들의 분노는 유난히 거세다. 이미 텍사스 남부에서는 엑손모빌을 상대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휘발유 값은 1갤런에 3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는데 이들은 1.3달러로 낮출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미국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일까. 1갤런을 리터로 환산하면 3.79리터. 1갤런에 3달러라면 1리터에 79센트가 된다. 환율 940원을 적용하면 1리터에 744원꼴. 미국의 휘발유 세율이 18.9%, 우리나라가 63.6%니까, 세전 가격은 미국이 603원, 우리나라는 1509원 기준으로 549원이다. 세금을 빼고 계산하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미국보다 10% 가까이 싸다는 이야기다.

물론 세금을 더하면 실제 소비자 가격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가격 자율화가 이뤄진 뒤로는 정유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개는 시장 점유율 1위인 SK가 가격을 책정하면 다른 정유회사들이 이에 맞추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공장 가동률이 100%가 안 되는 상황에서 SK 등은 마냥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회사들도 폭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제마진과 크래킹마진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정제마진이란 정유회사가 원유를 들여와 정제·생산해 판매하고 남은 이윤, 크래킹마진은 휘발유와 휘발유의 원료인 벙커C유의 가격 차이를 말한다. 이 정제마진과 크래킹마진이 최근 사상 최고 수준까지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정유회사들 실적 개선 추세가 계속될 걸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 전쟁, 이미 시작됐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석유 확보는 이제 단순히 에너지 확보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공급 시장인 석유개발국기구(OPEC)와 석유메이저들, 그리고 중남미와 러시아 등 비OPEC 나라들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먼저 미국은 전략적 비축 물량을 7억배럴 이상으로 늘려왔다. 전략적 비축이란 전쟁 등 비상상황에 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석유를 비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하루 소비하는 석유가 2100만배럴 정도니까 7억배럴이면 33일 정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동안 전략적 비축이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 정도도 크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이를 위해 이라크에 민주정부 수립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미국 석유회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중동 지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카스피해 인근 지역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75%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고민도 비슷하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020년이면 1억4천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급률은 한때 100%가 넘기도 했지만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국 원유 생산량의 30%를 맡고 있는 따칭 유전의 경우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의 유전 개발회사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석유 확보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9위의 석유개발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발로 실패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 수입선을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한편 OPEC 역시 고민이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생산 여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 2002년까지만해도 잉여생산능력이 하루 700만배럴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00만배럴로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한때 62만배럴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만약 잉여생산능력이 0이 되면 그때부터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석유가 부족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도 조심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OPEC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계속 비싸게 원유를 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 OPEC 입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적당히 공급량을 줄여 유가를 떠받치는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만약 유가가 너무 치솟으면 대체 에너지 개발이 늘어나고 석유 수요가 줄어들어 재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적당한 수준에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석유메이저들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정제마진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규 유전 개발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석유회사가 독점하고 있고 이란이나 이라크도 미국 회사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러시아도 까다로운 출자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도 석유메이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 등이 잇따라 자원 국유화를 선언하고 외국 석유회사들에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석유메이저들은 멕시코나 아프리카 지역의 심해 유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처절한 주도권 다툼이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형진 연구원은 최근 국제 석유 시장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교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에 나오는 용어인데, 두 명의 죄수가 서로 형량을 가볍게 받으려고 범죄사실을 자백해서 결국 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석유 시장의 경우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OPEC와 석유메이저들도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생산의 한계와 수익성 악화라는 함정에 빠져있다.

석유 소비국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스웨덴은 최근 탈 석유화를 선언했다. 15년 안에 석유 의존도를 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2003년 기준 스웨덴의 석유 의존도는 32% 수준 밖에 안 된다. 이밖에 원자력이 33%, 재생 에너지가 26% 정도다. 사브나 볼보 등 자동차 회사들은 에탄올이나 바이오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브라질도 5년 안에 사탕수수로 만든 에탄올의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휘발유 가격을 115% 인상하고 석유 보조금을 크게 줄였다. 수요를 차단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발상에서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석탄이나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천하태평인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와 달리 우리는 이미 석유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기름값 올라 정부는 좋을까.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자들은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비싼 세금을 낸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와 부가가치세, 주행세, 교육세 등 4가지인데, 휘발유 공장도가격이 1리터에 572원이라면 교통세가 535원에 교육세가 80원, 지방교육세 128원, 부가세 137원 등이 붙는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1508원에 세금이 936원. 소비자 가격의 60%가량이 세금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유류세는 세금 23조1040원과 부과금 1조1960원을 더해 24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1인당 50만4천원꼴이다. 2004년과 비교하면 8.1% 늘어났고 전체 내국세 수입 127조4천억원의 19.1%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국세의 5분의 1이 유류세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 논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교통세나 교육세 등은 종량제로 책정돼 있어 휘발유값이 올라도 변동이 없다. 이게 바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다. 휘발유값이 오르면 오히려 실효세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효세율은 최근 60%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가가치세가 휘발유값이 오르면 따라 오른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만약 휘발유 값이 10% 오른다면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얼추 3500억원 가까이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 국장은 우리나라의 유류세율이 결코 높은 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최근 선진국들도 세금을 인하하기보다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류세율을 인하하지 않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경우 에너지 절약분 만큼 민간의 소비여력 증대가 가능하고 유류세 수입을 정부 재정지출에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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