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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인 투자자들은 늘 실패하는 것일까.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3, 2006

이번주부터 수요일 저녁마다 교통방송에 나가 20분 정도 경제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라 시간 내기도 애매하고 준비하는데도 꽤나 손이 많이 간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한동안 해볼 생각이다. 좀 새로운 시각의 경제 바로보기를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어제 보니까 라디오 방송이라는 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수요일 저녁 8시 20분쯤 95.1MHz, ‘김상희의 아름다운 서울의 저녁입니다’. 주마다 3가지 주제를 골라서 이야기하는데 아래는 그 중의 하나. 재미있으면 포드캐스트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별로다. 말 더듬지 말자.


지난해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54%나 올랐습니다. 100% 이상 오른 종목이 전체 종목의 43%나 됐습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의 성적은 어떨까요.

삼성증권은 최근 지난해 1년 동안 투자자 별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12개월 가운데 무려 8달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 종목들의 수익률이 놀랄만큼 높았다는 것인데요. 그야말로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기관과 외국인이 산 종목들은 모두 크게 올랐습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일별 순매수와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을 비교해보면 이런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총 거래일 1476일 가운데 종합주가지수와 반대로 움직인 날이 1052일, 퍼센트로 하면 71.3%나 됩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1.3%와 41.2%밖에 안 됐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일단은 평균 회귀 심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고 팔았던 대한항공의 경우를 보면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내내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내내 열심히 주식을 사들이다가 11월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재빨리 그동안 사들였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폴 안데르센이라는 학자의 평균 회귀 이론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곧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을 갖게 되고 떨어지면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르는 주식을 사기 꺼리게 되고 떨어지는 주식을 산다는 거죠.

더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통닭집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통닭집을 5개 동시에 운영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5개 가운데 3개는 돈을 잘 벌어들이고 있는데 나머지 두 개는 죽을 쑤고 있습니다. 어떤 통닭집을 정리하는 게 맞을까요. 당연히 돈을 못 버는 통닭집 두개을 정리해야 하겠죠. 그리고 잘 되는 통닭집을 더 확장해야 하겠죠.

그런데 왜 개인 투자자들은 떨어지는 주식, 망가지는 주식을 사는 걸까요. 많이 떨어져서 이제는 오를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걸 통닭집에 비교하면 망할대로 망한 통닭집이 이제는 돈 벌 때가 됐다고 사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번 망가진 주식은 계속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많이 떨어졌다고 다시 오르란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기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짜서 적게는 10개 많게는 70~80개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 파는데요. 만약 펀드에 1천억원이 새로 들어오게 되면 각각 정해진 비율에 따라 이 종목들을 모두 사들여야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엄청나게 주식을 사들이게 되면 규모가 적은 종목의 경우 당연히 주가가 뛰게 되겠지요.

주가가 뛰고 수익률이 높아지면 펀드에 계속 돈이 더 들어오고 주식을 더 사고 다시 주가가 뛰는 현상이 계속되게 되는 거죠.

충분히 올랐다거나 뭔가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되면 주식을 팔게 될 텐데요. 그때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식을 한꺼번에 파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서 팔게 되는데요. 주식을 내놓을 때마다 주가가 조금씩 빠지게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개인들이 이런 주식을 사들인다는 겁니다. 아, 계속 오르다가 조금 빠졌으니까, 이제 오르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문제는 기관이 한번 팔게 되면 계속 팔게 되고 주가도 계속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관이 내놓은 주식을 고스란히 개인들이 가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컷 기관이 주가를 올려놓고 이익을 챙기고 빠져 나가면 개인들이 그 손실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죠.

개인들의 또 다른 문제는 처분 효과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허시 세프린이라는 학자가 만든 개념인데요. 이익이 나는 종목은 빨리 처분하고 손해가 나는 종목은 천천히 처분한다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통닭집 효과 같은 것이죠.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 1만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익을 더 내기 위해 그냥 들고 가야 할 때 성급하게 파는 경우가 23.3%,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팔아야 할 때 제때 파는 경우가 15.5%로 나타났습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결론은 이익을 더 낼 수 있는데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손실이 날 때는 팔기 어렵고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개인 투자자들 매매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팔아치운 종목의 수익률이 그냥 들고 가는 종목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익을 낼 때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실현할 때 얻는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조급하게 이익을 내고 정작 손실을 실현하기 꺼려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나중에는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르고 있는 종목을 사지 못하고 그렇다고 한번 사고 판 종목들을 다시 사지도 못할 거니까 말이죠. 결국 떨어지고 있는 종목이나 오르지 못하는 종목들을 사게 되는 셈인데요. 전문가들은 그게 바로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핵심은 분명합니다. 주식 투자는 오를 때 제대로 이익을 내야 합니다. 지난해 100% 이익을 낸 종목이 전체 종목의 43%나 됐습니다. 제대로 찍고 들고만 있어도 두개 중에 한 종목은 두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건데요. 개인 투자자들은 왜 그렇게 벌지 못했을까요. 끈기 있게 들고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핵심은 오르는 종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창 오르고 있을 때는 섣불리 팔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떨어질 때는 상황을 판단하고 재빨리 손절매를 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격언으로 말하면, 첫 번째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 두 번째는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라. 그리고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받으려고 하지 마라.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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