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블로그의 미래를 생각함.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9, 2004

연세대학교 공학원에서 열린 블로그 평가 세미나에 다녀왔다.

강사로 나온 이비피알컨설팅 전민수 사장은 10일만에 13개 회사의 블로그를 모두 테스트해봤다고 한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전 사장은 사용자 입장이 아니라 평가하는 입장에서 여러 블로그를 잠깐씩 훑어보기만 했을뿐이다. 수박 껍질을 핥는 것처럼 전 사장의 블로그 체험담은 깊이가 없었다. 세시간 내내 나는 전 사장의 강의를 한귀로 흘려들으면서 들고간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었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익명의 블로그를 헤매는 일은 지루하고 피곤하다. 넘쳐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신변잡기와 의미없는 중얼거림이다. 정보는 확대 재생산되기는커녕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때가 더 많다. 블로그의 네트워크는 아직 견고하지 못하고 느슨하고 방만하기만 하다.

강의 끝부분에 전 사장은 잠깐 링블로그와 팀블로그를 설명했다. 몇군데서 서비스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활성화된데는 없다는 이야기다.

쉽게 설명하면 링블로그는 토론 블로그, 팀블로그는 동아리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링블로그나 팀블로그는 여러 참여자들의 블로그를 연계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논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블로그는 링블로그와 팀블로그를 매개로 수많은 링크를 주고 받는다. 링블로그와 팀블로그는 1인 미디어의 한계를 넘는, 블로그의 또다른 가능성이다.

물론 이정환닷컴 같은 독립형 블로그보다 서비스형 블로그가 훨씬 유리하다. 로그인을 하고 나면 굳이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하지 않아도 손쉽게 다른 블로그와 트랙백을 주고 받을 수 있고 링블로그나 팀블로그에 쓴 글이 개인 블로그에 자동으로 오르도록 할 수도 있다. 스크랩도 클릭 두어번이면 손쉽게 끝난다.

네이버나 엠파스를 비롯해 여러 블로그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지만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시장을 장악하는 지배적인 승자 없이 군웅이 할거하는 양상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물론 있다. 결국 블로그는 서비스 안에서 폐쇄되기 보다 다른 블로그 서비스와 소통하고 표준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섣불리 한곳에 둥지를 트는 것보다 독립형 블로그를 만들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좀더 장기적인 포석이 될 수 있다.

블로그는 이제 시작일뿐이다. 블로그는 토론이나 연구 개발, 대안 모색과 문제 해결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블로그코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독립형 블로그의 설치를 둘러싼 문제라는 걸 봐도 그렇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블로그의 네트워크에서는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생각없는 중고등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자와 지식인들도 블로그의 네트워크에 합류해서 기꺼이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닫혀있지 말고 생각과 주장을 표현하고 설득하고 서로 반박하고 수정, 보완해야 한다. 그때 당신은 당신의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대안에 다가설 수 있다.

멀리 내다보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민중적 연대는 이제 블로그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내가 블로그에 집착하는 이유다.

참고 : 블로그와 트랙백의 새로운 가능성. (이정환닷컴)
참고 : 쉽게 풀어쓰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정환닷컴)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