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갑에 36원씩 KT&G 주주들에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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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옛 담배인삼공사)는 담배 한갑을 팔면 457원을 벌고 이 가운데 81원이 이익으로 남는다. KT&G는 이 가운데 36원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 KT&G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60%라고 치면 22원 정도가 외국인 주주들에게 빠져 나간 셈이다. 담배 한개피에 1.1원 꼴이다.

지금까지 KT&G는 해마다 배당가능한 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 그런데도 주주들은 배당을 더 늘리라고 난리법석이다. 심지어 부동산이나 주식 등 보유 자산을 팔아서 배당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주주들은 거리낄게 없다. 주가를 띄우고 배당을 받아서 털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KT&G의 주주들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건 이 회사의 주식이 워낙 뿔뿔이 흩어져 있어 5% 정도만 들고있어도 큰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배당을 주고 있는데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 : 독점 사업에 소유구조만 민영화. KT&G의 비극. (이정환닷컴)
참고 : ‘탈선’을 읽다. (이정환닷컴)

이게 KT&G 민영화의 결과다. 주주들의 권리야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 회사가 여전히 우리나라 담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독점을 보호하고 그 독점으로 만들어낸 이익을 주주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익은 물론 담배 재배 농민들과 담배 소비자들에게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할 수 있다. KT&G를 민영화한 게 잘못인가. 아니면 민영화를 했으면 독점을 풀어야 하는 것인가.

KT(옛 한국통신)의 경우를 보면 더 명확하다. 국민들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깔아놓은 전화선으로 이 회사는 돈을 번다. 민영화 이전에는 고스란히 정부의 세원이 됐겠지만 민영화 이후 그 돈은 주주들에게 빠져 나간다. 지난해 KT의 당기순이익은 9983억원, 이 가운데 63.8%인 6369억원이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갔다. 이 이익은 과연 온전히 주주들의 것인가.

KT는 굳이 더 좋은 서비스를 내놓을 필요도 없다. 후발업체들에게 따라잡히지 않을만큼만 하고 영업만 열심히 하면 된다. KT와 경쟁하던 회사들은 모두 망가졌다.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영업 경쟁에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금으로 큰 회사가 이렇게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이 그냥 나눠가져도 되는 것일까. 이런 경쟁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포스코(옛 포항제철)나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민영화하게 될 가스공사나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그리고 교육과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먼저 고민할 것은, 시장에 맡겨둬도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낼 것. 그리고 민영화가 해답이라면 공공의 자산을 과연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가. 자칫 공공의 자산과 독점적 이익 구조를 특정 개인들, 이를테면 주주들에게 몰아주는 것 아닐까.

KT&G와 칼 아이칸 사태는 우리가 자본주의와 시장에 대해 아직도 얼마나 순진하고 무지한가를 보여주는 가슴아픈 사례다. 정부는 이에 맞설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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