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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지난 며칠 사이 꽤 화제가 됐던 어른 김장하. 안 봐도 본 것 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디테일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만약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완성된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사람들을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작부터 결론을 예상하고 있고 그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끝내 안도하게 되는 건 그동안 우리 모두가 이런 이야기를 갈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판타지 같으면서도 이게 모두 논픽션이라는 게 이 이야기가 갖는 힘이다. 취재 기자가 바닥을 훑으면서 에피소드를 엮고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구성이라 느리면서도 강한 몰입과 감동을 끌어낸다. 무엇보다도 조연들(주변 사람들)의 워딩이 살아 있었다. 김주완 기자는 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를 붙들고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맞물려 탄탄한 서사를 완성한다. 오글거리는 대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한구석에 이런 선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MBC경남의 연출과 카메라도 좋았다.)

“김장하 씨, 당신 빨갱이 짓해서 죄송하다고 국가에 반성문 써서 제출해.”
갑자기 걸려온 익명의 항의 전화를 받는 김장하를 따라가는 카메라. 전체 흐름에서 굉장히 중요한 대목인데 역시 집요한 밀착 취재가 아니면 건지기 어려운 장면.

(다만 처음 볼까 말까 망설였던 것처럼 정의로운 부자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메시지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어른’의 선의에 기대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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