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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업을 위한 구독 경제 매뉴얼.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30, 2020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미디어동향 2020년 겨울호에 쓴 글입니다.)

목차.
1. 여는 글 : 우리는 우리의 독자를 잘 모른다.
2. 트럼프 범프와 코로나 범프, 뉴욕타임스의 교훈.
3. 기초 매뉴얼 : 구독 경제와 페이월의 이해.
4. 심화 매뉴얼 I : 독자의 행동과 패턴을 분석하라.
5. 심화 매뉴얼 II : 지표와 목표를 다시 설정하라.
6. 심화 매뉴얼 III :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관계.
7. 맺는 글 : 독자 우선 뉴스룸으로의 전환.

1. 여는 글 : 우리는 우리의 독자를 잘 모른다.

니먼저널리즘연구소의 켄 닥터(Ken Doctor)는 신문사 사람들을 만나면 묻곤 한다. “당신네 신문사의 페이지 뷰의 50%를 만드는 독자가 전체 독자의 몇 % 정도일까요?”

놀랍게도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었다. “깜짝 놀랄만큼 낮죠.” 웃으면서 대답했다. “8%쯤 됩니다.” (8%의 독자가 50%의 트래픽을 만든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나마 높은 편이다. 구독 솔루션 업체 피아노미디어(Piano Media)에 따르면 업계 평균은 7% 정도 된다. 7%의 독자들이 50%의 페이지 뷰을 만들고 이 사람들이 신문사를 먹여 살린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기준으로 12%의 독자들이 88%의 페이지 뷰를 만들었다. 지난 5년 동안 뉴욕타임스는 방문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오히려 충성 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 7%의 독자들이 페이지 뷰를 만들고 광고 매출도 만든다. 이들이 구독 모델의 핵심 타겟이 돼야 한다. 뉴스 산업 종사자들은 그동안 파이의 크기를 키우면 매출과 영향력이 따라온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이제 경쟁의 환경과 문법이 달라졌다. 이 7% 룰이 뉴스 기업의 구독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여기 두 사람의 독자가 있다. 한 사람은 도시에 살고 있고 소셜 미디어를 타고 들어와 2주 동안 다섯 건의 기사를 읽었다. 다른 한 사람은 시골에 살고 있고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와서 비즈니스 섹션에서 기사 두 건을 읽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이 신문을 구독할 가능성이 높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존 윌리(John Wiley)는 “이것은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구독할 확률을 예측하고 테스트한다. 반복된 학습을 통해 독자들을 아주 작은 세그먼트로 분류할 수 있었다. 우리는 60가지 행동 패턴을 추적하면서 각각 0에서 100점까지의 점수를 할당한다. 0점이면 돈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고 100점이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존 윌리의 설명에 따르면 두 명의 독자 가운데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온 독자가 구독으로 전환할 확률이 더 높다. 첫 번째 독자는 우연히 링크를 발견했을 뿐이지만 두 번째 독자는 목적을 갖고 월스트리트저널 웹 사이트를 방문했다. 몇 건의 기사를 읽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이 의도성(intentionality)이라는 설명이다. 방문자들은 이 신문사가 나를 몇 점짜리 독자로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처음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기사를 읽고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기록되고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무료 기사가 한 달에 다섯 건을 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다섯 건 보다 많으면 구독 전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료 기사를 읽다가 감동해서 구독을 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핵심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분석하면서 계속해서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명의 독자는 모두 다 다르다. 지금까지는 100명의 독자에게 똑같은 페이지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100명의 독자에게 100개의 각각 다른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테스트하고 모델을 보완하고 전환 비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는 것처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학습을 하면 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게 된다.

점수가 높은 독자들은 비교적 빨리 구독으로 전환하지만 점수가 낮은 독자들은 계속해서 무료 기사만 적당히 ‘체리 피킹(cherry picking)’하다가 다시 찾아오지 않거나 어느 시점에 가서야 겨우 지불 의사가 생겨난다. 그때까지 반복해서 방문하도록 연결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뜨내기 방문자에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행동을 추적하고 분석하면서 계속해서 확률을 다시 계산하고 모델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뉴스레터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를 늘려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적절한 시점에 구독 권유 팝업을 띄우거나 이벤트를 안내하거나 할인 가격을 제공하는 등의 실험을 계속하면서 가능성을 높여가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페이월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월의 기본 개념과 전략은 2017년 해외 미디어 동향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이제 구독 우선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간단히 복습과 함께 독자의 행동과 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지표를 설정하는 방법, 실행 매뉴얼과 구독 경제 전략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살펴보려고 한다.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관계다.

2. 트럼프 범프와 코로나 범프, 뉴욕타임스의 교훈.

떠들썩했던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틀 뒤인 11월5일, 뉴욕타임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7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구독 매출이 종이신문 구독 매출을 뛰어넘었고 전체 구독자 수가 700만 명을 뛰어넘었다. 그야말로 신문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기록이다. 9월 말 기준으로 뉴스 구독은 470만 명, 나머지는 ‘크로스워드(Crossword, 낱말풀이)’와 ‘쿠킹(Cooking, 음식 레시피)’이다. 종이신문 구독은 83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찌감치 구독 모델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뉴욕타임스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다.

한때 젊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에 돈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뉴욕타임스의 미래가 밝다고 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뉴욕타임스가 오히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가 됐다.

뉴욕타임스의 콘텐츠는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보다 비용은 적게 들고 매출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인 데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달리 뚜렷한 경쟁 상대도 없는 상태다. 콘텐츠 제작 또는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뉴욕타임스가 훨씬 적지만 잠재적인 시장 규모는 뉴욕타임스가 오히려 더 크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2위인 월스트리트저널과 3위인 워싱턴포스트를 합친 것보다 구독자가 더 많다. 2025년까지 1000만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벌써 3분의 2를 채웠다. 뉴욕타임스가 잠재 고객으로 생각하는 영어를 읽고 쓰는 대학교 이상의 학력 소유자 1억 명 가운데 10%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해외 독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3000만 독자까지 가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구독이 늘어나면 수익률도 더 늘어나게 된다.

뉴욕타임스 스스로 “디지털 독자들이 미래의 성장 엔진이라는 데 베팅을 했고, 이것은 엄청나게 성공적인 도박(gamble)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년 동안의 놀라운 성장이 도널드 트럼프 덕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You’re the fake news(당신들은 가짜 뉴스야!)” 트럼프가 뉴욕타임스를 비난하면 할수록 트럼프에 질린 사람들이 뉴욕타임스를 찾았다. 더 열심히 읽고 구독을 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트럼프 범프(충돌, bump)’라고 부르는 뉴스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였다. 뉴욕타임스 뿐만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베니티페어(Vanity Fair),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도 트럼프 효과를 봤다.

“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Truth, it’s more important than ever)”이고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는 이 신문들의 호소가 먹힌 것이다.

디지데이(Digiday) 등의 보도에 따르면 슬레이트(Slate)는 선거 직후 3개월 동안 연간 35달러의 프리미엄 회원이 65%나 늘어났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급격히 둔화됐다. 프로퍼블리카도 선거 직후 며칠 동안 기부금이 평소 대비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베니티페어를 찍어서 “이런 잡지는 망해야 한다”고 비난한 뒤 며칠 동안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늘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난이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으로 옮겨가면서 베니티페어의 구독자 러시는 금방 꺾였다.

뉴욕타임스가 2018년 7월 트럼프의 모욕 발언들을 집계했더니 트럼프가 취임 이후 215차례에 걸쳐 뉴욕타임스를 공격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실패(failing)’와 ‘가짜(fake)’였다. 배런스(Barron’s)는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트럼프는 뉴욕타임스를 다시 위대한 신문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공격할수록 뉴욕타임스의 주가가 뛰어오르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트럼프 4년 동안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자 수가 두 배로 늘었다. 주가도 세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트럼프의 시대가 끝나면 트럼프 범프도 끝날까? 미디어포스트는 “아마도 ‘트럼프 슬럼프’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무시하기 어려운 뉴스 메이커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의 공적 역할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쉽게 뉴욕타임스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2020년 3월의 ‘코로나 범프’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휩쓸자 뉴스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뉴스를 찾기 시작했다. 콘텐츠 분석 업체 타불라(Taboola)와 파슬리(Parse.ly) 등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던 2020년 3월9일에는 뉴스 트래픽의 4분의 1이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기사였다. 3월12일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트래픽이 쏟아졌다. 마크 톰슨이 직접 밝힌 통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경우 2020년 3월 순 방문자가 2억4000만 명에 육박했다. 평소 5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와 빅데이터 분석 업체 딥비아이(Deep.BI)가 유럽의 중견(mid sized) 언론사들 뉴스 트래픽을 분석했더니 방문자 수가 2020년 1월 기준 233만 명에서 3월에는 50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위기 상황에서 뉴스 소비가 급증하는 것은 언론이 여전히 정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두려울 때 사람들은 더 열심히 뉴스를 읽고 진짜 중요한 뉴스와 필요한 뉴스를 알아차린다.

더밀크 손재권 대표는 해외언론동향 2020년 여름호에서 “브랜드 뉴스가 컴백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닉 뉴먼 연구원은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은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로 복귀한다”고 분석했다.

피아노미디어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료 구독자가 미국에서는 55%, 유럽에서는 6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검색이나 소셜 미디어 유입보다 직접 방문자들의 유료 전환율이 높았다는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딥비아이는 온라인 뉴스 독자를 뜨내기(Fly-bys)와 일반 독자(Light user), 열성 독자(Engaged), 충성 독자(Addicted)의 네 단계로 구분했다. 이중 뜨내기 독자 118만 명과 일반 독자 8만 명 가운데 일부를 포함해 123만 명은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열성 독자는 27만 명에서 46만 명으로, 충성 독자는 12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늘어났다.

눈여겨 볼 부분은 뜨내기 독자들이 하루 아침에 충성 독자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체 파이가 늘어나긴 했지만 두 달 동안의 새로운 독자 229만 명을 추적했더니 172만 명이 뜨내기 독자였고 20만 명이 일반 독자였다.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37만 명이 늘어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슈가 있을 때 방문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가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37만 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이 월 1만 원씩 돈을 내면 월 37억 원, 연간으로는 444억 원이 된다. 만약 달마다 37만 명이 늘어난다면 연간으로는 5000억 원 이상이 된다. 한국의 뉴스 기업들은 코로나 범프 때 과연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를 늘렸을까.

피아노미디어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의 페이지뷰 가운데 50~70%가 실제 방문자 수고 이 가운데 실제로 기사를 읽는 독자는 25~65%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페이월을 맞닥뜨리는 비율은 1.3~6.5% 정도 되고 이 가운데 구독자로 전환하는 비율은 0.01~2% 밖에 안 된다. 이른바 ‘구독 깔대기(subscription funnel)’ 모델이다. 방문자가 많을수록 구독자도 늘어나지만 이것도 전략에 따라 최대 20배의 차이가 난다. 깔대기의 입구에서 투입을 늘려야 하고 전환율과 이탈율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비율이라면 만약 1만 명의 새로운 독자를 확보한다면 이 가운데 최대 200명까지 충성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는 최대 1620명이 뉴스에 지불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지불 의사가 8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뜨내기 독자들 가운데 좋은 뉴스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은 16% 밖에 안 되지만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이 비율이 각각 41%와 54%나 된다. 단순히 의향일 뿐만 아니라 이 조사에서 실제로 뉴스에 돈을 내고 있는 비율이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는 각각 5.0%와 13.8%나 됐다.

어차피 평생 돈을 안 낼 사람은 안 낸다. 그러나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의 그룹이 있고, 이들만 잡고 가도 줄어든 광고 이상의 매출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더 이상 페이지 뷰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뜨내기 독자를 함부로 소홀히 취급해도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게 아니라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핵심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여전히 대부분의 독자는 뜨내기고 왔다가 스쳐 지나가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짜 뉴스에 대한 갈망이 크다. 언론 산업 종사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좀 더 정직해야 하고 투명하고 솔직해야 한다. 뉴스가 안 팔리는 게 아니라 팔릴 만한 뉴스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고 낡은 관행에 뉴스의 영혼을 팔아 먹고 있는 게 진짜 문제다.

안타깝게도 딥비아이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범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조사 대상 언론사들 트래픽 추이를 집계한 결과 3월에는 방문자가 509만 명이었는데 4월에는 481만 명으로 줄었다. 뉴스의 열독률이 떨어지면서 뜨내기 독자들 비율이 더 늘었고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 비율은 줄었다. 범프를 계속 끌고 가면서 일반 독자들을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유도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한 번 범프가 지나가면 뜨내기 독자 가운데 일부가 남는다는 사실이다. 딥비아이 조사에서도 충성 독자가 1월 12만 명에서 3월에는 25만 명으로 늘었다가 4월에 19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1월과 비교하면 그래도 7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80%가 빠져 나가도 20%의 독자를 건질 수 있고 이 가운데 2%의 충성 독자들이 후원자가 된다면 장기적인 전망을 모색할 수 있다. 테이블 위에 1만 원이 있으면 1만 원일 뿐이지만, 달마다 들어오는 1만 원은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깔대기 입구에 독자를 끌어 담는 데 집중했을 뿐, 뜨내기 독자들을 열성 독자와 충성 독자로 전환하는 데는 관심이 없거나 별다른 전략을 만들지 못했다. 좋은 기사를 많이 보여주면 충성 독자가 되지 않을까 정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부분 독자들은 왔다가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딥비아이는 “마법의 공식 같은 건 없다(There’s no magic formula)”고 조언한다. 결국 핵심은 뜨내기 독자와 열성+충성 독자에게 다르게 접근하라는 것이다. 뜨내기 독자들을 한 번 더 찾게 만들고 하나라도 기사를 더 읽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뉴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뉴욕타임스의 성공만 이야기했지만 뉴욕타임스의 사업 부문 가운데 디지털 구독이 유일하게 성장하는 부문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분기 대비 디지털 구독은 34%가 늘었지만 종이신문 구독은 3.8% 줄었고, 광고 매출도 30%나 줄었다. 뉴욕타임스의 3분기 실적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온라인 광고 매출이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3분기에만 12.6%나 줄어들었다. 한때 유행했던 네이티브 광고는 아예 시장이 사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많은 회사들이 마케팅 예산을 삭감했고 뉴욕타임스도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다. 온라인 광고도 12.6% 줄었다. 사실상 구독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이야기다.

구독이 늘어봐야 광고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구독이 광고를 방어하는 정도를 넘어 성장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어쨌거나 구독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고 2020년 들어 구독료를 월 15달러에서 17달러로 인상하기도 했다. 2019년 기준으로 디지털 구독 매출이 4억2613만 달러에 구독자가 342만9000명이라 연간 124.3달러, 아마도 프로모션이 많기 때문에 평균으로는 월 10달러 조금 넘는 정도다.

마크 톰슨의 뒤를 이어 2020년 9월 뉴욕타임스의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Meredith Kopit Levien)은 “지불할 가치가 있는 저널리즘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전략을 입증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 구독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구독이 성장 동력일 뿐만 아니라 결국 가장 큰 수입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높아진 지금은 뉴욕타임스 같은 최고 수준의 신문사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8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맨해튼에 있는 본사 건물의 대출금도 모두 상환한 상태다. 팟캐스트 스타트업 시리얼프로덕션을 비롯해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2020년에만 3000만 달러 이상을 썼다.

마크 톰슨은 퇴임 직전인 2020년 8월 맥킨지와 인터뷰에서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했다.

“1000만 명 독자가 가능할까? 아예 2000만 명이나 3000만 명까지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보면 어떨까?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를 비웃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잘 나갔던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마크 톰슨은 “뉴스를 단순히 헤드라인과 딱딱한 새로운 소식들의 묶음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더 좋은 구두 한 켤레를 신고 더 좋은 TV를 보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처럼 “안목 있는 독자들은 더 좋은 뉴스에는 기꺼이 더 지갑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톰슨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대목은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성장해야 하며 그 방법은 본질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었다. 꼼수 없이 실력으로, 저널리즘 그 자체로 승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라”고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남들이 50만 100만을 이야기할 때 1000만이라는 목표를 세웠기에 관행을 극복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마인드세이프티디스클로저(MindSaftyDisclosers)가 공개한 “실패하지 않는 뉴욕타임스(The Not Failing New York Times)”라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16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트럼프가 입버릇처럼 “실패하는 뉴욕타임스”라고 말했던 걸 뒤집은 제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장기적으로 1000만 명을 넘어 3000만 명까지 유료 독자의 목표를 늘려잡을 계획이다. 가입자당 매출(ARPU)가 2020년 기준으로 100달러 수준이니까 만약 3000만 명 목표를 달성한다면 구독 매출만 3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지금도 공공연하게 “경쟁 상대가 없다”고 말할 정도인데 만약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몇 년 뒤에는 뉴욕타임스의 독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마크 톰슨은 “우리는 투자를 하면서 이윤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돈을 더 벌 수도 있지만 제품에 투자하는 게 더 큰 성장을 위한 전략이 된다는 이야기다. 2017년부터 400명 정도 기자를 더 뽑았고 편집국만 1750명이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with all the digital efficiency, a great economy of scale)를 둘 다 확보하는 모델로 가고 있다. 뉴스룸과 저널리즘, 프로덕트와 테크놀로지, 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브랜드 마케팅도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가 5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X만큼 비용을 썼다면 1000만 명까지 독자를 늘리기 위해 2X만큼 돈을 쓸 필요는 없다”는 건 뉴욕타임스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뉴스 비즈니스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곧 손익분기점을 지나게 될 텐데 그때부터는 매출이 그대로 이익이 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유지하고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계속해서 콘텐츠에 투자를 해야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고정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게 없다. 뉴욕타임스의 성장 곡선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3. 기초 매뉴얼 : 구독 경제와 페이월의 이해.

먼저 시작해야 할 질문은 우리의 독자는 어디에 있는가다.

페이월은 단순히 돈을 안 내면 기사를 안 보여주겠다는 개념이 아니다. 독자의 수요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뉴스 조직의 방향과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언론연구소(American Press Institute) 자료에 따르면 53%의 사람들이 뉴스에 돈을 낸다. 젊은 사람들이 뉴스에 돈을 내지 않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18~35세의 37%가 뉴스를 구독하고 있다. 무료로 뉴스를 읽는 사람들 가운데 26%는 뉴스에 돈을 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뉴스를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특정 주제를 읽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이다. 구독을 하지 않는 이유는 특정 신문만 읽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디지털 퍼블리싱 컨설팅 업체인 트와이프모바일이 미국과 유럽의 뉴스 이용자 4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뉴스 플로우(flow) 독자가 51%, 뉴스 에디션(edition) 독자가 49%로 분류됐다. 뉴스 에디션 독자는 종이신문이나 지상파 방송의 메인 뉴스처럼 시작과 끝이 명확한 콘텐츠 패키지를 읽거나 보는 사람들이다.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읽고 필요하다면 뉴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다. 뉴스 플로우 독자는 뉴스를 스트리밍 콘텐츠로 소비한다. 하루에도 10번 이상 뉴스를 확인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한다. 뉴스 에디션 독자들이 한 번 뉴스를 읽을 때 10~30분씩 걸리는 것과 달리 뉴스 플로우 독자들은 5~10분씩 짧게 자주 읽는다. 뉴스 에디션 독자들은 누군가가 잘 정리해주기를 바라지만 뉴스 플로우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또 스스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뉴스는 어디에나 넘쳐 나기 때문에 뉴스에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젊을수록 소셜 미디어 의존도가 높고 종이신문과 TV 뉴스는 안 보지만 소셜 미디어와 푸쉬 알림으로 하루 종일 뉴스를 달고 사는 뉴스 플로우 독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게 이 조사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미국신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들의 디지털 구독료는 1주에 평균 2.31달러로 집계됐다. 월 10달러, 연간 120달러 수준이다.

미국신문연구소 조사에서는 뉴스에 돈을 내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 가운데 26%가 뉴스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뉴스를 찾아 읽는 사람들, 이른바 뉴스 시커(seeker)를 공략하라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 결론이었다. 이들 가운데 72%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읽고 언론사 웹 사이트도 방문한다. 누가 돈을 낼 사람인가를 찾고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게 페이월 전략의 기본이다.

페이월은 크게 하드(hard) 페이월과 미터드(metered) 페이월, 프리미엄(freemiun) 모델, 다이내믹(dynamic) 페이월 등으로 구분하지만 실제로 그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하드 페이월은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처럼 철저하게 회원 가입과 로그인 기반으로 돈을 낸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다. 물론 넷플릭스는 1개월 무료 옵션으로 회원을 끌어들이지만 뉴스 콘텐츠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미터드 페이월은 종량제 페이월로도 번역할 수 있을 텐데, 이를 테면 한 달에 다섯 건까지 무료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가 2011년 3월, 한 달에 20건 무료로 시작해서 이듬해인 2012년 4월, 10건으로 줄인 데 이어 2017년 12월에는 5건으로, 그리고 2019년 7월에는 2건까지 줄였다. 뜨내기 방문자를 내쫓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페이지 뷰도 유지하고 구독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구독 솔루션 업체 피아노에 따르면 미터드 페이월의 전환 비율은 0.36% 밖에 안 되고 그마저도 첫 방문 이후 11.7일 정도가 걸린다. 대부분 그 사이에 빠져나가고 다시는 찾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프리미엄 모델은 공짜(free)와 프리미엄(premium)을 합친 말이다. 무료 기사와 유료 기사를 섞어 놓고 유료 기사에 노출을 늘려서 구독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비유를 하자면 지금은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지만 저 커튼 너머 비즈니스석에는 발을 뻗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기내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돈을 내면 더 재미있는 기사를 읽을 수 있 있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사실 하드 페이월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무작정 하드 페이월을 도입했다가 독자의 90% 이상을 잃는 경우도 흔했다. 다만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은 10여년 전부터 뚝심있게 하드 페이월 전략을 밀고 나갔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다. 둘 다 종이신문 기반의 충성 독자군이 그대로 디지털 구독으로 이어진 경우다. 하드 페이월의 경우 온라인 광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잠재 독자군이 제한적이라 장기적으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성공에 힘입어 미터드 페이월이 가장 보편적인 페이월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미터드 페이월이나 프리미엄 모델도 장기적으로 다이내믹 페이월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말 그대로 페이월의 설정과 해제를 동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모두에게 다섯 건 무료라는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섹션 마다 접근 권한을 달리 설정하기도 하고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정기 구독 없이 로그인만 해도 무료 기사를 늘려주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신문사들이 페이월 모델을 실험하면서 얻은 교훈은 뉴스를 열심히 읽는 사람은 정말 적다는 사실이다. 뉴스 콘텐츠에 돈을 낼 사람은 더 적다. 그러나 이 사람들만 확실하게 잘 잡으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게 경험으로 입증되고 있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독자들의 행동 패턴과 지불 의사에 따라 페이월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확실한 충성 독자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항공기 좌석으로 비유하자면 샌프란시스코 항공권을 살까 말까 들락거리는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 가야 할 강력한 동기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이런 사람들이 접속할 때마다 은근슬쩍 가격을 올려놓고 마음이 급한 예비 여행자는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생각에 서둘러 결제를 하게 된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지불 의사가 있는 예비 구독자들에게 구독을 해야 할 이유를 마련해 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렌페스트연구소(The Lenfest Institute)가 세계적으로 500개 뉴스 기업들의 디지털 구독 모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신문사 가운데 78%가 디지털 콘텐츠에 과금을 하고 있고 80%는 미터드 페이월을 채택하고 있다. 하드 페이월을 고집하고 있는 곳은 한 군데 뿐이었다.

매트 스키빈스키(Matt Skibinski)는 “광고 의존 디지털 전략은 양질의 저널리즘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구독 우선 전략이 독자들에게 양질의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을 비즈니스의 우선 순위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렌페스트연구소의 진단은 한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뉴스 기업들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함정에 빠져 있다. 페이지 뷰의 볼륨을 키워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값싼 트래픽을 주워담는 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온라인 광고 매출은 페이지 뷰에 비례하는데 이는 퀄리티 저널리즘을 지원하기보다는 선정주의와 바이럴 콘텐츠, 카피캣 저널리즘을 부추긴다.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는 신문사들은 필연적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구독 모델은 단순히 매출 다변화 차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저널리즘의 사명과 뉴스 비즈니스의 목표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페이지 뷰에서 충성 독자 확보로 성장의 목표를 바꿀 때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동기 부여가 가능하다는 게 경험으로 입증되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가 이야기하는 것은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뉴스 산업의 구독 경제 실험은 이제 시작의 끝(end of the beginning)을 맞고 있다.

4. 심화 매뉴얼 I : 독자의 행동과 패턴을 분석하라.

뉴욕타임스는 2011년 3월, 20건 무료로 시작했던 미터드 페이월을 이듬해인 2012년 4월 10건으로 줄인 데 이어 2017년 12월에는 5건으로, 그리고 2019년 7월에는 2건까지 줄였다.

뉴욕타임스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월을 도입하기 전인 2011년 1월 기준으로 순 방문자가 4846만 명이었는데 20건 제한을 두니 4794만 명으로 1% 정도 줄었다. 월 20건을 안 읽는 뜨내기 독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이야기다. 미터드 페이월에 부딪힌, 그러니까 20건의 기사를 다 읽는 독자들 가운데 20% 정도가 유료 구독을 선택했다.

온라인 광고 매출이 일부 줄긴 했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독자는 페이월과 무관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고 페이월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털링우즈그룹의 최고 경영자, 롭 리스타뇨(Rob Ristagno)가 “구독자 한 사람은 방문자 1000명과 맞먹는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틀랜틱미디어(Atlantic Media)의 최고 경영자, 미첼 피네건(Michael Finnegan)은 “우리의 광고주들은 지나가는 통행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면서 “3000만 명이 아니라 참여도가 높고 영향력 있는 100만 명의 독자들에게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털링우즈그룹이 분석한 뉴욕타임스의 미터드 페이월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뉴스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일깨워야 한다. 지불할 가치가 있는 뉴스를 만든다는 원칙을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둘째,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터드 페이월을 엄격하게 고집할 이유는 없다. 만약 지불 의사가 있는 독자라고 판단된다면 무료 기사를 늘려주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대형 정치 이슈가 있을 때나 캘리포니아 산불 같은 자연 재해,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이슈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무료로 기사를 풀어 잠재적인 충성 독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따개비(barnacles)’에게 푼돈을 끌어내려 하지 말고 ‘고래(whale)’들이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어야 한다. 뉴욕타임스에서는 12%의 독자가 디지털 매출의 90%를 만들어 낸다. 2016년에는 월 8달러에 모바일에서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는 ‘NYT나우’라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가 접기도 했다. 20만 명이 목표였지만 2만 명 조금 넘는 정도에 그쳤고 무료로 전환했지만 역시 반응이 좋지 않았다.

넷째, 콘텐츠 판매는 기본이고 멤버십 옵션을 추가하라. 뉴욕타임스는 타임스 스토어와 와인클럽, 필름 클럽 등에 멤버십 할인을 제공한다. 신문을 구독하면 크로스워드와 쿠킹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의 가격 상품을 제시하는 것보다 여러 옵션 가운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구독 전환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다섯째, 틈새 시장을 노려라. 뉴욕타임스가 낱말 풀이를 유료화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낱말 풀이에 한 번도 돈을 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크로스워드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종이신문 버전과 달리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다른 독자들과도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여섯째, 글로벌 시장을 노려라. 뉴욕타임스니까 가능했겠지만 뉴욕타임스의 독자는 193개국에 걸쳐 있다. 영어권 독자들이 타겟이라면 해외 진출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전혀 없다.

컨설팅 업체 매더이코노믹스(Mather Economics)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독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구독 가능성을 4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구독자 한 사람의 가치는 5년 기준으로 650달러에 이른다.

알려지지 않은 독자와 알려진 독자 사이에 광고 클릭 비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독자 한 사람의 페이지 뷰가 월 평균 2건, 한 페이지에 0.01달러 정도의 광고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0.02달러, 결국 방문자 한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광고 매출이 5년 기준으로 1.2달러 밖에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스 사이트의 쿠키 값을 추적하면 달마다 평균 91%의 방문자가 완전히 새로운 방문자로 분류된다. 실제로는 기대 매출이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매더이코노믹스가 분석한 한 신문사의 경우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았지만 등록하고 로그인을 한 독자 한 사람에게 발생하는 광고 매출이 1주일에 0.07달러 정도였지만 유료 구독를 한 독자는 0.21달러로 3배 정도 많았다. 고객 평생 가치(CLTV, customer lifetime value)는 구독한 독자가 650달러, 등록한 독자는 6.5달러 정도가 된다. 일단 등록만 하면 4배 정도 가치가 오르고 구독을 하게 되면 100배 정도 오른다는 계산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부터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독자들의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해 왔다. 충성도가 낮은 뜨내기 독자들에게는 적당히 광고를 보여주고 지불 의사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잠재적인 충성 독자에게는 적절한 시점에 회원 가입과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독 가능성을 90% 이상의 확률로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방문자를 구독 가능성에 따라 ‘차갑거나(cold)’ ‘따뜻하거나(warm)’ ‘뜨거운(hot)’ 세 등급으로 구분했고 구독할 가능성이 낮은 방문자들에게는 무료 기사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다이내믹 페이월을 적용했다. ‘뜨거운’ 독자들에게 7일 동안 모든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게스트 패스(guest pass)를 발급한 것도 효과가 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이내믹 페이월을 도입하면서 네 가지 원칙에서 출발했다. 첫째, 콘텐츠 우선 전략을 버리고 독자 우선 전략으로 전환했고 둘째, 독자들이 콘텐츠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셋째, 머신 러닝 기법으로 비구독 독자(non-subscribed readers)들에게 성향 점수를 부여했고 넷째, 다이내믹 페이월을 도입해 광고 매출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구독을 늘리는 최적의 모델을 구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타임스보다 훨씬 더 강력한 페이월을 설계했다. 멤버십 최고 책임자 칼 웰스(Karl Wells)는 “사람들이 뉴스에 돈을 내지 않는 건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사이드 도어을 모두 닫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검색 사이트를 통해 유입된 이른바 첫 번째 클릭은 무료(first click free)를 차단했을 때 구글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이 38%나 줄어들고 구글 뉴스 추천은 무려 89%나 줄어들었지만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다른 신문사들이 무료 기사라고 부르는 걸 ‘샘플링(sampling)’이라고 부른다.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유료 구독에 앞서 샘플을 경험하라는 의미다. 한 달에 다섯 건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고 제안하는 뉴욕타임스의 미터드 페이월과는 애초에 접근 방식이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험을 보면 ‘공짜 기사는 없다’는 원칙을 계속 일깨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월 도입 초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래픽이 집중되는 시간에 페이월을 해제해서 광고 노출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을 낼 의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방문자에게는 오히려 페이월을 높여서 결제를 압박한다. 광고에서 구독으로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이다.

누구에게 페이월을 치고 누구에게는 무료 기사를 좀 더 제공할 것인가도 중요한 전략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과거에는 어떤 기사를 무료로 풀고 어떤 기사를 유료로 묶을 것인가를 편집국에서 결정했는데 다이내믹 페이월 모델이 도입되면서 조금씩 다른 부서에 권한을 넘겨주게 됐다. 페이월이 단순히 기사 가치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통계와 과학의 영역이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칼 웰스는 “문화적 변화였다”고 말했다. “편집국은 지불할 가치가 있는 저널리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판매 부서는 독자들의 관심과 의도를 구독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 1주일에 1500만 명의 방문자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광고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구독 매출을 늘려야 한다. 셋째, 구독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따라 동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방문자들에게 동일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전제였다.

칼 웰스는 “그동안 뉴스 기업들이 콘텐츠에 과도하게 집중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자가 구독할 준비가 될 시기를 판단하는 모델에 가깝다.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그때 구독 안내 팝업을 띄운다.

“누군가에게 자동차를 팔려면 가격을 먼저 부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있는 집인지 아닌지, 유모차를 넣을 공간이 필요한지 아닌지부터 확인을 해야 한다. 캠핑을 즐기는지 아닌지 출퇴근용인지 아닌지도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처음 방문하는 독자들과 날마다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다르게 설계했다. 모든 독자들이 티핑 포인트가 다 다르다. 네 번째 방문에서 구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독자와 일곱 번째 방문에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독자의 패턴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섹션을 찾는 독자들이 구독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데이터를 살펴보면 예술과 문화, 오피니언 섹션의 독자들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를 위해 디바이스와 방문 회수, 위치 정보를 수집했고 우편번호를 근거로 평균 수입을 예측하는 모델도 추가했다.

좋은 콘텐츠를 잔뜩 깔아놓으면 돈을 낼 거라는 발상을 바꿔서 39만7326번째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콘텐츠를 깔아놓아야 다시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콘텐츠가 아니라 독자를 우선하면 모든 전략이 바뀐다는 것이다. 39만7326번째 독자와 39만7327번째 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야 한다. 그래야 두 사람의 독자를 모두 붙잡을 수 있다.

트와이프모바일은 독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첫째, 독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둘째, 방문자에서 구독자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하고, 셋째, 무엇이 독자들의 로열티를 높이는지 파악하고 여기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무료 구독자와 유료 구독자의 이분법적 접근을 극복하라는 조언도 의미심장하다. 아무리 뜨내기 독자라도 뜨내기 취급을 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확률을 높이는 게 페이월 설계의 핵심이다. 보스톤글로브의 최고 소비자 책임자 피터 듀셋(Peter Doucette)은 “알려진 독자는 익명의 독자 보다 10배 이상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경험을 종합하면 이메일 주소를 남기는 것보다 참여를 드러내는 더 확실한 지표는 없다. 그리고 뉴스레터는 연결을 강화하고 참여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뉴요커의 경우 뉴스레터 가입이 구독 전환의 가장 확실한 신호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레제코(Les Echos)는 소셜 미디어나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오는 방문자보다 이메일 링크를 타고 들어오는 방문자들이 충성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료 결제를 할 확률이 두 배나 높게 나타났다. 보스톤글로브에서도 뉴스레터 구독자가 연장율이 7% 더 높았다. 70개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워싱턴포스트는 뉴스레터 덕분에 구독 전환율이 40%나 뛰어올랐다. 다우존스에서는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정기 구독의 30%를 차지했다.

보스톤글로브는 4주에 99센트의 프로모션으로 정기 구독을 크게 늘렸다. 4주가 지나면 하루에 60센트가 되고 1년이 지나면 하루에 1달러가 된다. 한 달이면 30달러,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보스톤글로브를 읽는 게 일상적인 습관이 되면 금액이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트와이프모바일은 독자 확보보다 독자의 참여(engagement)를 강화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경우지만 지역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전국 단위 기사를 읽는 독자들보다 구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5~10배나 더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었다. 모두에게 필요한 기사보다 나에게 필요한 기사에 더 반응한다는 이야기다. 한 달에 5건 이상의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그렇지 않은 독자들보다 구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5~10배 정도 더 높다. 여러 디바이스에서 접속하는 독자들과 여러 카테고리를 찾는 독자들이 각각 2~3배 정도 더 높다. 소셜 미디어를 팔로우하는 독자들도 4~6배 정도 더 높다.

5. 심화 매뉴얼 II : 지표와 목표를 다시 설정하라.

지표를 바꾸면 조직의 철학과 문화가 달라진다. 뉴스 기업이 고려해야 할 독자들의 참여 지표는 이런 것들이다. 1회 방문당 페이지 뷰와 이탈율은 기본이고 얼마나 오래 읽는가, 또는 기사를 끝까지 읽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며칠 만에 다시 방문했는가,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를 했는가, 뉴스레터에 가입했는가 등등. 이런 지표가 낮은 독자들은 광고가 조금 많다 싶거나 유료 결제 팝업을 마주치면 망설이지 않고 떠난다. 지표가 높은 독자들은 적절한 시점에 팝업을 띄워주면 기꺼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렌페스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68%의 독자들이 한 달에 한 건의 기사를 본다. 23%의 독자들은 2~5건의 기사를 본다. 나머지 9%의 독자들이 5건 이상의 기사를 읽는 고정 독자(regular readers)들이다. 결국 이 충성 독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더 늘려가는가가 뉴스 기업의 구독 경제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가디언의 경우 모든 기사를 무료로 풀고 있지만 1년에 5000파운드를 내는 독자들도 있다. 폴란드의 가제타브로르챠(Gazeta Wyborcza)는 10%의 독자들의 74%의 매출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언론사도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형적인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이다.

이 보고서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지표는 중단율(stop rate)이다. A라는 독자가 구독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이 구독을 끊고 떠날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중단율이란 전체 방문자 가운데 페이월을 맞닥뜨리고 결제를 포기하는 독자의 비율을 말하는데 500개 언론사의 중단율 중간값은 1.8%였다. 1000명 중에 18명 정도가 포기하는 셈인데 이 말은 나머지 980명 정도는 아예 페이월이 있는 줄도 모르고 공짜 기사만 읽고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다.

구독 모델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려면 중단율이 6%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이 연구소의 조언인데 이 정도 중단율을 보이는 뉴스 기업은 조사 대상 가운데 10% 정도 밖에 안 됐다.

중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를 늘리거나 무료 기사를 줄여야 한다. 무료 기사를 5건으로 잡았는데 중단율이 3% 미만이라면 애초에 5건 이상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신문사는 충성 독자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 달에 5~10건씩 기사를 읽는 방문자들이 5% 이상이고 이들이 페이월을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무료 기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게 좋다.

스트로슬이 공개한 스웨덴의 미트미디어(MittMedia)는 페이월 전략이 실패하는 전형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많은 신문사들처럼 미트미디어도 종이신문 독자들을 잃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하드 페이월로 시작했다. 종이신문 독자들이 온라인의 무료 기사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종이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50%의 기사를 유료 기사로 묶었고 이 기사들은 가장 적게 읽은 기사가 됐다.

이 회사 최고 디지털 책임자인 로빈 고빅(Robin Govik)은 “페이월 안에 가둔 콘텐츠는 최악의 콘텐츠였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기사들을 유료 기사로 묶었고 이를 일부러 찾아 읽는 독자도 없었다. 우리가 깨달은 것은 종이신문 독자들과 디지털 독자들을 구분하고 다른 접근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트로슬의 조언에 따르면 참여 지표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하이퍼 로컬 콘텐츠는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미트미디어의 경우 지역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간 10만 건 이상의 자동화 기사를 만들고 있다. 둘째, 독자 기고를 늘리는 것도 참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셋째, 완전 무료 기사와 하드 페이월 사이에 독자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넷째, 오프라인 이벤트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다섯째, 스트로슬은 다른 언론사들과 추천 링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체류 시간과 재방문 비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독자 한 사람의 가치를 고객 평생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TV)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독자 한 사람이 지불하는 구독료와 페이지 뷰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등을 모두 더하고 구독 기대 기간을 곱하면 예상 매출을 계산할 수 있다. 구독료가 월 1만 원이고 평균 18개월을 구독하고 중단한다면 CLTV는 18만 원이 된다. 실제로 광고 매출 등을 더하면 여기에 몇 백 원 정도가 더 붙게 될 것이다.

렌페스트연구소가 500개 뉴스 기업들의 디지털 구독 모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CLTV의 중간값은 137달러였고 상위 5%는 340달러, 하위 5%는 50달러에 그쳤다. CLTV가 높을수록 구독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 한국은 신문 대금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신문고시 때문에 상황이 다르지만 CLTV가 35만 원 수준이라면 1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쓰더라도 공격적인 구독 확장을 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렌페스트연구소의 어드바이저 매트 스키빈스키(Matt Skibinski)는 하버드대학교 부설 니만저널리즘연구소의 니만랩에 기고한 글에서 한 언론사의 케이스 스터디를 소개하고 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신 익명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신문 독자의 CLTV는 345달러였는데 이 정도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구독료가 월 15달러에 평균 23개월 정도 구독을 한다면 이 정도가 된다. 그런데 만약 이 신문사가 345달러를 광고 매출로 벌려면 4만8184명의 페이지 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신문사의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CPM(Click per Mille), 그러니까 1000명에게 노출됐을 때 집행되는 광고 금액은 7.16달러다. $345 ÷ $7.16 × 1,000명 = 48,184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스키빈스키는 “이런 숫자를 보면 어떤 콘텐츠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더이코노믹스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온라인 구독자의 CLTV를 650달러, 종이신문 구독자는 165달러, 로그인을 했지만 구독을 하지 않는 독자는 6.5달러로 추산했다. 페이지 뷰에 수반하는 광고도 구독자들은 1주일에 0.21달러까지 나오지만 구독하지 않는 독자들은 0.07달러에 그쳤다. 돈을 낸 사람들이 더 자주 찾아오고 더 열심히 읽는다는 가설이 여기에서도 입증됐다.

우리가 이 보고서에서 답을 찾아야 할 질문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충성 독자 1명과 뜨내기 트래픽 4만8000건 중에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구독 퍼스트인가. (아직도) 트래픽 퍼스트 또는 광고 퍼스트인가.

스트로슬은 유럽 지역의 1500개 언론사 90만 건의 기사를 분석해 독자 지표(Reader Index)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기사 생산 정도를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독자들의 관심 보다 기사가 더 많은(over produced) 섹션은 가족과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이고 독자들의 관심은 많지만 기사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under produced) 섹션이 교육과 비즈니스, 스포츠, 쇼핑 등이다. 물론 기사가 많다고 해서 줄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다고 해서 더 늘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울 때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미디어 그룹 아메디아(Amedia)가 63개 뉴스 웹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아메디아도 광고와 구독이 동시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부분 유료화를 처음 시작했던 2013년 기준으로 종이신문 구독자가 48만 명이었는데 이탈률이 9%나 됐다. 10%의 기사를 유료 기사로 전환하는 부분 유료화로 시작해 2017년 9월에는 전체 기사의 40~60%를 페이월로 가두고 있다. 로그인 독자  57만 명 가운데 15만 명이 순수 온라인 구독자다.

아메디아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구독을 유발하는 기사(trigger)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사는 교통과 의료, 범죄, 법률, 부동산, 그리고 사건 사고 기사였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치와 스포츠 기사는 별 효과가 없었다. 전국 단위의 뉴스 보다 지역 단위 뉴스가 훨씬 더 구독 전환 효과가 컸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INMA의 최고 경영자, 얼 윌킨슨(Earl J. Wilkinson)은 “독자와 구독자가 뉴스룸의 의제를 지시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들이 저널리즘의 사명과 유료 독자들의 요구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정말 중요한 뉴스를 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다. 반 년 동안 취재해서 내보낸 탐사 보도가 별 다른 울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기사가 의미가 없다거나 이런 기사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구독 우선 전략이나 서비스 공급자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이런 기사에 투자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트래픽과 구독 전환이 상반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트래픽을 늘리려 애쓰면 구독이 줄어들게 된다. 뜨내기 독자들을 공략하는 바이럴 콘텐츠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충성 독자를 위한 임팩트 스토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독 우선 전략의 핵심은 결국 좋은 저널리즘에 있다. 얼 윌킨슨은 아메디아의 성공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 헌신(company-wide cultural commitment), 둘째는 건강한 집착(healthy obsession)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고객 관계 디렉터 브렌든 스페인(Brendan Spain)은 “우리는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 돼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시장을 움직이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6년부터 RFV라는 성과 지표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방문일(Recency)은 독자가 마지막으로 기사를 읽고 난 뒤 며칠이 지났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방문 빈도(Frequency)는 독자가 방문한 날짜 수다. 방문 빈도가 15라면 한 달에 15일을 방문했다는 의미다. 볼륨(Volume)은 몇 건의 기사를 읽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연히 R은 낮을수록 좋고 F와 V는 높을수록 좋다. 서너 달 만에 처음 방문한 독자는 아마도 다음 서너 달 동안 다시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독자에게 구독을 하지 않으면 기사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해봐야 지갑을 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매출의 80%를 잃을 수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분석 우선(Analytics First)’ 접근 전략을 선택했다. 딥비아이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는 RFV 지표를 활용해 뜨내기 독자와 충성 독자와 열성 독자 등으로 독자의 등급을 나누고 이들의 패턴을 추적한다. 각각의 기사가 RFV 지표에 얼마나 기여하는 정도도 분석한다. 어떤 주제와 어떤 유형의 기사가 어떤 도시와 어떤 계층에게 더 어필하는가에 대한 좀 더 정교한 분석을 끌어낼 수 있다. 어떤 기사가 구독을 견인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어떤 독자가 뜨내기 독자에서 열성 독자로 옮겨왔는지, 또는 어떤 독자가 충성도가 낮아졌거나 구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는지 등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인투더마인드(IntotheMind)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의 RFV 지표는 높은 확률로 구독 중단 비율을 예측할 수 있다.

Y = -0.030437239ln(x) + 0.0314616343

X의 로그값을 취하면 구독 중단율 Y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공개한 타임 패키지(time package)도 흥미로운 모델이다. 시간 단위로 광고 인벤토리를 판매하는데, 단순히 페이지 뷰가 많은 시간이 아니라 열독률이 가장 높은 시간에 충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훨씬 비싼 가격에 패키지 상품으로 팔 수 있다.

독일의 디벨트(Die Welt)는 신규 구독자의 절반이 3개월 안에 구독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독 중단율이 1~2% 정도지만 신규 구독자들의 이탈이 특히 컸다.

트와이프모바일의 조언에 따르면 어떤 기사들은 이탈 방지에 도움이 된다. ‘알 필요가 있는 기사’보다는 ‘알아두면 좋은 기사’가 효과가 크다. 워싱턴포스트처럼 이 신문이 얼마나 멋진 기사를 쓰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것도 좋다. 구독 2년이 되는 시점에 할인 쿠폰을 보내는 것도 효과가 컸다고 한다.

독일의 수드도이체자이퉁(Süddeutsche Zeitung)의 제품 책임자 요하네스 하우너(Johannes Hauner)는 “기술적으로는 물론이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제품을 최첨단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해서 실험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르피가로(Le Figaro)는 유료 독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하도록 독려했는데 확실히 앱 접속자들이 이탈률이 적게 나타났다.

새로 구독을 결정한 독자들 가운데 일부는 애초에 장기 구독을 할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갑자기 특정 주제에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유료 기사 몇 건을 보려고 결제 버튼을 눌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쉽게 가입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시애틀타임스의 경우는 신용카드 유효 기간 만료로 구독을 중단하는 독자가 전체 구독 중단의 62%를 차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용카드 유효 기간이 끝나 간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만약 신용카드 정보를 업데이트할 경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터드 페이월을 처음 실험하던 때만 해도 많은 뉴스 기업들이 광고 매출에 영향을 미칠 걸 우려해서 미터를 늘려 잡았는데 지난 몇 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애초에 대부분의 방문자가 1년에 서너 번 올까 말까 한 뜨내기 독자들이고 이들은 페이월을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조사에서도 500개 뉴스 기업 가운데 57%가 무료 기사를 5건 미만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는 PSCR이라고 부르는 구독 정지 전환율(paid stop conversion rate)이다. 페이월을 맞닥뜨리고 구독을 포기하는 사람 대비 구독료를 지불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조사 결과 500개 뉴스 기업의 중간 값은 0.5%, 상위 10%의 평균은 1.3%였다.

상위 10% 기업만 놓고 보면 1만 명이 방문해서 이 가운데 600명이 무료 기사를 다 읽고(페이월을 맞닥뜨리고) 이 가운데 7.8명이 구독자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굉장히 높은 비율이고 성공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값으로 환산하면 1만 명이 방문해서 180명이 페이월을 만나고 이 가운데 0.9명이 구독을 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료 기사의 수와 전환율 가운데 정해진 공식은 없다. 전환율은 최소 0.08%에서 최대 2.24%까지 다양했지만 평균으로는 무료 기사가 10건일 때 0.5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무료 기사가 20건 이상인 경우는 전환율이 최대 1.02%에 그쳤다. 중단율과 전환율, 순방문자 수를 곱하면 구독 매출을 계산할 수 있다. 구독 전환율은 프로모션 이후 꾸준히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구독 정지 전환율을 1~2% 정도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몇 가지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90%의 방문자들이 결제 단계에서 포기한다. 14.8%의 이용자들이 결제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까지 가고 9.9%의 이용자들만 결제를 한다. 포기하는 비율은 모바일에서 더 높다. 데스크톱 이용자들이 모바일 이용자보다 구독 전환 비율이 5배나 더 높다. 데스크톱 이용자들 가운데 이메일 주소를 남겨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실제로 주소를 남기는 비율은 29%다.

구독 연장율(Retention Rates)과 이탈률(Crurn Rates)도 매우 중요하다. 평균 연장율은 94.4%지만 상위 5%는 97%까지 나온다. 97%와 94.4%의 차이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년이 지나면 각각 64.4%와 50.1%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구독료와 구독자 수는 상관 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독료가 높을수록 구독 연장율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기사에도 구독 기여도를 점수로 부여할 수 있다. 페이지 뷰를 지표로 삼으면 진짜 중요한 기사 보다 바이럴 콘텐츠에 더 큰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구독 우선 모델에서는 철저하게 콘텐츠의 차별화와 공적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 구독자들과 잠재적 구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무료 기사가 월 5건이라면 어떤 기사를 읽은 뒤에 구독으로 이어지는지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로그인 비율도 중요한 지표다. 상위 10%는 하위 10% 보다 2.5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탈율 관리도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독 중단의 이유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해서 솔직하게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편집국과 공유하는 게 좋다. 구독료 할인이나 6개월 무료 구독 혜택을 제공하거나 사은품을 증정할 수도 있다. 충성 독자들의 변심을 분석하고 이들의 공통된 불만과 구조적 요인을 찾는 게 관건이다.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고유한 가치(unique value proposition)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독자들은 확실한 게 아니면 감동하지 않는다. INMA 조사에서는 탐사 보도와 오피니언이 구독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었다.

6. 심화 매뉴얼 III : 다이내믹 페이월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관계.

구독 경제의 성배(Holly Grail) 같은 건 없다. 뉴욕타임스가 북극성(North Star)일까. 뉴욕타임스는 뉴욕타임스만의 전략이 있었고 다른 언론사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INMA의 미디어 컨설턴트, 그레체고르츠 피에초타(Grzegorz Piechota)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저널리즘의 가치 제안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신뢰와 투명성도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게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최선의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시민에 대한 충성과 돈을 내는 시민들에 대한 충성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신문의 유료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라면 이들은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걸 좋아할까? 그 기준은 상업적 필요 보다는 저널리즘의 책무와 민주주의의 확장이 될 것이다. INMA도 이 보고서에서 “저널리즘은 때때로 독자들과 맞서야 할 때도 있다”고 한계를 두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뉴스와 저널리즘을 구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넘쳐나는 뉴스와 저널리즘을 구분하는 것은 첫째,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것, 둘째, 사실을 발굴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탐사 보도, 셋째, 사실의 검증, 넷째, 사실과 사건에 대한 해석, 그리고 다섯째, 담론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 등이다.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이 강조했던 것처럼 저널리즘의 사명에 집중하는 것이 지불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만난다는 이야기다. 구독 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도 결국 뉴스의 브랜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주 방문하도록 만들고 더 많이 읽도록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연구에서는 방문 빈도가 구독 연장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얼마나 많은 기사를 읽느냐 또는 그리고 얼마나 오래 읽느냐 보다 얼마나 자주 방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결과다. 자주 방문할수록 구독을 중단할 확률이 낮아진다, 이것은 독자 관리의 핵심 만트라(주문, mantra)다.

“‘우리의 고객은 광고주이고 우리는 독자들을 이용해 광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우리의 고객은 독자들이고 독자들이 우리의 수익의 원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미국신문협회의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의 이야기다.

로젠스틸의 조언은 구독자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려면 독자들이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계속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둘째,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평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신문만 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 스쳐 지나가는 독자(skimmer)들을 붙잡아야 한다.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독자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훑고 지나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시카고트리뷴(Chicago Tribune)과 인디애나폴리스스타(Indianapolis Star),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 등의 신문과 제휴해 13TB의 독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인디애나폴리스스타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서 유료 구독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번 방문했을 때 몇 페이지를 읽는가, 그리고 한 페이지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가 등을 추적했더니 놀랍게도 구독 연장율이 아니라 중단율과 강한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카고트리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메딜저널리즘스쿨의 에드 맬서스(Ed Malthouse)는 세 가지 설명을 내놓았다. 첫째, 기사를 열심히 읽고 실망했을 수도 있다. 열심히 읽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굳이 이 신문이 아니라 다른 데서도 읽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둘째, 소셜 미디어에서 제목만 보고 기사를 건너뛰는 습관 때문에 기사를 읽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셋째, 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우울해지거나 짜증이 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와 다른 지점일 수도 있다.

톰 로젠스틸은 “독자들이 긴 이야기를 싫어할 거라는 것도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오래 읽는 독자들이 구독 전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다만 독자들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접근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을 오래 붙잡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짧게 요약해 주고 다른 기사로 옮겨 가게 만들어야 한다. 오래 읽는 올드 스타일 독자들을 붙잡기 위해 스캐닝 독자들을 내쫓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없다.

댈러스모닝뉴스(Dallas Morning News)의 경우 텍사스A&M대학교의 경기를 다룬 기사가 페이지뷰는 많았지만 구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SMU(남부매서드대학교,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경기를 다룬 기사는 페이지뷰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구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이 신문사는 SMU 기사를 더 늘리기로 했다.

댈러스모닝뉴스에서는 처음 방문자에게 기사를 무제한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방문하면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라고 요청하고 나흘 뒤부터는 더 이상 기사를 읽을 수 없게 된다. 대신 확보한 이메일 주소를 활용해 뉴스레터를 보내고 이를 통해 정기 구독을 유도한다. 뉴스레터만 읽고 끝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전략으로 석 달 만에 이 지역에서 정기구독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핵심은 날마다 찾아와서 읽어야만 하는 뭔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만 있는 기사가 필요하고 독자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종이신문 기사를 몇 시간 먼저 볼 수 있게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통신사 뉴스(한국 같으면 연합뉴스나 뉴시스, 뉴스1 등)가 많으면 브랜드 가치가 희석된다.

새로 방문한 독자들이 무슨 기사를 읽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아이디어를 준다. 구독료를 내고 있는 독자들이 읽는 콘텐츠가 무엇인지와 비교하는 것도 좋다.

참여를 높이는 특별한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레터에 최고의 인력을 투자하고 로딩 시간을 줄이고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푸쉬 알림도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트래픽이 아니라 참여 확대를 위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고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읽기 원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핵심은 계속 실험하고 테스트하면서 지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있다.

[그림 20]은 빅데이터 분석 업체 딥비아이가 공개한 한 언론사의 구독 분석 프로그램의 스크린샷이다. 왼쪽의 독자 A는 첫 방문에서 구독 결제까지 7일이 걸렸고 23건의 기사를 읽었다. 오른쪽의 독자 B는 50일 동안 107건의 기사를 읽었다. 구독 점수가 낮아지다가 특정 계기로 반등해서 만족도가 높아지다가 결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학습과 최적화를 반복하는 게 관건이다.

구독 옵션은 최대한 단순화하는 게 좋다. 월별 결제와 연간 결제를 나눈다면 연간 결제는 10배 정도로 할인을 주는 게 좋다. 정기 구독을 망설이지 않도록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일로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프로모션도 좋지만 1년 내내 마케팅을 계속해야 한다. 검색과 소셜, 이메일 등 모든 채널에서 구독 전환 지표를 확인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몇 건의 무료 기사가 최선인지도 실험을 통해 최적의 비율을 찾아야 한다.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은 니만저널리즘연구소와 인터뷰에서 몇 가지 비결을 공개한 적 있다.

뉴욕타임스의 고민은 돈을 내는 유료 구독자들도 로그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PC에서 가입했는데 모바일에서 페이스북 링크를 타고 접속했을 때는 로그인이 안 된 상태다. 뉴욕타임스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몇 건의 기사를 읽었고 어떤 기사를 읽었는지 추적할 방법이 없게 된다. 심지어 10년 이상 구독한 충성 독자를 익명의 독자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로그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들에게 로그인을 하게 만들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유료로 전환(more consumption and more conversion)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방문자의 3% 정도가 유료로 전환한다는 게 그동안의 관측이었는데 이 천장을 넘기는 게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독자의 20%가 등록된(registered) 독자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독자 가운데 등록하고 로그인하는 독자의 비율이 80% 이상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뉴욕타임스의 확장 전략 가운데 핵심은 등록(registered)과 구독(subscription)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등록은 ID를 만들었다는 의미고, 구독은 돈을 낸다는 의미다. 일단 등록으로 유도하고 로그인을 하게 만들고 구독으로 전환을 유인하는 전략이다. 강력한 콘텐츠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지만 뉴스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독자의 습관을 바꾸는 장기적인 실험과 끊임없는 개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내믹 페이월에 반드시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하는 것처럼 독자마다 가장 최근 방문한 게 언제인지, 어느 정도 주기로 자주 방문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읽는지, 이 세 가지 데이터만 있으면 충분하다.

머신러닝이나 개인화 서비스도 가능하다면 좋지만 기대 수준을 낮출 필요도 있다. 노르웨이의 미디어 분석가 토마스 백달(Thomas Baekdal)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구글이 아니고 아마존도 아니다. 데이터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독자의 관심을 따라잡는 것이 반드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를 테면 슈퍼마켓에서 초콜릿을 싫어하는 고객을 위해 초콜릿을 모두 치운다면 그 자리에 초콜릿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진열해야 할 텐데 그게 꼭 그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

보이스데브(BoiseDev)는 마이크로 뉴스 서비스는 페이월 대신에 타임월(Time Wall)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독자들에게 하루 먼저 뉴스를 전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웨덴의 미트미디어는 기사가 업로드 된 뒤 첫 1시간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구독하지 않는 독자들이 더 자주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이다. 실제로 보이스데브는 타임월 방식으로 구독 전환이 20% 늘었다고 한다.

시애틀타임스는 구독 신청에 기입해야 할 항목을 24개에서 9개로 줄인 뒤 구독 전환이 35%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결제 과정에서 이탈한다는 이야기다.

구독 피로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저널리즘 리포트에 따르면 페이월이 강화되면서 잠재적 독자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에서 멀어지는 것이 구독 경제의 어두운 그늘이다. 인터넷 검색도 쉽지 않고 영향력도 제한될 수 있다. 뉴스 회피 현상을 부추기고 광고 차단처럼 페이월 차단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페이월을 우회하는 백도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뉴스룸의 브랜드는 가치에 대한 약속이다. 편집국장은 뉴스룸 브랜드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 유료 독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신뢰도와 정확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7. 맺는 글 : 독자 우선 뉴스룸으로의 전환.

이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네이버가 뉴스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등이 주식과 부동산, 사회공헌 등의 콘텐츠를 네이버의 구독형 지식 플랫폼의 서비스 형태로 유료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뉴스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되 별도의 유료 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라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언론사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결국 네이버라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서비스 공급자로 전락하게 될 거라는 우려와 (사실 이미 지금도 그렇지만) 네이버 종속이 더욱 심화될 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언론사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선의에서 나온 발상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저널리즘 브랜드의 충성도와 독자의 참여에 기반한 구독 경제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뉴스 유료화 안 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네이버에 공짜 뉴스가 넘쳐나는데 누가 돈을 내겠어?” 우리가 구독 경제를 이야기하고 페이월 전략을 공부하고 유료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건 이게 아니면 뉴스 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뉴스 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독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고 지불 의사도 늘어나고 있다. 구독 비즈니스로 전환에 성공한 뉴스 기업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우선 순위를 다시 설정하고 조직의 문화를 바꿨다. 독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명확하고 가치 있는 제안을 만들고 소통을 늘리고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도 바꿨다. 어려운 게 아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되 본질에 집중하면 된다.

구독 경제의 세 가지 키워드는 첫째, 미래의 반복적인 수익에 포지셔닝할 것, 둘째,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수요에 반응할 것, 셋째, 관계를 강화하고 유지할 것이다.

기자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제품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려면 조직의 철학과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제품이 아니라 고객을 관리해야 한다. 수익성 높은 제품이 아니라 수익성 높은 고객이 핵심이 돼야 한다. 제품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소비하는 시간, 고객의 평생 가치에서 기대되는 이익을 근거로 미래 예측을 해야 한다.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강조하는 건 ‘구독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건 결코 쉽지 않지만 한 번 바꾸면 오래 간다. 세상에는 돈 안 되는 뉴스도 필요하고 시장에 영합하지 않고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언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 뉴스를 잘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잘 팔아야 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잘 팔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기사는 과연 우리의 독자들에게 습관이 될 수 있을까.

독자 우선(reader first)과 구독 우선(subscription first) 전략으로 조직의 우선 순위를 다시 설정하려면 기사의 작성과 콘텐츠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뜨내기 독자들을 쓸어 담고 트래픽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는 구독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동안 썼던 기사의 대부분을 버리고 좀 더 본질적이고 좀 더 구조적인 해법에 접근하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사 때문에 구독을 하게 됐다”는 게 최고의 칭찬과 명예가 돼야 한다.

이 보고서를 누구보다도 미디어오늘 기자들에게 읽게 하고 싶지만 아마도 다들 관심이 없을 것이다. 다른 많은 기자들처럼 미디어오늘 기자들도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고 그게 어떻게 팔리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게 과연 좋은 기사인지 서로 묻지 않는 건 그 판단 기준이 기자들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 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사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 기업이 콘텐츠 공장에서 서비스 공급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건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뿐만 아니라 뉴스룸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페이지 뷰를 늘리고 광고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높은 참여와 지속적인 관계가 목표가 돼야 한다. 수익성 높은 상품에서 수익성 높은 고객으로 옮겨가야 한다.

많은 신문사에서 구독 우선 전략이 아이디어나 구호로 끝나는 것은 여전히 기자들이 독자들과 소통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INMA 보고서에서도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독자들에게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저널리스트들의 로맨틱한 자화상과 충돌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구독 우선 전략은 이런 문화를 기본 전제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 조직의 관성과 관행을 바꾸지 못하면 이론이나 구호만으로는 어떤 변화도 끌어낼 수 없다.

기자들은 그들이 쓴 기사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분산된 데이터를 끌어 모으고 중앙집중화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의 사일로(silo)를 허물어야 할 수도 있다. 독자 우선 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부서가 편집국이 돼야 한다.

구독 우선 전략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도달율(reach)을 높이기 위해 퀄리티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독자들은 어떤 기사가 많이 읽히는가에 별 관심이 없다. 구독 깔대기도 중요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로는 충성 독자를 낚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독자 한 사람이 35만 원의 가치를 갖는다면 과연 이 정도 비용을 낼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가 반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많이 읽힌 기사가 아니라 의제와 메시지로 기억돼야 한다. 특종 보도를 내보내도 몇 분 지나면 모두가 따라 쓰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신문사의 기사를 많이 읽었느냐 보다 독자들이 그 기사의 오리지널리티를 기억하느냐다. 조직 구성원들이 페이지 뷰의 양적인 성과에 현혹되지 않도록 새로운 성과 지표를 제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구독 솔루션 업체 주오라(Zuora)의 티엔 추오는 “구독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고기를 삼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매 모델에서 구독 모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어나고 수익이 줄어들지만 그 과정을 견뎌야 수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뉴스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인식의 전환이 당장은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레체고르츠 피에초타가 강조하는 것처럼, “‘독자 중심’은 단순히 전략 이상이다. 문화다(Reader-centricity is more than a strategy: It’s a culture.).”

독자 우선 전략은 독자들에게 영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독자들과 강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구독은 뉴스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뉴스의 가치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핵심은 우리에게 더 많은 실험과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실무 책임자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마케팅 부서와 기술 부서, 독자 부서가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저널리즘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사명이 변화의 동력이 돼야 한다.

좋은 기사가 잘 팔린다는 믿음은 순진하다. 좋은 기사는 잘 팔려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좋은 기사를 잘 팔리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냉소했던 독자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경험과 확신이 쌓이고 있다. 잘 팔리는 기사와 좋은 기사의 접점을 찾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 뉴스룸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우리는 저널리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독 경제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도전,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위한 혁신의 과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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