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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우선 조직, 기사를 팔지 말고 관계와 가치를 팔아라.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6, 2021

(“언론사 구독 모델의 과거와 현재”라는 제목으로 월간 신문과방송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1년 6월호.)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공하는 언론사들은 모두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성공하는데 실패하는 언론사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실패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뉴스 구독 모델 사례와 해외 언론사들의 시행착오를 살펴보고 그리고 독자 우선(reader first)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향과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세상 모든 게 다 마찬가지지만 ‘이것만 하면 된다’는 마법의 탄환(silver bullet)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언젠가부터 구독 모델이 위기의 저널리즘을 구원할 대안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돈을 낸 사람들에게 뉴스를 보여주고 그렇지 않으면 안 보여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 기사를 읽기 위해 1만 원을 낼 수 있겠다 싶은 그런 기사는 정말 많지 않다. 그리고 그 기사 하나만 읽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기 전에는 어떤 기사인지 알 수 없고 결제해서 읽고 나면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구독은 습관이다. 그리고 삶을 바꾸는 선택이다. 달마다 넷플릭스에 돈을 내는 건 넷플릭스를 본전 생각이 안 날 만큼 열심히 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고 면도기를 정기 구독하는 건 새 면도기가 오면 그동안 쓰던 면도기를 아낌없이 내다 버리겠다는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 아침마다 녹즙을 시켜 먹기로 하면 내키지 않는 날도 참고 먹어야 한다. 내일은 내일의 녹즙이 온다.

뉴스를 유료로 구독한다는 건 일상적으로 그 뉴스를 찾아 읽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있다는 의미다. 설령 한 달에 한두 번 읽을까 말까 하더라도 그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돈을 냈으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뉴스는 넷플릭스와도 다르고 멜론과도 다르다. 세상에 뉴스는 너무나 많고 우리는 뉴스를 찾아다니면서 읽을 시간이 없다.

세상 모든 뉴스를 다 다루는 종합 일간지의 함정.

한국에서 뉴스 구독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는 아웃스탠딩 말고는 없다. 뉴스토마토 출신의 최용식 대표가 아웃스탠딩을 창업한 게 2015년이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혁신 경영 전반으로 주제를 넓히고 있다. 아웃스탠딩은 2018년 11월 전자책 플랫폼 리디에 인수돼 지금은 리디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료 구독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1000명은 넘고 1만 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구독료는 월 6900원인데 리디셀렉트 구독자들은 아웃스탠딩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리디셀렉트는 월 9900원을 내면 전자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니까 아웃스탠딩이 리디셀렉트의 콘텐츠 공급사로 편입된 셈이다. 3000원만 더 내면 리디셀렉트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웃스탠딩의 유료 독자 가운데 일부가 리디셀렉트로 빠져 나갔지만 리디에서 콘텐츠 비용을 보전받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게 됐다.

아웃스탠딩은 일찌감치 유료 구독을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고 최용식이라는 브랜드만으로 수 백 명 수준의 유료 독자를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광고는 전혀 받지 않고 있고 브랜디드 콘텐츠에 눈을 돌린 적도 없다. 철저하게 차별화된 콘텐츠에 집중하고 충성 독자를 끌어모아 기반을 다진 경우다. 2020년 5월 기준으로 전체 직원은 10명까지 늘었고 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웃스탠딩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퍼블리는 뉴스 기업은 아니지만 새로운 구독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유료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말해주는 것처럼 직장인들을 위한 실무 정보가 핵심이다. 퍼블리의 구독료는 월 1만6900원, “시간관리 근육 키우기”나 “내 일을 망치는 게으른 완벽주의 극복하기” 같은 콘텐츠들이 인기 콘텐츠 목록에 올라 있다.

“젊은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를 표방한 북저널리즘도 누적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북저널리즘은 신문의 속도와 단행본의 깊이를 담는 롱폼 콘텐츠를 만든다. ‘데일리 북저널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기술, 문화 등의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일간지 주말판 기획 기사 정도의 분량이다.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멤버십은 월 6500원인 라이트와 월 1만9000원인 베이직, 월 2만6000원인 플러스로 나뉘어 있다.

폴인은 중앙일보에서 만든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다. 멤버십은 월 1만2800원부터 시작된다.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읽을 수 있고 폴인이 개설하는 온라인 세미나에 월 2회까지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세미나는 할인 혜택을 준다. 전문가들이 글을 쓰고 강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모델이다. 콘텐츠를 구독한다기 보다는 전문가들을 구독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멤버십 성격에 가깝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더밀크와 프로젝트썸원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밀크는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지낸 손재권 기자와 조선일보 김인순 기자 등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테크 전문 버티컬 미디어다. 본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창간과 동시에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썸원은 1인 기업이지만 1년여 만에 200명의 유료 독자를 확보했다. 썸원의 뉴스레터는 구독자가 7000명에 육박한다.

아웃스탠딩과 퍼블리, 북저널리즘, 폴인, 더밀크, 프로젝트썸원 등은 모든 걸 다 다루지 않는다. 철저하게 독자들이 열광하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공략하면서 다른 매체들과 차별화한다. 이들이 지향하는 콘텐츠의 반대 편에 네이버 뉴스가 있다. 어디에나 있는 공짜 뉴스와 다르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 다루는 종합 일간지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웃스탠딩은 무료 기사와 유료 기사를 적절하게 배분한다. 퍼블리도 무료 콘텐츠인 커리어리로 도달률을 높이고 멤버십 가입을 유도한다. 폴인도 뉴스레터 구독을 유도하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읽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멤버십 가입을 제안한다. 더밀크는 뉴스레터는 무료지만 뉴스레터에서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구독 안내가 뜬다. 프로젝트썸원 역시 기본 뉴스레터는 무료지만 프라임 멤버십 회원들에게는 노션 기반의 뉴스레터를 추가로 발송하고 있다.

퍼블리나 북저널리즘, 폴인 등은 뉴스 구독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덩치 큰 주류 언론사들이 쉽게 흉내낼 수 있는 모델도 아니다. 다만 구독 깔때기를 설정하고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넓힌 다음 충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 가입을 독려하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철저하게 버티컬로 접근하면서 뉴스에 지친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이고 계속해서 방향을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유연한 조직에서 가능한 모델이다.

B2B로 생존하는 한국형 뉴스 비즈니스 모델.

물론 주류 언론사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조선일보는 2013년에 프리미엄 조선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2017년에 중단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심층 기사와 전문가 칼럼을 중심으로 유료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내부 반발에 밀려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우병헌 당시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에 따르면 월 3000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지만 트래픽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유료화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 등도 비슷한 시기에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구독 모델이라기보다는 기업 홍보 담당자들을 상대로 하는 B2B 모델에 가까웠다. 기자들을 앞세워 구독을 강요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지금은 두 신문 모두 대부분의 기사를 무료로 풀고 있고 오프라인 초판 서비스만 남아있는 상태다. 다음날 지면 기사를 미리 열람할 수 있는 초판 서비스는 월 10만 원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초판 판갈이 알림 서비스를 20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가판을 폐지한 게 2001년이고 4년 뒤인 2005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합류하면서 대부분 신문에서 가판이 사라졌지만 2009년 세계일보와 한겨레 등이 초판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가판을 부활시키면서 지금은 대부분 일간지들이 디지털 초판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다음날 아침 신문 이미지를 종이신문 보다 5배나 비싼 가격에 확인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 부처에서 미리 기사를 확인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가판에 나온 기사가 배달판에서 사라지거나 광고로 대체되는 경우도 흔하다. 한 언론사 노동조합이 “가판이 광고주와 고공 전투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데스크들이) 광고주와 홍보팀의 면피가 가능한 수준으로 표현을 적당히 손 봐 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05년 이전 광화문에서 가판 근무를 서던 홍보 담당자들이 디지털 초판의 고객인 셈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콘텐츠 구독 모델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최근에는 ESG(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타고 일부 신문들이 기업들에 회원제 서비스를 강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의 ESG포럼은 연 회비가 2000만 원이고 이 신문이 선정해서 시상하는 ESG경영대상은 심사를 받으려면 200만 원을 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과 머니투데이 등도 잇따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평판 관리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 만난 한 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한 신문사에서 상반기 안에 500명을 채워야 한다며 출입기자를 통해 계열사 30군데를 모두 가입시켜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MBC 스트레이트와 인터뷰한 한 기업 임원의 이야기다. “엄청 시달립니다. 공문만 해도 엄청나게 와있어요. 협찬 공문. 본인들이 원하는 액수만큼 안 해 주고 아예 못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마치 두고 보자는 식의 반응도 있고요. 강탈이죠. 강탈.”

20% 충성 독자가 80% 트래픽을 만든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등 인터넷 신문들은 후원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은 한때 1만5000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프레시안은 4000명 수준, 민중의소리는 7000명 수준이다. 광고 없는 독립 언론을 표방한 뉴스타파는 후원회원이 3만5000명 수준이다. 이 신문들은 모두 구독 모델이라기 보다는 후원 모델에 가깝다.

미디어오늘은 2013년 ‘미오친구’라는 이름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00명을 넘기지 못하고 2년여 만에 중단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50만 명이 읽을 기사를 유료 기사로 묶으면 100명도 채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사를 열어 보기 전에는 내용을 알 수 없고 그나마 로그인 단계에서 유료 회원들도 기사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충성 독자들을 내쫓는 전략이었다.

‘미오친구’는 강력한 ‘하드 페이월(hard paywall)’ 방식의 구독 모델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실패하는 언론사들이 흔히 빠져드는 함정에 걸려들었다. 좋은 기사를 만들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리가 먼저 우리 기사의 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밀어붙였지만 정작 기자들은 비관하거나 냉소했다. 결국 뉴스는 돈이 안 된다는 무력감을 학습하는 걸로 끝났다. 미디어오늘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사들이 겪는 문제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도 있다. 네이버에 공짜 뉴스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이 돈을 낼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면 한국에서 뉴스 유료화는 불가능하다. 좋은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독자들이 읽게 만들어야 한다. 가치를 인정하는 독자들을 늘려 나가는 게 핵심이다. 10만 명의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보다 100명의 충성 독자가 더 중요하지만 그 10만 명 중에서 101번째의 충성 독자를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미디어오늘과 구글뉴스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가 지난 4월부터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Digital Growth Program)’에서 세계 여러 언론사들 사례를 조사했더니 많은 언론사에서 20 대 80의 법칙이 발견됐다. 20%의 충성 독자들이 80%의 트래픽을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뜨내기 독자들이 전체 방문자의 80%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나머지 20%의 트래픽을 만든다.

구글뉴스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충성 독자들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2.9페이지를 읽는데 뜨내기 독자들은 1.6페이지를 읽는 데 그쳤다. 체류 시간도 방문할 때마다 각각 3.5분과 1.5분으로 차이가 컸다. 비슷한 통계는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구독 솔루션 업체 피아노미디어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 방문자의 7%가 50%의 트래픽을 만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2%의 12%의 방문자들이 88%의 디지털 매출을 만들어 낸다.

‘구독 깔때기’의 입구를 넓혀라.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지만 그 독자들을 충성 독자로 만드는 전략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독자들의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이다. 오늘 우리 기사를 읽은 독자들 가운데 80%는 적어도 한 달 안에 우리 사이트를 다시 찾을 일이 없다. 이른바 구독 깔때기(subscription funnel) 전략의 핵심은 “어떻게 한 번 방문한 독자를 다시 찾게 만들까”, 그리고 “어떻게 이들이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기사를 읽게 만들까”에 있다.

유료화에 성공한 여러 언론사들 사례를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기사 한 건을 읽고 구독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렌페스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언론사 사이트에서 페이월을 들이대면 1000명 중에 995명은 창을 닫고 떠난다. 우리는 그 0.5%를 상대로 뉴스를 팔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좀 더 겸허하게 독자들을 상대하지 않는다면 그 0.5%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에서는 언론사 전략 담당자들에게 세 가지 지표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독자들이 한 달에 평균 몇 번 방문하는가 살펴보고 2회 이상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둘째, 한 번 방문했을 때 몇 분 정도 머무르는가도 중요하다. 2분20초 이상이 돼야 한다. 셋째, 1인당 월간 페이지 뷰를 4회 이상을 목표로 잡고 추적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페이지 뷰 총량이 아니라 페이지 뷰의 성격을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깔때기의 입구를 넓히고 독자들을 깔때기의 아래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렵게 끌어들인 독자들이 쉽게 떠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소셜 공유 버튼과 관련 기사 목록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은 기본. 고정 헤더를 두고 어디에서나 뉴스의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모바일에서 웹 푸시 알림을 활용하는 것도 추가 클릭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부설 미디어인게이지먼트센터(Media Engagement Center)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 방문자의 1.42%가 기사를 읽고 다른 기사 링크를 클릭했다. 텍스트만 있는 링크 보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있는 링크가 63% 정도 클릭이 많았고 인기 기사 묶음보다 관련 기사 묶음이 14% 정도 더 많았습니다. 검색을 타고 유입한 독자들은 관련 기사를 더 많이 클릭했고 페이스북을 타고 온 독자들은 인기 기사를 더 많이 클릭했다.

“독자를 알면 구독 가능성이 네 배.”

독자들의 재방문 비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뉴스레터다. 많은 언론사들의 고민은 독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이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뉴스레터를 통해 유입된 독자들은 훨씬 더 많은 페이지를 읽고 더 짧은 시간에 다시 찾아온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어떤 뉴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제목의 뉴스레터를 클릭하고 어떤 제목은 클릭하지 않는지 등의 정보를 축적하고 아이덴티티와 패턴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전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구독 실험에서 가장 큰 효과를 봤던 건 구독하지 않는 독자들을 로그인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돈을 내지 않는 독자들도 일단 로그인을 하면 정보가 늘어난다. 컨설팅 업체 매더이코노믹스(Mather Economics)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다른 조건이 동일 한 경우 독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구독 가능성을 네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의 경우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유료 결제를 할 확률이 두 배나 높게 나타났다. 보스톤글로브에서도 뉴스레터 구독자가 구독을 연장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구독자들보다 7% 더 높았다. 70개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워싱턴포스트는 뉴스레터 덕분에 방문자가 구독자로 전환하는 비율이 40%나 뛰었다. 다우존스에서는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정기 구독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뉴스레터를 실험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팩플레터나 SBS 마부작침팀의 마부뉴스, 매일경제신문의 미라클레터, 국제신문의 뭐라노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겨레도 휘클리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에 힘을 싣고 있다. 뉴닉과 어피티 같은 뉴스레터 기반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뉴스레터가 또 하나의 트래픽 수단이 아니라 독자들의 참여를 늘리고 관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채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댈러스모닝뉴스의 사례도 흥미롭다. 이 신문사는 첫 방문자에게 기사를 무제한으로 보여주지만 두 번째 방문하면 이메일 주소를 묻는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지 않으면 네 번째부터는 기사를 읽을 수 없게 된다.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면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적절한 시점에 구독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띄운다. 핵심은 계속해서 다시 찾게 만들면서 충성 독자를 발굴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위한 충성 독자들과의 연대.

조선일보나 미디어오늘이 부딪혔던 유료화의 딜레마를 스웨덴의 VLT도 겪었다. 좋은 기사를 유료로 묶으면 페이지 뷰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매체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 신문사가 찾은 해법은 기사 출고 직후 1시간 동안 기사를 무료로 오픈하는 전략이었다. 그랬더니 기사가 뜨자마자 읽고 공유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구독 전환 비율도 20%나 늘었다. 기사가 잠기 전에 읽어야 한다는 게임 같은 요소가 독자들의 참여를 끌어올렸다.

슬로바이카의 데닉N(Denník N)이란 신문은 “친구를 위한 잠금 해제(unlock for a friend)”라는 아이디어를 실험했다. 유료 기사지만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친구가 링크를 보내면 읽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전략이다. 대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하고 구독 안내 메일을 받게 된다. 이렇게 발송된 추천 링크가 1년 동안 25만여 건, 이 가운데 70%가 링크를 클릭했고, 신규ᅩ 가입자의 70% 정도가 이렇게 친구 찬스로 가입을 했다고 한다.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과 좋은 기사를 많이 읽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구독 모델을 실험하는 많은 언론사들이 수용자 개발 디렉터와 멤버십 에디터를 두고 있다. 이들은 계속해서 지표를 확인하고 분석하고 그 결과를 뉴스룸에 공유한다. 어떤 기사를 읽고 다른 기사를 더 읽는지, 어떤 기사를 읽다가 창을 닫고 빠져나가는지 패턴을 분석하면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지 풍성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핵심은 독자들 더 잘 이해하고 독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안할 것인가 명확한 방향과 전략, 실행 가능한 목표와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과 충성 독자를 늘리는 것이 따로 가서는 안 된다. 우선 순위 지표를 통합하고 기자들이 앞장 서서 구독 전략을 설계하도록 조직의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독자 우선 조직을 만들자는 건 독자들 눈치를 보거나 영합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신문의 가치와 사명에 동참하는 충성 독자들을 늘리는 편집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 우선 전략이 저널리즘과 만나는 지점을 설득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이를 지지하는 독자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게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작동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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