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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항 환승에 대한 몇 가지 궁금한 것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9, 2022

이번에 스페인 사라고사를 다녀올 때는 마드리드에서 에어유로파 항공편으로 출발해서 프랑크푸르트에서 대한항공 인천행으로 갈아타는 항공 스케줄이었는데 급하게 예약을 하느라 환승 시간이 1시간30분 밖에 안 됐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환승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데다 가뜩이나 마드리드에서 10분 정도 지연 출발했다. 도착해서 보니 바로 옆옆 라인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탑승 시간은 출발 시간 보다 30~40분 정도 빠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환승 시간이 1시간도 채 안 됐다는 이야기다.

(설마 저 비행기가 내가 탈 비행긴가 했는데 맞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환승 구간을 따라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그렇잖아도 궁금했던 참에 유럽 공항의 환승 시스템을 좀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알려 주시길.)

내가 갈아탈 환승 게이트까지는 직선 거리로 50미터도 안 돼 보였는데 실제로 환승 루트는 500미터가 넘었고 열심히 달렸는데도 게이트에 이르니 이미 탑승이 시작된 상태였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솅겐-비솅겐 환승의 경우 최소 2시간30분 이상 여유를 둘 것을 추천하고 있다. 공항이 크고 넓고 수속이나 체크 밟을 때마다 줄이 워낙 길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경우 도착 게이트는 2층이고 출발 게이트는 3층인데, 솅겐과 비솅겐 구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서 솅겐에서 비솅겐으로 갈 때는 출국 심사를 받고 비솅겐에서 솅겐으로 갈 때는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솅겐과 비솅겐에 대한 설명은 맨 아래.) (마드리드 공항처럼 출발 게이트와 도착 게이트가 같은 층에 있고 구역만 나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에어사이드와 랜드사이드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나처럼 솅겐에서 타고 온 비행기를 내리면 일단 랜드사이드로 나왔다가 다시 에어사이드로 들어가야 한다. (출국 게이트가 랜드사이드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들어올 때처럼 비솅겐에서 온 비행기는 에어사이드 안에서 바로 솅겐 구역으로 이동해서 환승을 할 수 있다. (입국 게이트가 에어사이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솅겐과 비솅겐을 나누는 국경이 에어사이드 안쪽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천 공항은 시큐리티 체크를 하고 난 다음에 출국 심사를 하는데, 순서와 상관 없이 모두가 출국하는 승객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내린 게이트는 D24. 내리자 마자 항공사 직원이 몇몇 승객들의 이름이 적힌 A4 용지를 들고 있었는데 이름을 묻더니 배기지 클레임(baggage claim, 수하물 찾는 곳)을 지나 D4 게이트로 가라고 했다. (게이트 번호는 바뀌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다시 확인을 해야 한다.) (환승 시간이 짧은 승객은 항공사들이 특별히 챙긴다. 환승할 승객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프니까.) 수하물은 자동으로 옮겨가는 것 맞냐고 다시 확인한 뒤 알려준 대로 갔더니, “이 문을 지나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팻말이 붙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당황하게 되는데(환승해야 되는데 공항 밖으로 나가면 다시 못 들어오는 거 아냐?) 잘못 나가더라도 다시 들어올 방법이 없는 건 아니고 멀리 돌아와야 하는 정도다. 물론 수속도 다시 밟아야 한다. 그러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란 이야기.

암튼 수하물 찾는 곳으로 나가서 여기서 짐을 찾아야 하면 찾고(수하물이 자동 연결되지 않는 항공편도 있다.) 짐 찾을 게 없으면 곧바로 환승 출구로 빠져나가면 된다.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게 포인트.

환승 출구를 빠져 나오면 여기는 그냥 출국 터미널이다. 공항에 막 도착한 사람들처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서 처음 출발하는 사람들은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가 항공권을 끊고(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기고 게이트를 찾아가겠지만, 우리는 이미 항공권이 있고 짐도 자동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항공권을 챙겨들고 게이트를 찾아가면 된다.

위의 그림이 도착한 승객들이 내리는 2층이다. 수하물 찾는 곳으로 빠져 나가서 출발 터미널로 들어간 다음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위에 보이는 그림이 출발 게이트가 있는 3층이다. 출국 심사를 받으면 비솅겐 구역으로 진입한다. 솅겐 출발과 비솅겐 출발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둘 사이를 오가려면 출국 또는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솅겐에서 솅겐으로 가는 환승 편은 출국 심사나 입국 심사 없이 바로 연결된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비솅겐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솅겐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때.

착륙 – 입국 심사 – 시큐리티 체크 – 배기지 클레임 – 환승 통로 – 항공권 확인 – 탑승.

솅겐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와서 비솅겐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때.

착륙 – 배기지 클레임 – 환승 통로 – 항공권 확인 – 출국 심사 – 시큐리티 체크 – 탑승.

이렇게 된다.

솅겐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솅겐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때는 입국 절차도 출국 절차도 없기 때문에,

착륙 – 배기지 클레임 – 환승 통로 – 항공권 확인 – 탑승.

이렇게 된다. 이 경우는 항공권만 발급 받으면 여권 검사도 필요 없다.

그러니까 굳이 나누자면 위 그림에서 빨간색이 솅겐 구역, 파란색이 비솅겐 구역이다. 시큐리티 체크가 입국 심사 직후에 있을 수도 있고 항공권 체크 이후에 있을 수도 있는데 수하물이 자동 연결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고 배기지 클레임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배기지 클레임 구역도 솅겐과 비솅겐 출발 편이 완전히 구분돼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환승 승객을 수하물 찾는 곳으로 보내지 않고 바로 출국장으로 보내는데, 모든 항공편이 수하물이 자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구와 부산 등 국내선으로 연결 가능한 항공편이 있는데 이 경우도 수하물은 자동 연결된다. 다른 나라에서 와서 다른 나라로 가는 환승객들은 한국에 입국을 할 필요가 없다. 에어사이드는 이미 한국 바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게 유럽과 다른 부분인데 유럽은 최초 도착한 나라에서 입국 심사를 하고 마지막 출발하는 나라에서 출국 심사를 한다는 게 차이라고 기억해 두면 된다.

참고로 솅겐(Schengen)은 룩셈부르크의 지역 이름이다. 솅겐 조약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출입국 검문을 철폐하는 조약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도 가입돼 있는 나라가 있고 EU 회원국이 아닌데도 가입돼 있는 경우도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와 별개로 비솅겐 국가다. 단속일 기준으로 180일 이내 90일 동안 쉥겐 국가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90일 이상 머무르려면 영국을 한 번 찍고 와야 한다.

시큐리티 체크가 한없이 길어 출발 10분 전에 아슬아슬 게이트 앞에 도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이름을 한참 부르고 있었다. 잘 왔는지 확인하느라 그랬다고.

전광판에 내가 타야할 항공편이 ‘탑승 중’이라는 안내가 떴다면 ‘fast lane’으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당당하게 새치기가 가능하다.

아, 또 하나 꿀팁은 환승 시간이 짧을 경우 체크인을 하면서 짐을 빨리 빼달라고 이야기하면 ‘priority’ 태그를 붙여준다. 마지막에 짐을 넣고 가장 먼저 빼기 때문에 1등석보다 빨리 나올 때도 있다. 실제로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거쳐 마드리드 도착했을 때는 내 가방이 가장 먼저 나와 덩그러니 혼자 벨트를 돌고 있었다. 사진을 깜박해서 아쉬웠지만.

(짐 나오는 걸 유심히 지켜봤는데 내 가방이 다섯 번째로 나왔다. 카트가 두 대가 왔는데 왼쪽이 환승하는 짐이고 오른쪽이 최종 도착하는 짐인 듯. 이걸 자동으로 분류하는 줄 알았는데 태그를 보고 수동으로 나눠담고 있었다. 중간에 또 다시 체크하긴 하겠지만 이런 시스템이니 배달 사고가 종종 나는 듯. 다시 말하지만 저 앞에 보이는 대한항공이 내가 갈아탈 비행기였다.)

또 참고로, 수화물은 손으로 들고 가는 짐(Carry-On Baggage, Cabin Baggage, Hand Baggage)이고, 위탁 수하물은 맡기는 짐(Checked Baggage, Hold Baggage)을 말한다. 수하물을 수화물과 위탁 수하물을 합쳐서 부르는 말로 쓰기도 한다.

환승할 때는 항공권을 종이로 뽑아달라고 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갈 수도 있고, 다른 항공사로 환승할 때는 이미 체크인한 항공권이 앱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아예 온라인으로 체크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항공사 카운터에서도 캡처를 해두라고 당부한다.

정리 요약 : 1시간 반이어도 가능하긴 하다. 급하면 물어보면 되고, 길을 잃어도 결국 연결되게 돼 있다. 솅겐과 비솅겐을 잘못 넘어갈 일은 없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고 할 때마다 항공권을 태그해야 되기 때문에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 없다. (잘못된 길로는 진입이 안 된다.) 최대 3번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환승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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