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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전문인력 양성, 시급하다.”

인터뷰 /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변석준 교수.

2004년 6월 말 기준으로 세계 파생상품 거래 잔액은 무려 220조달러에 이른다. 원화로 하면 무려 22경원, 세계 국내총생산 합계의 5배 규모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거래 잔액 규모는 1534조원으로 GDP의 2배 정도다. 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은 국내 파생상품 전문가들의 사관학교 같은 곳이다. 변석준 교수는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파생상품 거래잔액의 비율은 56.5% 밖에 안 되는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지점의 경우 이 비율이 824%에 이른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외국계 금융기관에 잠식돼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이 비율이 무려 1285%나 된다. 우리의 150배나 되는 셈이다. 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차이난다. 국내 은행의 경우 3.5%인데 외국계 은행은 87.5%나 된다. 변 교수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선진 금융상품이나 프라이빗 뱅킹 분야에서 계속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변 교수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이나 주가지수연동예금(ELD)와 관련, “국내 금융기관들이 위험관리 능력이 없어 외국계 금융기관에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등 단순한 유통채널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전체 ELS 물량 가운데 90% 이상을 외국계 금융기관이 헤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변 교수는 “앞으로는 지점의 수나 자산 규모 못지않게 파생상품에 대한 설계와 분석, 마케팅 능력이 금융기관의 핵심역량이 될 것”이라며 “어렵고 복잡하다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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