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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ISDS 신청 자격 조차 안 됐다.”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4, 2022

론스타 ISDS 소송의 쟁점을 살펴 보기 전에 먼저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따져봐야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한만수는 2016년 6월 국가미래연구원 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매각승인 지연이나 조세부과가 과연 중대하고도 명백한 위법 행위였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면에서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첫째, 론스타는 두 가지 문제 모두에 있어서 클린 핸즈(clean hands)가 아니어서 그 투자 행위나 납세 신고의 적법 타당성을 따져 보아야 할 단초를 스스로 제공했다. 매각 승인 지연의 면에서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은행법상의 규정을 회피하려고 산업자본 소유 현황을 숨기고 한국 정부에 자료를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스스로 한국의 법률을 위반해 놓고 그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국 정부가 시간을 들였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자기모순적 내지는 자가당착적 주장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조세 부과의 면에서는 론스타는 벨기에에 실제로는 사업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그 명의로 투자재산의 소유만 하는 이른바 도관회사(conduit company)를 설립하여 투자를 했기 때문에 한-벨기에 조세조약이 적용되는지를 비롯하여 국제거래 과세이론상 납세주체가 누가되는지, 납세의무의 금액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과세당국의 심도 있는 검토, 분석을 요하는 상태를 스스로 만들었다. 글로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국제조세이론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경우 과연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거리를 만들어 놓고 그 논란을 거치게 했다는 이유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하는 미국 변호사 김행선에 따르면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ISD 중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 자격을 만족해야 한다. 다음은 2014년 3월17일 론스타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김행선의 발표를 알기 쉽게 다시 정리한 것이다.

첫째, 투자자가 협약에 의해 보호되는 투자자 적격을 갖춰야 한다. 상대방 국가의 국민 또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중재의 상대방이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 만약 투자 유치국의 구성조직이나 기관이 계약의 상대방인 경우, 투자유치국이 중재 제기 합의와 관련하여 허가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셋째, 당사자가 중재에 합의 또는 동의를 해야 한다.
넷째, 투자로부터 직접 파생한 법적 분쟁이어야 한다.
다섯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에 생산설비나 지점, 자회사 설치 등 투자로 인한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
여섯째, 투자 유치국의 새로운 입법이나 규제가 투자에 영향을 준 사실이 있어야 한다.

조금 복잡하게 들리지만 원리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중재 신청을 하는 기업이나 상대방 국가나 둘 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투자자 국가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두 나라 사이의 협약이 있어야 하고 투자를 유치한 국가에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의 상대방 국가의 국적이라는 사실 역시 명확해야 한다.

ISD 소송은 이렇게 관할권이 있는지 따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설령 관할권을 인정받더라도 적격한 투자로 보호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투자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지속성이다. 당사자 사이에 장기적인 관계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대부금 연장이나 채권 구매는 투자로 분류되지만 단순한 물품구매나 단기 상업신용과 같은 단발적인 거래는 투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둘째, 규칙적인 수익 구조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수익을 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위험부담. 위험부담이 없는 거래는 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넷째, 의무부담. 당사자들이 실질적인 사항에 대해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투자 유치국과 투자자 사이에 투자계약이 존재하는 경우에, 투자협정 위반 뿐만 아니라 투자계약 위반(계약의무)에도 ICSID 관할권이 인정된다.
다섯째, 투자의 중요성과 기여도. 해당 사업이 투자유치국의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해야 한다.
여섯째, 투자의 적법 유효성과 신의 성실성. 투자 유치국의 법규를 준수한 ‘적법하고 유효한 투자’여야 하고 ‘신의성실’(bonafide investment)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투자는 원칙적으로 신의성실하지 않다는 전제가 인정되므로 투자자에게 신의성실한 투자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일곱째, 보호받는 투자(covered or qualified investment)여야 하고 투자의 적격성(Qualified investment)을 입증해야 한다. 명시적으로 보호대상 투자로 규정한 ‘옵트인(Opt-in) 방식’과 전체를 보호대상 투자로 규정한 후 일정 예외 규정을 두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있다.

김행선은 “론스타의 경우,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그리고 일곱 번째 요건까지 충족하나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요건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론스타의 투자(외환은행의 인수와 운영)가 과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중요하고 긍정적인 기여를 했는지 의문이고 투자 유치국의 법규를 준수한 적법하고 유효한 투자였다고 보기 어렵다.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숨겼고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실제로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난다.
투자 유치국의 입법이나 규제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론스타가 입증해야 한다.
김행선은 “만약 한국의 은행법을 제대로 적용했다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적법하게 인수·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설령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제재 없이 매각 승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론스타는 입법이나 규제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금융감독원 등의 비호와 특혜로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투자 상대방이 국가가 아니라 국영 기업이나 공사, 지방자치단체인 경우도 ISD 중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을 협약에 담고 ICSID에 통지해야 한다.
ICSID 협약에는 ICSID가 중재 관할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분쟁 당사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의가 없다면 ICSID 중재로 다툴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BIT 등 투자 협정에 일괄적 동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면 동의가 없어도 곧바로 ICSID 중재로 갈 수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는 무조건적 사전 동의 조항이 있어 기업이 중재 신청을 하면 거부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한-벨 BIT는 일반적인 동의 규정으로 돼 있어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ICSID 중재를 받을 필요가 없다. 김행선은 “중재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론스타가 제기한 ISD는 대한민국에 관할권이 없다고 적극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론스타가 한-벨 BIT의 보호를 받는 벨기에 소재 법인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회사 또는 법인의 전체 또는 일부가 정부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법인으로서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CSOB와 슬로바키아 정부의 사건에서는 CSOB가 체코 정부의 국가 기관이라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소유 구조와 무관하게 정부 기능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국제 금융과 민영화 등 상업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체약국의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법인의 국적은 보통 법인 설립지 또는 등록사무소 소재지로 결정한다. 론스타의 경우는 벨기에 소재 법인인 것은 명확하지만 미국 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ISCID 협약에는 외국 지배 법인의 경우도 투자 유치국이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ICSID 관할권 동의가 유효하게 인정되면 ICSID로 가져갈 수 있다. 버큠솔트(Vacuum Salt)와 가나 정부 사건에서는 이 회사 주식의 20%를 그리스에서 보유하고 있고 80%는 가나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회사가 아니라 가나 지배 아래 있는 법인이라고 보고 ICSID에 관할권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는 6개의 벨기에 투자자를 대신해 론스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Lone Star Investment Management SPRL) 명의로 중재를 제기했다. 6개의 벨기에 투자자는 ‘LSF-KEB Holdings SCA’와 ‘STAR Holdings SCA’, ‘HL Holdings SCA’, ‘LSF SLF Holdings SCA’, ‘극동 Holdings I SCA’, ‘극동 Holdings II SAC’ 등인데 론스타가 한국에서 소유·운영하는 회사들이거나 실제로 운영·활동하는 실체가 있는 법인이 아니라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

페이퍼 컴퍼니를 BIT나 FTA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도 있으나 한-벨 BIT에는 이런 규정이 빠져 있다. 론스타가 굳이 벨기에를 통해 외환은행을 투자한 것은 이미 이런 검토를 끝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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