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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의 냉면 배달부.

김하영의 ‘뭐든지 배달합니다’를 읽고 주니어 미오에 서평을 써야지 생각만 하던 참인데, 주말에 송원섭의 ‘양식의 양식’을 읽으면서 보니 역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었어” 하는 생각이. 글쓴이는 “夜光生”, 조선판 김하영인가.

링크한 글은 1932년 ‘별건곤’이라는 잡지에 실린 ‘비밀 가정 탐방기’라는 글인데 기자가 냉면 배달부가 돼서 관철동과 재동, 서대문 등등에 냉면과 만두 등을 배달하면서 쓴 르포 기사다. 2월호니까 한겨울이다. 저녁 11시에 냉면 배달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새벽 2시까지 관철동에는 길가 카페에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80전 택시가 “나도록 달린다”. (뭐지? 1932년 서울은 이랬나? 아니면 이놈들 죄다 친일파 놈들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어쨌거나 인심도 후하다. 기자는 두 번째 배달에서 냉면값 30전에 팁으로 10전을 더 받았다. 문간에 양복쟁이가 서 있는 집은 아마도 O 의원의 첩이 사는 집이고 “학생 밀매음”으로 추정되는 현장에도 배달을 간다. 다시 읽고 보니 단순히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라 이런 글이 그 시대를 드러내는 방법이었을 수도.

부제는 “變裝記者 = 냉면配達夫가되여서………” (변장 기자 = 냉면 배달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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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되겟지!』 하고 조고마한 체경 압헤서서 내가 내 꼴을 바라보니 아닌게 아니라 능청맛다. 내가 낸 줄 모르리만치 변장이 되엿다면 과장일지는 모르나 사실 나아는 남이 나의 정체를 아라낼 수 업스리만콤 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자-엇덧소.』 하고 미다지 문을 열치고 뛰여나오니 냉면집 주인 배달부 할 것 업시 박장대소다.
『됏는데요. 됏서… 그런데 엇저자고 이 야단이신지 알 수 업군요.』 주인양반은 무슨 일이나 나지 안엇나해서 악가부터 하는 걱정이다.
『이-글세 염려마시라는데 웨 이러십니까.』 나는 됩데 귀찬은 듯이 주인의 말을 가로막어버렷다. 그리고 다시
『요 다음 차레를 날 주십시오.』 하고는 담배 한 개를 피여무럿다.
어느 틈에 시계가 열한시를 가르친다.

비밀 가정 탐방기 : http://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search_div=CP_&search_div_id=CP_THE011&cp_code=cp0805&index_id=cp08050289&content_id=cp080502890001&search_left_menu=1
뭐든 다 배달합니다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6948025
양식의 양식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3657948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일제시대 택시와 요정은 찰떡궁합 : https://www.top-rid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68
서울에서 인천 냉면을 배달시켜 먹었다고도 한다. 서울 냉면이 인천 냉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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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국수는 서울까지 가는 동안 퍼질까바 약간 덜 삶는다고 합니다. 다 된 냉면은 육수를 따로 주전자에 담고 목판에 얹어 택시로 동인천역까지 가서 기차에 싣고 갑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을지로 입구 까지 와서 배달은 완료됩니다. 배달부는 손님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그릇을 챙겨 인천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냉면값은 얼마를 지불하였나 기억해 보면,

1. 냉면 한 그릇에 15전 x 15그릇 = 2원25전
2. 동인천역서 서울까지 기차요금 58전, 왕복 1원16전
3. 택시값이 인천에서는 50전 서울에서는 1원하였으니 왕복 3원
4. 배달한 사람의 팁 1원
5. 총합계 – 7원41전

1938년 서울서 인천 냉면을 시켜다 먹었다? : http://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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