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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린을 잘 모른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18, 2021

1.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뜯어 먹기 위해 목이 길어졌다?
= 이건 기린을 본 적 없는 초기 진화론자들이 만들어 낸 개념이다. 기린은 건기에 덤불이나 어깨 높이 보다 낮은 곳에 있는 잎을 뜯어 먹는다. 상대적으로 먹이가 풍부한 우기에 높은 곳에 있는 잎을 뜯어 먹는데, (진화론자들이 빡침.)
= 그러니까 고개를 쳐들고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먹는 경우가 절반 정도라고. 딱히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뜯는 데 열심인 건 아니란 이야기.
= 높은 곳이 아니면 굶어 죽을 상황이라 목이 길어졌다는 건 전혀 엉뚱한 소리.

2.그래도 이왕이면 목이 길면 유리한 거 아닌가.
= 기린과 비슷한 동물이 오카피(Okapi Johnstoni)인데 기린의 목이 2.1배 더 길다. 목이 길면 좋지만 이 정도로 길어야 할 이유는 없다.
= 기린의 경쟁자는 코끼리인데, 코끼리 보다 50cm만 더 커도 충분할 걸 2m나 더 커야 할 이유는 없다. (기린 수컷은 키가 4.8~5.5m.)
= 타조도 키가 크지만(2.3m) 타조는 기린의 경쟁자가 아니다. 먹는 게 다르다. 목이 안 길면 다른 동물이 다 뜯어 먹어서 먹을 게 없는 상황이 아니란 이야기.

3. 그래도 목이 긴 게 진화에 유리하지 않았을까.
= 목이 길고 덩치가 커지면 오히려 불리하다. 더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 뛰지도 못한다.
= 통계적으로 가뭄이 들면 어른 기린 중에 키가 크고(목이 길고) 몸집이 큰 수컷이 가장 많이 죽었다. 어차피 높은 곳에서도 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4. 과학자들은 진화론으로 설명이 안 되자 성 선택설을 검토했는데.
= 이것도 애매하다. 수컷이 딱히 키가 더 큰 것도 아니고 키가 큰 수컷이 짝짓기를 더 잘 하는 것도 아니다.
= 다만 수컷들끼리 목을 휘두르면서 머리를 때리는 싸움을 하는데, (그러다가 죽기도 하고) 목 싸움을 잘 한다고 해서 짝짓기를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 게다가 목 싸움은 좀 어린 기린들, 그러니까 사춘기 기린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5. 기린은 동물 중에서 혈압이 가장 높다.
= 심장에서 머리까지 길이가 3m나 되고, 혈압은 160~260mmHg, 사람의 두 배.
= 심장이 지름 60cm, 무게는 11kg.
= 물 마실 때 다리를 벌려 몸을 낮추는 것도 뇌압을 낮추기 위한 것. 그래서 아예 물을 잘 안 마시고, 오줌도 잘 안 싼다고.
= 게다가 목과 머리 사이에 혈압을 낮춰주는 완충 장치(소동정맥그물, rete mirabile))가 있는데 이게 과연 진화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 후두신경이 4.6m나 된다는 것도 놀라운데(목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감). 애초에 목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거라는 게 상식적인 이론이겠지만 어쨌거나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건 사실. (신이 있었다면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
= 이유 없이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6. 기린의 목뼈는 다른 포유류와 같이 7개 밖에 안 된다. (사람도 7개.)
= 참고로 공룡 중에 목이 가장 길었던(목만 9~10m) 브라키오사우르스는 목뼈가 19개.
= 브라키오사우르스는 다리가 짧아서 목이 심장 밑으로 많이 내려갈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래서 혈압 조절 장치 같은 것도 필요 없었을 거고.
= 아래 그림은 목 긴 공룡들 비교. (위키커먼즈 그림.)

7. 그냥 돌연변이 아닐까.
= 그럴 수도 있다. 우연의 우연으로.
= 그래서 결국, 왜 기린은 목이 길어졌을까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는 것 뿐이다.

굿 이너프, 다니엘 멀로 가운데 부분 인용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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