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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쇄 돌파.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 2005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0쇄를 돌파했다고 한다. 국내 최고 기록이다. 1975년부터 ‘문학사상’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묶여 나왔다. 그뒤 200쇄를 찍기까지 누적 발행부수는 87만부에 이른다. 중학교 국어 책에도 이 소설 가운데 일부가 실려있다. 아래는 야학 수업일지 가운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가슴절절한 소설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무겁게 마음을 울리고 갈갈이 찢어놓는다. 난장이는 무력한 민중의 상징이다. 무력할뿐만 아니라 아무런 권위도 없는 우리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의 상징이다. 그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저기 난장이가 지나간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자식인 우리들은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아무데도 기댈 데가 없다. 철거 계고장을 받고 어머니는 밥을 드시다 말고 부엌에 나가 가슴을 쿵쿵 두드린다. 철없는 동생은 고기 냄새를 맡으러 주택가 골목을 기웃거린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는 걸음을 빨리 하면서 말했다.
“고기 굽는 냄새란다. 우리도 나중에 해 먹자.”
“나중에 언제?”
“자, 빨리 가자.”
어머니가 말했다.

길바닥으로 나앉게 된 난장이 아버지는 말한다.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절망적인 문장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일까. ‘난쏘공’은 정말 숨이 턱 막힐만큼 놀라운 소설이다.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학강들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차마 할 수가 없다. 설명을 하다가 나는 잠깐 목이 메이기도 했다.

마당 가 팬지꽃 앞에 서 있던 영희가 고개를 돌렸다. 영희는 울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희는 잘 울었다. 그 때 나는 말했다.
“울지 마, 영희야.”
“자꾸 울음이 나와.”
“그럼 소리를 내지 말고 울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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