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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업을 위한 구독 경제 매뉴얼’이 출간됐습니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4, 2020

“좋은 기사가 잘 팔린다는 믿음은 순진하다. 좋은 기사는 잘 팔려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좋은 기사를 잘 팔리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냉소했던 독자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경험과 확신이 쌓이고 있다. 잘 팔리는 기사와 좋은 기사의 접점을 찾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자들이 나서야 한다. 뉴스룸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우리는 저널리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독 경제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도전,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을 위한 혁신의 과정이 돼야 한다.”

다음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https://bit.ly/3plBOYZ

니먼저널리즘연구소 켄 닥터(Ken Doctor)가 신문사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하죠. (저도 이 에피소드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신네 신문사 페이지 뷰의 50%를 만드는 독자가 전체 독자의 몇 % 정도일까요?”

놀랍게도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저희 미디어오늘에서 이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랐습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이런 통계를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언론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독자가 아니라 트래픽만 봤기 때문이죠.

유일하게 답을 한 사람이 라주 나리세트(Raju Narisetti)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었다고 하죠.

“얼마 안 돼요. 8%쯤 됩니다.”

사실 워싱턴포스트는 그나마 높은 편이고요. 구독 솔루션 업체 피아노미디어(Piano Media)에 따르면 업계 평균은 7% 정도입니다. 7%의 독자들이 50%의 페이지 뷰를 만들고 이 사람들이 신문사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죠. 그걸 7% 룰이라고 합니다.

이 7%의 독자들이 페이지 뷰를 만들고 광고 매출도 만든다는 이야기죠. 이들이 구독 모델의 핵심 타깃이 돼야 합니다. 뉴스 산업 종사자들은 그동안 파이의 크기를 키우면 매출과 영향력이 따라온다고 믿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경쟁의 환경과 문법이 달라졌습니다. 이 7% 룰이 뉴스 기업 의 구독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퀴즈를 하나 내볼까요? 여기 두 사람의 독자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도시에 살고 있고 소셜 미디어를 타고 들어와 2주 동안 다섯 건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시골에 살고 있고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와서 비즈니스 섹션에서 기사 두 건을 읽었습니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이 신문을 구독할 가능성이 클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존 윌리(John Wiley)는 “이것은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와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구독할 확률을 예측하고 테스트합니다. 반복된 학습을 통해 독자들을 아주 작은 세그먼트로 분류하고요. 60가지 행동 패턴을 추적하면서 각각 0에서 100점까지의 점수를 할당합니다. 0점이면 돈을 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고 100점이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죠.”

존 윌리의 설명에 따르면 두 명의 독자 가운데 검색 사이트를 타고 들어온 독자가 구독으 로 전환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첫 번째 독자는 우연히 링크를 발견했을 뿐이지만 두 번째 독자는 목적을 갖고 월스트리트저널 웹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몇 건의 기사를 읽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이 의도성 (intentionality)이라는 설명입니다. 방문자들은 이 신문사가 나를 몇 점짜리 독자로 평가하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처음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기사를 읽고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죠.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무료 기사가 한 달에 다섯 건을 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다섯 건보다 많으면 구독 전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무료 기사를 읽다가 감동해서 구독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핵심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분석하면서 계속해서 모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0명의 독자는 모두 다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100명의 독자들에게 똑같은 페이지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100명의 독자에게 100개의 각각 다른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테스트하고 모델을 보완하고 전환 비율을 높이는 게 관건입니다.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하는 것처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학습을 하면 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죠.

점수가 높은 독자들은 비교적 빨리 구독으로 전환하지만 점수가 낮은 독자들은 계속해서 무 료 기사만 적당히 ‘체리 피킹(cherry picking)’하다가 다시 찾아오지 않거나 어느 시점에 가서야 겨우 지급 의사가 생겨납니다. 그때까지 반복해서 방문하도록 연결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죠. 뜨내기 방문자에게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행동을 추적하고 분석하면서 계속해서 확률을 다시 계산하고 모델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뉴스레터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를 늘려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고요. 적절한 시점에 구독 권유 팝업을 띄우거나 이벤트를 안내하거나 할인 가격을 제공하는 등의 실험을 계속하면서 가능성을 높여가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페이월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6년 부터 RFV라는 성과지표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는데요. 최근 방문일(Recency)은 독자가 마지막으로 기사를 읽고 난 뒤 며칠이 지났는가를 나타내는 지표고 방문 빈도(Frequency)는 독자가 방문한 날짜 수입니다. 방문 빈도가 15라면 한 달에 15일을 방문했다는 의미겠죠. 볼륨(Volume)은 몇 건의 기사를 읽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당연히 R은 낮을수록 좋고 F와 V는 높을수록 좋겠죠. 서너 달 만에 처 음 방문한 독자는 아마도 다음 서너 달 동안 다시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클 거고요. 이런 독자에게 구독하 지 않으면 기사를 보여주지 않겠다고 해봐야 지갑을 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매출의 80%를 잃을 수 있다”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분석 우선(Analytics First)’ 접근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인투더마인드(IntoTheMinds)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의 RFV 지표는 높은 확률로 구독 중단 비율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Y = -0.030437239ln(x) + 0.0314616343
이런 공식으로 말이죠.

자세한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펴내는 ‘해외 미디어 동향’ 겨울호에 실려 있습니다. 오늘 막 발간됐고요. 제가 썼습니다. 다음 링크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https://bit.ly/3plBOYZ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뉴욕타임스는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라 혁신 기업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보다 비용은 적게 들고 매출은 더 많이 발생 하는 구조인 데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달리 뚜렷한 경쟁 상대도 없는 상태입니다. 콘텐츠 제작 또는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뉴욕타임스가 훨씬 적지만 잠재적인 시장 규모는 뉴욕타임스가 오히려 더 크죠. 2025년까지 1000만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벌써 3분의 2를 채웠고요. 잠재 고객으로 생각하는 영어를 읽고 쓰는 대졸 이상의 학력 소유자 1억 명 가운데 10%를 확보한다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해외 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3000만 독자까지 가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구독이 늘어나면 수익률도 더 늘어나게 되겠죠.

둘째, 뉴스 에디션(edition) 독자와 뉴스 플로우(flow) 독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트와이프모바일(Twipe Mobile) 조사에서는 뉴스 플로우 독자가 51%, 뉴스 에디션 독자가 49%였습니다. 뉴스 에디션 독자는 종이신문이나 지상파 방송의 메인 뉴스처럼 시작과 끝이 명확한 콘텐츠 패키지를 읽거나 보는 사람들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읽고 필요하다면 뉴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죠. 뉴스 플로우 독자는 뉴스를 스트리밍 콘텐츠로 소비합니다. 하루에도 10번 이상 뉴스를 확인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합니다. 뉴스 에디션 독자들이 한 번 뉴스를 읽을 때 10~30분씩 걸리는 것과 달리 뉴스 플로우 독자들은 5~10분씩 짧게 자주 읽고요. 뉴스 에디션 독자 들은 누군가가 잘 정리해주기를 바라지만 뉴스 플로우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또 스스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뉴스는 어디에나 넘쳐나기 때문에 뉴스에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구독 모델의 핵심은 데이터 분석입니다.

중단율(stop rate)을 관리해야 합니다. 결제 창을 맞닥뜨리고 포기하는 비율, 그러니까 무료 기사가 끝나는 단계를 말하는데, 구독 모델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려면 중단율이 6% 이상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구독을 하든 하지 않든 결제 창까지 독자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제를 할지 말지 고민하게 만들어야 그 중에 일부가 결제를 하든 말든 하겠죠.

구독 정지 전환율(Paid Stop Conversion Rate)이란 말도 처음 들어봤는데요. 중단율 다음 단계를 말합니다. 실제로 무료 기사를 소진한 독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유료 결제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죠. 상위 10% 기업만 놓고 보면 1만 명이 방문해서 이 가운데 600명이 무료 기사를 다 읽고(페이월을 맞닥뜨리고) 이 가운데 7.8명이 구독자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성공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 평생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CLTV)를 이해해야 합니다. 독자 한 사람이 지불하는 구독료와 페이지 뷰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 등을 모두 더 하고 구독 기대 기간을 곱하면 예상 매출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구독료가 월 1만 원이고 평균 18개월을 구독하고 중단한다면 CLTV는 18만 원이 되겠죠. 실제로 광고 매출 등을 더하면 여기에 몇백 원 정도 가 더 붙게 될 것이고요.

렌페스트연구소가 500개 뉴스 기업들의 디지털 구독 모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CLTV 의 중간값은 137달러였고 상위 5%는 340달러, 하위 5%는 50달러에 그쳤습니다. CLTV가 높을수록 구독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겠죠. 한국은 신문 대금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신문고시 때문에 상황이 다르지만 CLTV가 35만 원 수준이라면 1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쓰더라도 공격적인 구독 확장을 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요.

다음 그림 두 장은 지난 주말에 그린 공룡 트리입니다.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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