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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보도, 네이버와 다음에서 이렇게 달랐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3, 2020

우리가 읽고 보는 것이 우리의 세계관을 만듭니다. 뉴스를 볼 때 네이버를 먼저 찾으세요? 아니면 다음을 먼저 찾으세요? 논조가 불편하거나 댓글을 견딜 수 없어서 황급히 창을 닫거나 다른 뉴스로 옮겨갔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뉴스를 체계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나란히 읽으면 균형을 갖게 될까요? 중도적이라는 한국일보를 함께 읽으면 좋을까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게 하려면 어떤 신문을 추천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에게 네이버 뉴스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 그 창은 과연 넓게 열린 창일까요? 주니어 미디어오늘 다음호에서는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오늘 정경심 교수가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빌 코바치와 팀 로젠스틸이 함께 쓴 ‘저널리즘의 원칙’에 나오는 말을 생각하게 됩니다. “너무 좋아 보이는 것은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Too good to be true.” 사건에서 한 발 떨어져서 구조와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것인데요. 거꾸로 말하면 이런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나빠 보이는 것 역시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Too bad to be true.”

우리는 진실을 좇지만 한때 전부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일상적으로 경험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과 전달 방식 때문에 외면 당할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진실을 재단하고 규정할 수 있다고 믿는 기자들의 기묘한 선민의식과 엘리트주의가 독자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돌아볼 필요도 있고요.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의심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미디어X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네이버와 다음에서 조국 보도가 어떻게 달랐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자들에게 너는 누구의 편이냐 묻는 시대에 질문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전부인가 하고요. 우리 모두가 거대한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19년 9월1일부터 2020년 8월31일까지 1년 동안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본 뉴스’를 모두 크롤링한 다음에 조국 관련 보도만 뽑아봤습니다. 녹색이 네이버고 주황색이 다음입니다. 기사 제목을 자연어 처리해서 명사를 추출하고 발생 빈도 순으로 200개의 키워드를 뽑아 네트워크 지도를 그린 것입니다.

1년 동안 ‘많이 본 뉴스’는 네이버는 모두 13만1153건, 다음은 3만4540건입니다. 이 가운데 조국과 윤석열, 정경심, 추미애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네이버가 3887건, 다음이 1513건입니다.

네이버는 섹션 마다 30건씩, 하루 210건의 ‘많이 본 뉴스’를 공개했고(지금은 폐지했고요), 다음은 전체 섹션을 통합해 50건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조국 관련 보도가 정치 섹션과 사회 섹션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의 표본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조국 기사 3887건 가운데 1818건이 정치 섹션, 1322건이 사회 섹션 기사였습니다.

그래서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네이버에서 조국 관련 보도가 훨씬 더 많이 읽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많이 본 뉴스’에 대한 분석이라는 사실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본 뉴스’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데이터입니다. 한 사회가 어떤 텍스트를 공유하는가에 대한 데이터죠. 우리가 읽는 것이 우리의 세계관을 규정한다는 전제를 인정한다면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사별로 분포를 보면 네이버의 조국 보도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각각 23.3%와 17.1%를 차지합니다. 연합뉴스가 6.0%, 세계일보가 5.0%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연합뉴스와 뉴스1, 뉴시스가 각각 23.3%와 20.0%, 10.7%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조국’과 ‘정경심’, ‘윤석열’, ‘추미애’ 등의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기사를 분류한 것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알고리즘이 뉴스를 편집하고 있지만 네이버에서 우리가 읽었던 조국 관련 보도의 절반 정도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기사였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들 다를 수 있겠지만 이것이 한국 사회의 여론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위의 그림은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본 뉴스’에 등장한 키워드를 합쳐서 그려본 것입니다. 파란색이 공동으로 등장하는 키워드, 연두색은 네이버에만 등장하는 키워드, 주황색은 다음에만 등장하는 키워드입니다.

기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이런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아래 그림은 주요 키워드의 등장 빈도를 비교한 것입니다. 네이버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고 다음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네이버에서는 ‘논란’과 ‘의혹’이라는 단어가 담긴 제목이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유재수’는 네이버에서 많이 등장했고 ‘임은정’은 다음에서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진중권’도 네이버 독자들이 많이 맞닥뜨리는 키워드지만 다음 뉴스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조국 국면 이후로 네이버 뉴스가 불편한 독자들이 다음으로 옮겨가거나 다음 뉴스 댓글에서 상처 받은 독자들이 네이버로 옮겨가는 경우도 상당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을 살펴보면 언젠가부터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여겨 보실 건 네이버나 다음이나 공급 받는 뉴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똑같이 연합뉴스 기사를 받고 조선일보와 한겨레,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의 기사가 동시에 등록됩니다. 그런데도 네이버에서는 중앙일보 기사가 많이 읽히고 다음에서는 연합뉴스 기사가 많이 읽힙니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추천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네이버와 다음 이용자들이 실제로 그런 기사를 더 많이 찾아 읽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의 성향을 반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두 포털의 독자가 전혀 다른 성향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네이버 독자들과 다음 독자들이 읽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읽는 것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열심히 읽지 않고 또 체계적으로 읽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뉴스의 시대, 뉴스는 흘러 다니다가 어느 순간 내 타임라인에 뜨게 되고 우리는 뉴스를 쓱 훑어보고 맥락을 다시 구성하게 됩니다.

네이버에서는 ‘조국’과 ‘분노’라는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다음에서는 ‘윤석열’과 ‘압박’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압박했다는 기사죠. 네이버 독자들은 조국에 대한 분노를 많이 읽고 다음 독자들은 윤석열에 대한 압박을 더 많이 읽습니다.

전체적으로 조국 관련 보도가 네이버에 더 많았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는 다음에서도 상대적으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윤석열’과 ‘장모’라는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는 다음이 더 많습니다. 네이버 독자들이 윤석열 장모에 관심이 덜한 걸까요? 아니면 네이버가 독자들의 성향을 감안해 윤석열 장모에 대한 기사를 덜 보여주는 걸까요? 거꾸로 ‘추미애’ ‘아들’ 기사는 네이버에서 훨씬 더 많이 등장합니다.

네이버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조국’에 대한 ‘분노’를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지만 ‘검언유착’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슈인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국’과 ‘분노’가 동시에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네이버에서는 25건이나 됐지만 다음에서는 7건 밖에 안 됐습니다. ‘검언유착’이 명시적으로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네이버에서 7건, 다음에서 11건이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네이버와 다음의 ‘많이 본 뉴스’의 통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기사들입니다.

다음 독자들은 ‘조국’과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를 더 쉽게 연상할 수도 있고요. 네이버 독자들은 다음 독자들보다 ‘진중권’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기사를 더 많이 읽었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 독자들은 ‘임은정’의 페이스북을 인용한 기사를 더 많이 읽었을 거고요.

‘조국’과 ‘20대’를 다룬 기사는 대부분 부정적인데 네이버에서는 16건이나 됐지만 다음에서는 1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조국’과 ‘진중권’은 네이버에서 63건, 다음에서 12건이었고요. ‘윤석열’과 ‘진중권’은 네이버에서 17건, 다음에서 2건 밖에 안 됐습니다.

네이버 뉴스를 열심히 읽은 독자들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이 꽤 심각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다음 독자들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1년 동안 ‘유재수’가 ‘많이 본 뉴스’의 제목으로 등장한 경우가 네이버에서는 57건이나 됐고 다음에서는 9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토론회에 함께 참석했던 이준웅 교수님의 말씀을 다시 되새겨 보곤 합니다. 제가 월간 신문과방송에 썼던 글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팩트는 뉴스의 한 재료일 뿐 뉴스의 전부가 아니며 훌륭한 뉴스의 가장 좋은 부분은 아니라는 요점을 기자들이 모른다는 듯이 행동한다. 아무리 사실에 충실한 참된 뉴스라 해도 얼마든지 불공정하고 추악할 수 있고 반대로 아무리 불편부당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진 뉴스라 해도 의심스러운 사실 주장을 포함할 수 있다.”

언론의 정파성 논란은 역설적으로 언론의 설명해야 할 의무를 일깨웁니다. 이제 더 이상 언론이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 담고 독자들이 언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죠. 자기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라고 요구하는 독자들도 없지 않지만 계속해서 맥락을 드러내고 구조와 본질을 파고들면서 이해하게 만드는 게 언론의 책무입니다. 편협한 독자들을 탓할 게 아니라 메시지의 실패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다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시대, 그래서 조국 사건이 1년을 끌고 왔고,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언론이 섣부르게 단정하고 부족한 팩트로 현상을 규정하고 독자들에게 이게 정답이라고 던져주는 그런 시대가 아닌 것이죠. “진실은 저 너머에”가 아니라 영원히 이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계속하고 순간순간 결정을 해야 하고 최선의 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진실 앞에 겸허한 태도를 배우는 1년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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