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환 대법관 후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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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출입하던 무렵, 찾아보니까 2003년 4월의 일이다. 기자실에 앉아서 기사를 쓰고 있는데 망연자실하고 조금은 어눌한 표정의 그가 들어왔다. “저, 오늘 사표 냈습니다.” 기자실은 발칵 뒤집혔다.

마침 대법관 인선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던 무렵이었다. 그때 대법원장이 제시했던 3명의 후보는 모두 30년 이상의 경력이 빛나는, 사법시험 10회와 11회 출신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그야말로 서열식 인사였다. 이에 반발해 사표를 냈던 그가 이번에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박시환 당시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였다.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그는 뒤로 돌아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는 “여러차례 의견을 개진했는데 대법원장의 의사가 확고한 것 같다”면서 “이런 방법 말고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18년의 법관 생활을 접고 법원을 떠났다. 그가 사표를 내면서 경력 중심의 돌려먹기식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사법개혁의 논의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런 그가 대법관이 돼서 돌아왔다. 사법개혁을 부르짖으며 법원을 떠났던 그가 사법개혁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법시험 21회 출신인 그는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가장 후배가 된다. 박시환 대법관 후보는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의 구속 연장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등 합리적이면서도 개혁적인 성향의 법관으로 인정받아왔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눈물을 믿는다. 어딘가 어눌해 보였지만 그때 나는 그가 정의롭고 소신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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