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의회, “배째라, 세금 못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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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남구에서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의회가 세금을 깎아주는 조례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이다. 그것도 다 깎아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 나가는 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한다. 세수가 줄어들게 된 구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의회의 결정을 꺾을 방법은 없다.

논란의 당사자인 구의회 의원들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구청에서는 의회에 재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지만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다시 통과될 경우 그대로 조례가 시행되게 된다. 지난 임시회에서는 26명 가운데 25명이 참석해 찬성 18표와 반대 7표가 나온 바 있다. 3분의 2를 훌쩍 넘는 비율이다.

지난 4일 통과된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재산세 세율을 50%까지 탄력 적용해 소급 인하하자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이 시행되면 강남구청의 세수는 320억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가구당 평균 20만4천원 꼴이다. 대부분 가구가 지난 7월과 9월에 재산세를 납부한 뒤라 조례안이 최종 통과되면 강남구청은 이 금액을 바로 환급해줘야 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세부담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올해 우리 구 재산세 인상률은 19.1% 밖에 안 된다”며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세수가 크게 줄어 경로당이나 어린이집 운영, 저소득 계층 지원 등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건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혜택을 받는 가구가 일부 대형 평형 아파트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전체 부과대상 가구 15만6972가구 가운데 재산세를 감면받는 가구는 채 20%에도 못 미치는 3만여가구 정도다.

강남구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동 아이파크 104평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더해 모두 562만원의 부동산 보유세를 냈다. 이 아파트에 올해 부과된 재산세는 660만원인데 탄력세율 50%를 적용하면 33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재산세의 2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포함하면 환급금액은 396만원이 된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납부액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04평형의 경우도 지난해에는 507만9870원을 냈다가 올해는 570만5천원으로 늘어났는데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285만2500원만 내면 된다. 환급금액은 342만3천원에 이른다. 이처럼 이번 조례가 시행되면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의 취지와 무관하게 대형 아파트들의 세금이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한편 탄력세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들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지난해 24만2630원을 냈는데 올해는 36만3490원으로 늘어나고 탄력세율을 적용해도 환급혜택은 없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1평형의 경우도 43만4060원에서 65만1090원으로 늘어났을뿐 환급혜택은 없다. 대형 아파트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이 조례안은 과세형평성은 물론이고 누진세의 원칙에도 크게 벗어난다.

환급 금액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난해 말 도입된 세부담 상한제 때문이다. 재산세 과표가 면적기준에서 시가기준으로 바뀌면서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재산세 상한을 지난해 납부금액의 150%로 한정한 것이다. 이번 조례안은 세부담 상한제를 도입하기 전 부과 금액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만약 재산세가 300% 이상 늘어나 150%로 한정된 가구라면 탄력세율의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없다.

결국 탄력세율의 혜택을 받는 가구는 올해 재산세가 300% 이상 늘어나지 않은 가구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재산세가 150% 미만 늘어난 가구, 이를테면 아이파크나 타워팰리스 등은 세부담 상한제의 혜택을 보지는 못했지만 탄력세율을 적용, 재산세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면, 300% 이상 늘어난 은마아파트 등은 이미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도 더 이상 줄어들 부분이 없다. 이미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된 뒤라 여기에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올해들어 재산세가 적게 늘어난 가구가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보다 50%나 더 많이 내는 가구가 있고 50%나 덜 내는 가구가 있게 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난 6월 관내 26개동 주민자치위원 512명을 대상으로 탄력세율 적용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8%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강남구의회도 지난 임시회에서는 이 조례안을 부결시킨바 있다. 그러나 그 뒤 일부 구의원들이 조례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재산세가 크게 줄어드는 것처럼 여론을 조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대형 평형 아파트가 밀집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조례안에 반대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조례안이 통과돼도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거의 보지 못하는 가구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이다. 특히 내년에 지방의원 선거가 중선거구제로 바뀌는 것을 감안, 구의원들이 다른 지역구의 민심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여러 정황을 미루어 보건대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탄력세율 50% 인하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표결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남구의회의 이번 조례안은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8·31 대책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는 주택을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으로 잡고 보유세(종부세+재산세)의 실효세율을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1%로 높이게 된다. 종부세 과세대상은 전체의 1.6%, 16만가구에 이르는데 이번 탄력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가구와 대부분 겹친다. 결국 강남구의회의 조례안은 종부세가 오른만큼 재산세를 깎아 보유세를 낮추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례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자칫 8·31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강남구 재산세를 뺏어라.

강남구의회의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세목 교환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 등이 발의할 예정인 지방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구마다 편차가 큰 재산세를 시세로 전환하고 편차가 적은 담배소비세와 자동차세, 주행세를 구세로 돌리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과거 김근태, 이상수 의원 등이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구의 예산은 재산세와 면허세, 사업소득세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재산세의 편차가 가장 크다. 지난해 강남구의 재산세 수입은 1826억원으로 서울시에서 재정이 가장 열악한 금천구 143억원의 무려 13배에 이른다. 재산세와 면허세, 사업소득세를 포함한 강남구의 세수는 모두 3382억원인데 재산세의 세목교환이 이뤄지면 2789억원으로 44.3%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금천구는 307억원에서 492억원으로 18.6%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강남구와 금천구의 재정격차는 5.6배로 크게 줄어든다.

세목 교환의 결과 세수가 줄어드는 구는 강남구와 서초구, 중구 등 3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22개구는 최소 14억원(송파구)에서 최대 351억원(노원구)까지 평균 213억원씩 늘어날 전망이다. 경복대학 세무회계학과 차동식 교수는 “일부에서 세목교환이 지방자치에 역행한다거나 재정을 하향평준화한다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3개구를 제외하고 모두 재정이 크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건 구청장들의 반응이다. 민주당 소속의 관악구와 성동구청장이 찬성입장을 밝힌 반면 나머지 23개 구청장은 모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 의원은 “구청장들은 세목교환 반대입장이 개인 의견인지 한나라당 당론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특히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 대형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강남구의 세수가 크게 늘어나 재정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세목교환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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