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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무책임한 언론 보도가 위기를 키운다.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3, 2020

(9월3일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정준희/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됐습니다. 당초 현재보다 강화된 정책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 필요성이 논의되던 상황에서 언론의 기조는 어땠나요?

이정환/ 언론 보도의 유형이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 뚫렸다 보도, 국회가 뚫렸다, 대기업도 뚫렸다, TBS는 아직 안 뚫렸나요? 등등. 무증상 감염자도 많고 뚫렸다고 끝난 것도 아니라 잘못된 맥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둘째, 일상이 멈췄다, 거리가 텅 비었다는 보도가 많았고요.
셋째, 경제 위기와 불안, 혼란, 갈등을 조명하는 기사도 많았고요. 사람들이 재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뉴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고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거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많고 공포를 부추기는 보도도 많지만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보도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준희/ 집회 이전인 14일에도 확진자 수가 세자릿수 대를 기록했던 만큼 하나의 집단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겠지요.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예정된 집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견제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언론에선 ‘예정된 광화문 집회’를 어떻게 다뤘습니까?

이정환/ 법원을 비판하는 여론도 많았죠. 애초에 전광훈 목사를 집회 참가 금지를 전제로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그런데 15일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공공연히 선포했고요. 서울시와 경찰은 처음에 집회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경찰이 여러 차례 경고를 했죠. 그런데 지금 서울시는 단호하게 결단을 내릴 만한 리더십이 없는 상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죠. 보석을 허가한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집회를 왜 허용했느냐. 집회 허용 조건과 방역지침을 어겼을 때 서울시가 왜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느냐.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어야 했을까. 사실 전달이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서울시가 뒤늦게 집회금지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법원이 일부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언론이 이를 계속 이슈화하면서 오히려 광고를 해주는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언론이 광복절 집회를 비판하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다만 전광훈과 방역 당국의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단순히 갈등 보도 형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비상 사태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는 문제인데, 누가 이기나 보자 정도의 태도를 보였던 거죠. 이제 와서 돌아보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좀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반복해서 비판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신문사마다 기준은 다를 것 같은데 보통 이런 지면에 실리는 전면광고는 얼마 정도 하나요?

이정환/ 신문 광고 단가는 발행 부수에 따라 대략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요. 조선일보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백면 전면 광고가 2억 원이고요. 내지 전면은 1억원. 1면 하단 광고는 6000만 원쯤 합니다. 다른 일간지들은 1면 하단이 3000만원, 백면이 1억 원, 내지 전면은 6000만 원 정도고요. 이게 공식 단가고 실제로는 더 적게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준희/ 정말 궁금한 점이, 이런 전면 광고를 실을 때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내용인지 한 번쯤은 검토를 하고 게재해야 하지 않나요? 나름의 게재 기준 또한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정환/ 실제로 광고를 봐서 나온다기 보다는 신문에 났다, 신문에 날 정도로 중요한 행사다. 이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문제이 것이고요. 왜 이런 광고를 냈느냐. 광고를 낸 사람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광고를 실어준 매체를 처벌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뉴스 비즈니스라는 게 공짜 뉴스에 광고 끼워팔기 모델이죠. 180년 이상 지속돼 왔던 모델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대부분의 언론이 기사는 기사고 광고는 광고라는 입장입니다만, 그러니까 특정 기업 광고를 낸다고 해서 그 기업 제품이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지면과 광고는 다르다. 명확하게 분리를 해야 하고요. 지면을 빌려주는 것 뿐이죠. 그런데 문제는 의견 광고의 경우 독자들이 지면의 메시지로 이해할 우려가 있고 지면의 논조와 크게 배치된다면 싣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FTA 광고도 그랬고,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교과서를 홍보하는 정부 광고를 일부 언론에서 거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우리 지면을 빌려서 이런 메시지를 내보내도록 허용할 수 없다.

이 광고가 신문윤리위원회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사랑제일교회 관련자이면 검사 결과가 무조건 양성”이라거나 방역 당국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검사를 받지 않도록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어 매우 위험한 메시지죠. 이 경우는 광고와 지면은 별개라는 논리로 빠져나가기 어려울 거고요. 법적으로 처벌 받지는 않겠지만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충돌하는 매우 무책임한 광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준희/ 이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따옴표 기사 보지 말자’는 운동을 꾸준히 해시태그가 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특히 더 심각했습니다. 이외 관련 기사 세부적으로 짚어주시지요.

이정환/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가 이런 지적을 했는데요. 관행적 따옴표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독자들은 따옴표 안의 내용이 기자가 판단을 유보한 내용이라고 읽게 된다.
둘째, 진실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셋째, 독자의 시선을 끌려는 선정주의다.

전광훈과 주옥순 같은 극우 스피커들도 문제지만 기자협회보가 올해 들어 6월까지 취재원 분석을 한 걸 보니 54개 언론사가 진중권씨의 발언을 2093번이나 인용했습니다.

전광훈이나 신혜식 등도 마찬가지인데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이런 분들에게 스피커를 쥐어주고 영향력을 갖게 만들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는 많이 읽히게 만들어야 하지만 많이 읽힌다고 좋은 기사가 아니고, 정작 이런 기사들이 좋은 기사들을 밀어내면서 공론장을 망가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2020.8.21. 뉴스1> 전광훈 “집단발병, 외부에 의한 테러”…입원중에도 음모론
<2020.8.24. 한국일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결과 조작”? 방심위, 가짜뉴스와의 전쟁
<2020.8.25. 뉴시스> “한·중이 짜고 코로나 퍼뜨려”..선넘는 유튜버 루머들
<2020.8.25. 연합뉴스> “‘하나님 믿으면 안걸려’ 새빨간 거짓”…전주 A교회 공지문 눈길

정준희/ ‘프레임’과 ‘낙인찍기’ 주장이 나오면서 같은 날 진행됐던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해서도 언론은 주목했는데요. 민주노총과 관련한 기사들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이정환/ 이중잣대라는 표현이 여러 언론에 등장했는데요. 애초에 두 집회를 모두 허용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많습니다만, 일단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이미 집회 이전부터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추가 확진자가 쏟아졌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도 검사를 안 받은 게 아니라 1900명이 모두 받았고 확진자가 1명 밖에 안 나왔습니다. 이 사람도 집회 이전에 확진자였고.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은 수사도 검사도 안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고요. 왜 이런 보도를 할까.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보수 세력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감염처럼 확진자들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오해가 있다면 풀고 불안해 하지 않도록, 내가 검사를 받아야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설득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랑제일교회만 검사하고 민주노총은 검사 안 했다는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역설적으로 피해의식을 만들고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선동입니다.

정준희/ 사회적 혼란은 잠재우기보단 이슈몰이에 나선 언론의 낯뜨거운 행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요. ‘문제의 주요인물인 전광훈 목사를 보수 세력의 스피커로 키운 것도 언론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랩니다. 이정환 대표님, 어떻게 보시나요?

이정환/ 전광훈 목사는 반공주의적 기독교 정치 네트워크로 성장한 부흥사입니다. 지난해 9월 조선일보에 실린 전광훈 목사 인터뷰를 보면 자신을 독일 나치 시절 본회퍼 목사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죠.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막말을 쏟아내고 그걸 그대로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 보도 이후 전광훈의 파워가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사람 주장이 언론 보도를 타기 어려울 텐데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거죠.

애초에 기독교 유권자들을 확보하려는 미래통합당이 전광훈 목사를 띄웠고 전광훈 목사도 스스로를 극우 아스팔트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포장했습니다. 극단적인 발언을 할수록 언론 노출이 늘어나고 영향력이 커지니까 계속해서 더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전광훈의 입을 통해서 청와대와 야당을 비판하고 황당무계한 소리지만 한기총 회장이라는 권위를 빌려 스피커를 키운 것이죠.

정준희/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과 독일 등에선 ‘NO마스크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통한 코로나19 가짜뉴스가 그대로 보도되기도 했잖아요?

이정환/ 트럼프가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많이 했죠. 사람 몸에 자외선을 쪼이면 어떨까. 소독약을 몸 안에 주입하면 어떨까. 폐속으로 넣으면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소리를 해서 기겁을 했죠.

농담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아주 진지하게 이런 소리를 했고 언론은 절대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아직도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고 코로나의 위험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죠. 폭스 뉴스 같은 곳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정치적 능력을 검증 받는 순간이 되자 음모론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죠. 독일에서도 마스크는 파시즘이다, 자유를 억압한다는 등의 극우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게 또 국경을 넘어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 능력을 검증 받는 순간이 되자 음모론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죠. 독일에서도 마스크는 파시즘이다, 자유를 억압한다는 등의 극우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게 또 국경을 넘어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주장이 힘을 얻는가 생각해 보면 다들 불안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은 걸려도 위험하지 않은데 정부가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고요. 생계 위협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에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건데요. 이럴수록 신뢰할만한 정보 소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거짓 정보가 난무할 때 진실을 이야기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설득하고 맥락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때입니다.

정준희/ 지난 8월 15일 집회 이후 집단감염 사태 속 반지성 집단, 반과학적 집단에 대해 언론의 무책임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언제 끝날지 누구도 그 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그럴수록 우리 언론 더 정신차려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언론, 어떤 보도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이정환/ 언론인들에게도 힘을 내라, 긍지와 자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신뢰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에 코로나 범프라는 게 있었습니다. 위기가 확산되자 뉴스 소비가 폭증했고 그동안 신문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시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믿을 만한 언론이 없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진짜 뉴스에는 돈을 낸다. 내가 읽는 뉴스가 나를 규정한다고 하죠. 위기의 시대,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읽기 원하는가, 정확한 사실과 냉정한 전망, 불편한 진실, 공동체적 가치, 이 위기를 지나가면서 진짜 언론과 가짜 언론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담론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언론의 위기 관리 전략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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