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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고래를 집어삼킨 새우.

레노버(lenovo)라는 이름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전설(legend)과 혁신(Innovation)을 합쳐 만든 말이지만 진짜 이름은 롄샹(聯想)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중국 정부다. 중국 정부가 43%, IBM이 1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HP와 델에 이어 세계 3위의 PC회사가 됐다. IBM의 간판 상품이었던 씽크패드가 이제 레노버에서 나온다.

중국 기업이지만 미국의 자본도 들어와 있다. 롄샹은 IBM PC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인수 자금을 마련 못해 쩔쩔 맸는데 텍사스 퍼시픽과 제너럴 애틀랜틱, 뉴브리지 캐피털 등이 3억5천만달러의 뒷돈을 댔다. 이들 사모펀드가 레노버의 지분 12.4%를 갖고 있다. 롄샹이 IBM PC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들어간 돈은 모두 17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롄샹은 이 가운데 6억달러는 현금으로, 6억5000만달러는 주식으로 지급했다. 나머지 5억달러는 IBM의 부채를 떠안는 방식이었다. 결국 실제로 들어간 돈은 겨우 6억달러, 우리 돈으로 6천억원밖에 안 됐다는 이야기다. 롄샹의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세계 3위로 뛰어올랐다. 한때 ‘PC=IBM’이라는 명성도 그렇게 허물어져 내렸다.

물론 미국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델은 “IBM PC 제품 1달러를 사면 중국 정부에 1달러를 주는 꼴”이라고 노골적으로 롄샹을 공격했고 HP는 롄샹을 빗대 만든 ‘連想, 想都不要想(여러번 생각해도 터무니없다)’는 내용의 비난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켰다는 등의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지만 큰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논란의 레노버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레노버의 가장 큰 과제는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 중국 회사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털어내는 것이다. 이재용 한국레노버 사장은 “레노버로 넘어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똑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기술력으로 똑같은 제품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씽크패드는 이미 2000년 이래 80% 이상을 중국에서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다.

10월이면 레노버의 자체 브랜드 모델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씽크패드로는 고급 시장, 레노버로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회사에서 나오는 씽크패드가 과연 지금까지처럼 잘 팔릴 것인가는 두고볼 일이다. 씽크패드의 고급 이미지가 레노버에서도 이어질 것인가 역시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의 성장이 두려운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 배후의 자본의 흐름을 주목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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