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우리 출판산업의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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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경제대국,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고 언젠가부터 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 과거 한때 중국과 일본의 지배 아래 있었고 전쟁과 군사 독재, 민주화의 험난한 역경을 이겨낸 나라. 세계가 기억하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겨우 그 정도다. 흔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은 있어도 그런 관심을 풀어낼 길이 없는, 대한민국은 그동안 척박한 불모의 나라였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우리나라와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화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에 우리나라는 올해 주빈국 자격으로 참가한다. 세계의 관심이 다시 우리에게 쏠리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만큼 기대도 크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올해로 57주년을 맞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도서전이다. 지난해에는 110개국에서 6691개 출판사가 참가했고 신간 8만권을 포함, 33만5천권의 책이 소개됐다. 세계 출판 저작권의 25%가 이 자리에서 거래된다. 관람객이 28만명, 81개국에서 몰려든 취재진만 1만2천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빈국 행사는 이 도서전의 꽃이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가 부딪힌 첫번째 문제는 명색이 도서전의 주빈국이면서 정작 소개할만한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한글로 된 책은 갖다놔 봐야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할 게 뻔하고 외국어로 번역된 책은 손에 꼽힐만큼 적었다. 주빈국관과 한국관을 합치면 자그마치 1천평이 넘는데 도대체 이 넓은 공간을 무엇으로 채운단 말인가. 조직위는 지난해 3월 부랴부랴 한국의 책 100권을 선정하고 번역 작업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났고 도서전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는 우리 출판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왜 우리 이야기를 하는데 게을렀을까. 우리는 왜 우리 안에 닫혀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외국에서 잘 나가는 책을 수입해 번역 출판하는 데는 앞다투어 나서면서도 우리 책을 해외에 내다파는 데는 서툴렀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출판산업은 5천만명도 안되는 좁은 시장에 안주해왔다.

조직위에 따르면 도서전을 한달 남짓 남겨 둔 지금까지 번역 출판이 끝난 책은 100권 가운데 9권 밖에 안 된다. 도서전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나머지 91권의 책도 늦어도 모두 9월 말까지는 나와야 한다. 벼락치기 졸속 번역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딱히 조직위만 탓할 일은 아니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은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결집해 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아닌가.

한국의 책 100권의 번역지원을 총괄했던 한국문학번역원 권세훈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독일 전국을 돌면서 출판사를 찾아다녔는데 책을 내주겠다는 데가 없었습니다. 위험 부담도 크고 판매 전망이 없다는 거죠. 이문열이 우리나라에서나 이문열이지 외국에서 누가 알아줍니까. 이쪽에서 제작비를 다 대겠다는 데도 싫다는 겁니다. 대부분 출판사들은 우리 책에 관심조차 없었어요.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서글프지만 이게 바로 우리 출판시장의 현 주소다. 이번에 전시될 한국의 책 100권 가운데 17권은 해외 출판사를 찾지 못하고 결국 국내에서 출판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해외 판매망을 찾지 못한다면 이 책들은 다시 국내에 들어와 출판사들 창고에 그대로 쌓여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 책을 팔려면 해외 출판사를 통하는 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어렵사리 계약을 맺은 해외 출판사들도 규모가 작은 중소형 출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펜드라곤이나 페퍼코른 등은 과거에도 우리 정부 지원을 받아 우리 책을 번역 출판한 바 있지만 번역의 질도 조잡했고 당연히 거의 팔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대형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출판시장 해외 진출의 벽은 높았다.

권 팀장은 “계약을 맺은 출판사들 가운데 유명한 대형 출판사가 거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출판사에나 맡기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아무데나 맡기려고 했으면 나머지 17권도 지원금을 얹어주면서 모두 해외에 맡기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의 비난을 의식해서 하는 말이다. 권 팀장은 “짧은 시간이나마 최대한 전문분야와 점유율 등을 고려해 출판사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해외 시장을 좀처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책에 관심을 갖는 해외 출판사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섭외도 쉽지 않았고 어렵사리 출판이 되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한국문학번역원이 정부 지원을 받아 번역한 책도 1970년 이래 200권이 채 안 된다. 지금 번역 중이거나 출간을 앞둔 책을 모두 합쳐도 400권이 조금 넘는 정도다.

조직위는 올해 들어 독일 전역을 돌면서 한국문학 낭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역시나 반응이 썰렁하다. 고은과 황석영, 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참석했지만 방청객이 대여섯명 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건 한권이라도 해외에서 책이 출간된 적 있는 작가들에게 청중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첫발을 들여놓기 어렵지 일단 진출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일 최대 규모의 출판사 데테파우가 한국 단편소설 시리즈를 출간하기로 한 것은 이번 도서전 준비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다. 이번 한국의 책 100권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출판사는 1만5천권씩 10종을 시리즈로 펴낼 계획이다. 또 다른 대형 출판사 주어캄프도 한국문학 선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갈리마르는 최근 세계문학 시리즈의 하나로 김훈의 칼의 노래를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직위 윤부한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부의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부가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해외 진출은 데테파우의 경우처럼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대 민간으로 출판사가 직접 나서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민음사 같은 규모의 출판사에서 본격적으로 우리 문학을 소개하는 시리즈가 나오게 된다는 겁니다. 작품성만 뒷받침 된다면 오히려 시장은 해외가 훨씬 더 크고 넓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출판산업의 폐쇄성과 대외 의존성을 반성할 필요도 있다. 그동안 우리 출판사들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기 보다는 손쉽게 해외에서 들여와 번역 출판하는 데 열중해왔다. 우리나라의 출판 저작권 수출입 불균형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내수를 악화시키고 대외 의존도를 더욱 높인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해외 시장에 내놓을만한 책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이런 불균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신간도서 3만5394종 가운데 번역도서가 1만88종으로 28.5%를 차지했다. 초판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32% 수준이다. 새로 나오는 책 세권 가운데 한권은 번역도서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가운데 국내 도서는 2권 밖에 안 됐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번역도서가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일본과 미국 번역도서의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일본 번역도서는 무려 4257종으로 전체 번역도서의 42.2%를 차지한다. 만화를 빼면 미국의 점유율이 더 높다. 미국 번역도서는 2684종으로 26.6%를 차지한다. 만화를 뺀 나머지 분야에서는 전체 번역서의 절반 이상이 미국 도서다. 일본과 미국의 점유율을 합치면 68.8%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 출판 시장이 이들 두 나라에 종속돼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번역도서의 경우 외국에서 이미 상품성이나 판매량을 충분히 검증받은 뒤라 마케팅만 잘한다면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됩니다. 번역자만 확실하다면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책을 한권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쉬운 번역출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겁니다.”

범우사 윤형두 사장은 좀더 솔직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80여권의 책을 냈는데 그 가운데 거의 절반이 번역도서였다.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국내 도서를 내고 싶어도 안 팔리는 걸 어떻게 합니까. 1천부만 나간다고 해도 한번 해보겠는데 그것도 다 안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언론에서도 국내 도서는 소개도 잘 안 합니다. 대형 출판사들이 그나마 잘 나가는 저자들을 싹쓸이하면서 저자도 씨가 말랐어요. 국내 도서는 시장이 없습니다. 중소형 출판사들은 번역도서 말고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작권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치솟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는 어려워도 저작권 중개회사는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졸속번역도 심각한 문제다. 영미문학연구원이 1945년부터 200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영미 고전 572종의 번역 완성도를 평가한 결과 추천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번역도서는 11%인 62종에 지나지 않았다. 번역서 10권 가운데 1권 정도만 믿을만한 번역이라는 이야기다.

번역료가 낮아 전문 번역가를 키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상위 출판사의 경우도 번역료는 원고지 1매에 3500원에서 많아봐야 4천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전문 번역회사에 의뢰하는 경우 이들이 중간에서 번역료의 30% 이상을 챙겨가기도 한다. 두어달 동안 1천매짜리 원고를 번역해봐야 300만원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다.

신간의 경우 출판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몇명의 번역자가 나눠서 번역하고 한 사람이 검토한 다음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번역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약삭빠른 출판사가 입도선매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은 다음 자격 없는 번역가들을 동원해 오역·졸역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소장은 “이런 원고들 수준은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번역출판을 딱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번역도서가 많다는 건 그만큼 외국도서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이야기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좋은 번역 출판이 늘어날수록 우리 문화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출판시장의 수출입 불균형은 좀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이 왜곡돼 있고 그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해외 진출이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겠지만 출판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은 명확하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연구원은 “우리도 이제 내수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기획력과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 연구원은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외국어 번역 진흥정책과 기업의 메세나 출판, 출판업계의 해외 마케팅 강화 등이 결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국가경쟁력 강화와 우리 문화예술 전반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원은 출판문역진흥원 등의 전문기구 설립도 제안했다.

조직위가 내세운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제는 ‘대화와 스밈’이다. 우리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되 조금씩 천천히 스며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문화 불모의 나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사상 최대 규모 주빈국관, 준비는 벼락치기.

이번 프랑크푸르트 주빈국 행사에는 도서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부 지원 133억원을 포함해 모두 165억원이 투입된다. 주빈국 행사는 크게 주빈국관과 한국관, 부대 행사로 나뉜다. 주빈국관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 전시 공간이라면 한국관은 도서전의 본래 목적에 충실한 비즈니스 공간이다.

주빈국관에는 고인돌 형태의 특수 조형물 30여개가 들어서고 그 안에 컴퓨터와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다. 원시의 거석들이 모여 숲을 이루도록 하고 군데군데 튀어나온 모니터들을 통해 한국의 책 100권을 소개한다는 발상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콘텐츠를 첨단 정보기술과 볼거리로 보완하는 전략인 셈이다. 한국관에는 200여개 출판사의 도서 6천여종이 전시될 계획이다. 한국관에서는 도서 전시 외에도 낭독회와 강연회, 작가 사인회, 포럼, 인터뷰,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쉬지 않고 열린다.

조직위는 주빈국관과 한국관을 연결하는 광장을 떠들썩한 장터처럼 꾸밀 계획이다. 이를테면 한쪽에서는 금속활자 제작을 시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목판 인쇄와 한지 제작을 시연하는 등이다. 현장에서 뽑아낸 한지에 우리 전통 문양을 인쇄해 나눠주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가운데 마당에서는 우리의 전통놀이와 먹을거리를 풀어놓고 한국문화 체험 이벤트를 벌인다. 정보기술 강국의 면모를 드러낼 디지털 하우스도 들어선다.

이밖에도 프랑크푸르트 전역에서 종묘제례약과 ‘심청전’, ‘지하철 1호선’ 등 각종 공연이 벌어진다. 한국과 독일의 원로급 인사가 참여하는 학술대회와 토론회도 곳곳에서 진행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괴테대학 옆 그뤼네부르크 공원에 자리잡게 될 한국식 정원이다. 프랑크푸르트시가 제공한 1200평 대지에 들어설 이 한국식 정원에는 정자와 누각, 연못, 전통 가옥 등을 꾸밀 계획이다.

놀라운 것은 조직위의 엄청난 의욕과 업무처리 속도다. 1년 반 만에 100여권의 책을 뚝딱 번역 출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7월 15일 착공에 들어간 한국식 정원은 개막일에 맞추려면 석달 만에 완공을 해야 한다. 조직위는 국내에서 정원 등을 미리 만들어 컨테이너로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15년 전에 주빈국 행사를 치렀던 일본이 거의 5년 넘게 준비기간을 가졌던 점을 돌아보면 그 엄청난 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은 이 도서전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았고 유럽 전역에 일본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도서전을 치른 4년 뒤에는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박한 준비기간이야 어쩔 수 없지만 우리도 외양 못지 않게 내실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인터뷰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출판시장의 한류를 타라.”

출판시장에서도 이미 한류는 시작됐다. 한기호 소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정서가 먹혀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는 중국에서 해적판까지 합쳐서 3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엽기적인 그녀’나 ‘가을동화’ 등 우리나라 인기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책은 중국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대장금’의 원작 소설은 대만에서 베스트 셀러 1위 행진을 이어가면서 25만부 가까이 팔렸다. 욘사마의 인기에 힘입은 ‘겨울연가’의 원작 소설도 일본에서 130만부 이상 팔렸다.

“이 책들의 공통점이 뭔지 압니까. 모두 영화나 드라마에서 출발했다는 겁니다. 영상언어가 국경을 초월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이런 책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가볍다고 우습게 볼게 아니라 여기서 대중의 욕구를 제대로 읽어내야 합니다. 핵심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문법이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이에 잉크만 찍어내면 팔리는 시대는 갔습니다. 읽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마찬가지 맥락에서 중국에서 70만부나 팔리는 등 3만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 귀여니의 소설도 주목할만 하다. 아시아 시장을 노린다면 영어 관련 도서들도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는 일본에서 60만부, 중국에서 30만부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 3국의 공통 주제를 파고든 경우다. 교육 관련 도서도 아시아 시장의 공통 주제다. 뜨인돌출판사의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는 이례적으로 선인세 120만엔을 받고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그림책을 비롯한 아동도서들도 수출이 순조로운 편이다. 한 소장은 “아시아 시장의 보편적인 정서를 따라잡으면 시장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판시장의 한류를 타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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