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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14분’을 보다.

한명의 남자와 여자가 죽는다. 남자는 머리가 깨져서 죽고 여자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 교통사고로 또 다른 한명의 남자는 성기가 잘린다. 그 시간 조금 떨어진 다른 곳에서 머리가 깨진 남자는 죽어서 또 한번 차에 치인다. 여기 다섯가지 사건이 있다.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볼 계획이라면 읽지 마세요.)

A는 B, C, D와 동시에 연인 사이다. A는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쳐서 B, C에게 돈을 받아낸 다음 D와 도망갈 계획을 세웠다.

첫번째 사건. A의 아버지 E가 다리 위에서 B의 시체를 떨어뜨린다. 마침 D가 차를 몰고 가다가 그 시체를 친다. D는 음주 운전에 무면허, 게다가 뺑소니 혐의까지 뒤집어쓰고 경찰에 잡힌다.

두번째 사건. F, G, H는 양아치들이다. 승합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면서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H가 차창 밖으로 오줌을 눈다. 운전을 하던 F가 H를 나무라며 때린다. 그때 길을 건너던 A를 차로 치고 창문이 닫히면서 H는 성기를 잘린다.

세번째 사건. E는 산책을 나섰다가 공원에서 B의 시체를 발견한다. 딸 A와 B는 평소에 사이가 안좋았고 E는 A가 B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체를 차 트렁크에 싣고 옮겨간다.

네번째 사건. C는 A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 I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조른다. 돈이 없다고 하자 강도를 맞은 것처럼 속여 편의점을 털자고 한다. C는 I를 쏘고 돈을 훔쳐 나온다. 그걸 창밖에서 A가 보고 경찰에 신고한다.

다섯번째 사건. A와 B는 공원에서 섹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공원의 석상이 흔들리다가 머리가 깨져 B의 얼굴 위로 떨어진다. B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는다.

정리하면 이렇다. A는 B를 C가 죽인 것처럼 누명을 씌우려고 C의 볼링공을 훔쳐온다. A가 자리를 뜬 사이 A의 아버지 E가 B의 시체를 옮겨다 다리 위에서 떨어뜨리고 그걸 D가 차로 친다. 그 시간에 다리 위 조금 떨어진 곳에서 C를 만나 돈을 받으려던 A는 F가 몰던 차에 친다.

더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A가 죽인 B의 시체를 A의 아버지 E가 던지고 그걸 A와 도망갈 계획이었던 D가 친다. 머리와 꼬리가 만나는 기발한 줄거리다.

그러나 기발한 건 여기까지다. 좀더 살펴보면 그밖의 나머지, A의 죽음은 그냥 우연한 교통사고고 양아치 F, G, H도 그냥 지나가는 애들이다. 교묘하게 편집하기는 했지만 같은 시간에 일어난 A의 죽음과 D의 사고는 아무런 개연성도 없다. 양아치들만 아니었으면 A는 죽지 않았을 거고 B의 죽음은 완전범죄로 끝났을 수도 있다. 이 완벽해 보이는 줄거리에서 양아치들은 겉돈다. A는 갑자기 나타난 양아치들 때문에 아무런 이유없이 그야말로 뜬금없이 갑자기 시간 맞춰 죽는다.

두개의 줄거리가 서로 얽히는 기발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절반은 실패다. 적당히 재미는 있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편집의 승리라고 할까. 그래도 심심풀이로 이 정도면 훌륭하다. 2003년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왱크와 나이 든 페트릭 스웨이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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